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법원이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기한 삼성물산 주총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삼성물산 합병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의 결정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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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 |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이 결국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를 열어 의결권 행사 방침을 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의결위 소집도 결정되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10.15%를 보유해 단일 최대주주다. 국민연금의 결정에 따라 합병안이 통과되거나 부결될 수 있다.
최홍석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정책과장은 6월30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관련 긴급간담회에 참석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최 과장은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지침에 따라 장기적으로 주주가치가 증대하는지를 검토중”이라며 “주주가치가 훼손된다고 판단하면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과장은 합병 이슈에 대해 국민연금의 의견이 어느 한쪽으로 쏠리는 해석을 경계했다. 최 과장은 “민감한 이슈라 오해가 있을까 조심스럽다”며 “이런 의사결정에서 어떤 식으로 논의하며 결정해야 할지 의문”이라고 말을 아꼈다.
국민연금이 찬반의견이 팽팽한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기 부담스럽다면 결국 이 문제를 의결위의 손에 넘길 가능성이 높다. 의결위가 열린다면 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합병 2~3일 전에 일정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의결위는 SK와 SKC&C 합병을 결정하는 주총을 이틀 앞둔 지난달 24일 합병에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SK 합병과 삼성물산 합병은 오너 지배력 강화를 위한 합병이란 것과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일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이 의결위에 판단을 넘길 경우 의결위가 합병반대 의견을 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하지만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법원의 결정이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재판부는 “합병발표 뒤 삼성물산 주가가 오르는 등 시장의 평가가 긍정적”이라며 “합병이 삼성물산과 주주에게 손해만 주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의결위는 SK합병 반대의견을 내면서 “합병비율과 자사주 소각시점을 고려할 때 합병이 SK의 주주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법원은 삼성물산 합병에 대해 SK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해석과 반대되는 판단을 내놓고 있어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에 대해 SK와 동일한 의견을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민연금은 조만간 나올 것으로 보이는 국제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의 보고서 내용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ISS가 삼성물산 합병이 불공정한 것으로 규정할 경우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할 명분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장기적으로 이번 분쟁을 ISD(투자자-국가간분쟁해결제도)로 끌고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시각을 무시하기 어렵다.
최근 메르스 사태로 틀어진 보건복지부와 삼성서울병원 사이의 관계가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국민연금이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이고 삼성서울병원이 삼성그룹 계열병원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메르스 초기대응 실패 책임을 두고 정두련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과장이 “삼성이 뚫린 게 아니라 국가가 뚫린 것”이라고 말하는 등 보건복지부와 삼성서울병원은 책임전가 논란에 휩싸였다. 이 과정에서 둘 사이 관계가 적잖이 틀어졌다는 말이 나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