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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출국 96일만에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뉴시스>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귀국했다. 장기 해외출장 이후 새로운 경영방침을 전달하곤 했던 이 회장이 이번엔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주목된다.
이건희 회장이 17일 오후 3시30분께 전용기편을 통해 김포공항으로 입국했다. 지난 1월 미국으로 떠난 지 96일만이다. 이 회장은 신년하례식 참석을 위해 지난해 12월27일 일시 귀국했다가 지난 1월11일 다시 출국했다. 이 회장은 폐질환을 앓고 있어 건강관리를 위해 매년 겨울을 미국 하와이와 일본 등지에서 보내고 있다.
이날 입국장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 부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 등이 나와 이 회장을 맞았다. 이 회장은 보좌관의 부축을 받으며 입국장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건강상태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보시다시피 괜찮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16일 발생한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해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지성 부회장은 “사고에 대해 보고를 드렸더니 회장님께서 안타깝다고 말씀하셨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귀국함에 따라 앞으로 삼성그룹에 어떤 구상을 전달할지 주목된다. 이 회장은 해외에 머무르며 경영구상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장기 해외출장 후 이 회장은 새로운 경영 방침을 발표하며 삼성그룹에 대대적 변화를 일으키곤 했다.
이 회장이 출국 전 신년하례식에서 던진 화두인 ‘마하경영’이 어떻게 추진될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이 회장은 “제트기가 음속을 돌파하려면 엔진은 물론 모든 설계와 소재, 부품까지 바꿔야 하는 것처럼 삼성도 세계 초일류기업이 되려면 체질과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회장은 2002년과 2006년 사장단회의에서도 마하경영을 언급했다.
이 회장의 마하경영은 지난 1월2일 신년하례식에서 ‘한계돌파’라고 압축돼 표현됐다. 삼성이 현재 안고 있는 한계를 뛰어 넘기 위해 모든 것을 바꾸겠다는 이 회장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 회장은 신년사에서 “다시 한 번 바뀌어야 한다”며 “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선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현재 간판인 스마트폰사업의 성장둔화라는 고민을 안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실적을 거뒀지만 앞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의 말처럼 근본적 체질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 회장이 귀국 후 본격적으로 경영에 나서게 되면 삼성의 이른바 ‘5대 신수종사업’ 진행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2010년 태양전지와 자동차용전지, 의료기기 등 또 다른 10년을 책임질 새로운 먹거리를 발표했다. 이 회장은 아직 스마트폰 이후의 신사업을 찾아내지 못한 삼성에 속도를 더 내라고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삼성 계열사간 구조개편을 어떻게 진행할지도 주목된다. 이 회장이 없었던 3개월 동안 삼성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지난달 31일 삼성SDI와 제일모직이 합병한데 이어 이틀 후인 지난 2일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이 합병하는 등 최근 숨가쁜 구조개편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10일과 11일 삼성증권과 삼성생명이 고강도 구조조정에 들어가기도 했다.
특히 삼성 구조개편은 이재용체제와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이 회장이 추가적 개편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재계는 이 회장의 다음 사업개편 목표가 삼성물산 등 그룹의 건설부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의 백혈병 논란과 이산화탄소 누출 사망사고 등 현안에 대해서도 어떤 조치를 지시할지도 관심사다. 신년사를 통해 안전사고 문제에 신경 쓰라고 당부한 만큼 관련 조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