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칵테일이 화제다. 한 외국인이 김치 칵테일을 만들어 한국관광공사 누리집에 올렸는데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급속하게 전파되고 있다. 김치 세계화가 어디까지 진화될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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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이 만든 김치 칵테일 |
한국관광공사 누리집에 한 외국인이 김치 칵테일을 올렸다. 김치 칵테일의 정확한 명칭은 ‘김치블러디메리’다. 이 칵테일은 김치 국물과 마늘, 양파, 토마토 쥬스, 보드카, 얼음을 섞어서 만든다. 블러디메리는 토마토 쥬스와 술을 섞어서 만드는 칵테일로, 이른바 서양식 해장술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김치 칵테일을 보고 주로 “술잔에 김치 빠뜨린 거 아니냐”고 웃는 반응을 보인다. 김치를 반찬으로 먹는 우리나라 사람에게 어색한 것이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생각하는 아이디어가 고작 이런 것이냐”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김치 칵테일을 올린 사람이 외국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응이 바뀌고 있다. 김치가 다른 사회에 녹아든 또 다른 모습이라는 것이다. 곧 김치의 현지화라는 평가다.
김치 칵테일이 뜻밖에도 괜찮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교포는 “김치 칵테일을 직접 만들어 마셔봤더니 동치미 맛이 난다”며 “생각보다 이상하지 않았고 실제로 만들어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치 칵테일은 누리집 ‘베스트블러디메리’에 등재될 만큼 공식 음료수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 절임음식 전문가는 지난해 4월 필라델피아 과학 페스티발에서 김치 칵테일을 내놓아 500잔 이상을 판매하는 등 폭발적 호응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 진화하는 김치의 세계화
김치는 칵테일 외에도 다양한 음식에 스며들고 있다. 2012년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가 배추를 직접 심어 담근 김치가 인터넷에 확산됐다. 이제 해외에서도 요리사뿐 아니라 평범한 외국인도 김치를 담거나 요리해 먹고 있다.
해외의 요리전문 누리집 클로젯쿠킹은 김치를 활용해 만든 샌드위치를 선보였다. 요리법을 올린 케빈 린치는 “김치와 사우어쿠르트(독일식 양배추 절임음식)가 쇠고기와 환상적 궁합을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에서 푸드트럭 ‘김치 타코’가 유행이다. 김치타코 푸드트럭을 하고 있는 다니엘 디는 3년째 얇고 동그란 밀전병 위에 강낭콩과 고기, 김치를 넣은 타코 장사를 하고 있다. 그는 “김치는 장독에서 나와 뉴욕 사람들의 생활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며 “이제 김치는 유명한 음식”이라고 말했다.
필리핀 음식을 다루는 블로거도 필리핀식 김치 타코를 소개했다. 그는 타코에 필리핀 특유의 소스와 고수풀, 치킨 등을 넣고 김치를 함께 싸는 요리법을 제안했다. 그는 “김치를 직접 담궜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토론토에서 열린 음식 페스티벌에도 김치가 등장했다. 볶은 김치를 꽃방에 싸먹는 요리, 피클 대신 김치가 들어간 햄버거 등 다양한 요리가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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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치를 활용한 다양한음식들. 좌측 하단 사진은 김치타코 푸드트럭의 모습이다. |
◆ 김치 현지화가 곧 김치 세계화
처음 정부가 기대했던 김치 세계화는 지금의 모습과 다르다. 2009년부터 청와대 주도로 진행된 한식 세계화는 현지 문화에 녹아있는 세계화보다 ‘한식’으로서 김치로 인정받기를 원했다. 기획재정부, 농림수산식품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굵직한 부처가 모여 ‘고급스러운 한식문화’를 만드는데 힘썼다. 미국 뉴욕 맨하탄의 ‘플래그쉽 한식당’ 개장 계획은 이러한 단면을 잘 드러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플래그쉽 한식당’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실무를 담당하는 한식재단의 인사가 번번이 바뀌면서 사업이 지속되지 않았다. 8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으나 아무것도 이룬 게 없다는 평가도 나왔다. 김치도 덩달아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김치 세계화 사업의 일환이었던 김치 만화 캐릭터 ‘김치 워리어’는 아직도 비웃음의 대상이다.
이런 정부의 노력과 별도로 김치는 세계 속에 녹아들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이 김치 종주국으로서 위상을 확고히 하려면 지역에 맞는 맛을 개발하고 브랜드 수출이 강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치업계 관계자는 “올해 수출액이 20% 가량 떨어진 이유는 중국 때문”이라며 “중국산 저가 김치에 대응하기 위해선 현지 입맛에 맞는 김치를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