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러시아 즈베즈다조선소에서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즈베즈다조선조의 모회사인 로즈네프트의 콘스탄틴 랍테프 경영임원이 쇄빙 LNG운반선의 설계 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
삼성중공업이 러시아 쇄빙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프로젝트의 설계를 맡았다.
설계 계약을 따낸 만큼 삼성중공업이 몇 척의 쇄빙 LNG운반선을 수주할 것인가에 조선업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쇄빙 LNG운반선은 가격이 일반 LNG운반선보다 비싸 삼성중공업이 수주를 따낸다면 수주잔고를 대폭 늘릴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4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 5회 동방경제포럼에서 러시아 국영조선소인 즈베즈다조선소와 쇄빙 LNG운반선의 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중공업이 설계하게 될 쇄빙 LNG운반선은 최대 2.1m 두께의 얼음을 깨며 항해할 수 있는 아크7급이다. 영하 52도의 극한 환경을 버틸 수 있는 방한기능을 갖췄으며 LNG를 주 연료로 핵추진 쇄빙선에 맞먹는 45MW급 전력을 생산해 항해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설계 계약은 삼성중공업의 쇄빙 기술과 LNG운반선 건조기술의 경쟁력을 확인하는 계기”라며 “쇄빙기술의 적용폭을 LNG운반선까지 넓혀 쇄빙 상선분야에서 삼성중공업의 입지도 더욱 탄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이 설계를 맡은 쇄빙 LNG운반선은 러시아의 가스전 개발계획인 ‘북극 LNG2 프로젝트(Arctic LNG2 Project)’에 쓰일 선박이다.
프로젝트 발주처인 러시아 국영에너지회사 노바텍은 2024년까지 모두 15~17척의 쇄빙 LNG운반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프로젝트의 가동 시점이 2022년이기 때문에 최초 건조된 쇄빙 LNG운반선의 인도기한은 이보다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노바텍은 즈베즈다조선소에서 선박을 건조하는 것을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즈베즈다조선소는 LNG운반선의 건조 경험도, 쇄빙선의 건조 경험도 없다. 게다가 단순 쇄빙선이 아닌 일반상선에 쇄빙 기능을 적용하는 것은 건조 난이도가 더욱 높아 기술력을 갖춘 외부업체와 협력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바라본다.
삼성중공업이 설계를 맡은 만큼 사실상 수주를 확보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다수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즈베즈다조선소의 선박 건조 기술력을 감안하면 삼성중공업의 설계를 받았다고 해도 2024년까지 쇄빙 LNG운반선 전부를 건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삼성중공업이 다수 선박의 건조를 담당하게 될 것은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이 러시아 쇄빙 LNG운반선을 수주하면 물량에 따라 단숨에 올해 수주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2019년 들어 8월 말 기준으로 42억 달러치 선박을 수주해 수주목표 78억 달러의 53.8%를 달성했다. 목표 달성까지 36억 달러가 남았다.
쇄빙 LNG운반선은 발주 자체가 거의 없어 가격을 책정하기가 어렵다. 다만 대우조선해양이 2014년 야말 프로젝트에 쓰일 쇄빙 LNG운반선을 1척당 3억2천만 달러에 수주했다는 것이 기준이 될 수 있다.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는 조선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삼성중공업이 북극 LNG2 프로젝트에 쓰일 쇄빙 LNG운반선을 모두 건조하게 된다면 1척당 3억8천만 달러에 수주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매체는 삼성중공업의 수주 척수가 줄어들수록 반복건조로 확보할 수 있는 수익성이 낮아져 선박 가격은 그만큼 오를 것이라고도 전했다.
8월 기준으로 LNG운반선 1척의 건조가격은 1억9천만 달러였다. 쇄빙 LNG운반선이 2배 이상의 가치를 지닌 셈이다.
삼성중공업이 쇄빙 LNG운반선 10척의 수주를 따낸다면 올해 수주목표를 초과달성하게 된다.
앞으로 남아있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11척이나 개별 단위의 LNG운반선, 해양플랜트 등의 수주전에 참여할 수 있어 수주실적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한편 이날 삼성중공업은 즈베즈다조선소와 왕복 원유운반선(셔틀탱커)의 공동건조와 기술 기원을 위한 조인트벤처 설립도 최종 확정했다.
이처럼 삼성중공업과 러시아의 관계가 계속해서 두터워지는 것도 쇄빙 LNG운반선의 수주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쇄빙 LNG운반선의 수주 가능성과 관련해 “아직 이야기하기는 시기상조”라며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