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갈등을 놓고 대화할 뜻이 있다면 소송 당사자인 두 회사 최고경영진이 나서면 된다는 태도를 보였다.
LG화학은 3일 SK이노베이션과 소송 관련해 추가 입장문을 내고 “경쟁사에서 잘못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한편 이에 따른 손해배상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할 의사가 있다면 대화에 응할 것”이라며 “대화 주체는 소송 당사자인 양사 최고 경영진이 진행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
LG화학은 “이번 소송의 본질은 LG화학 핵심기술 등 마땅히 지켜야 할 권리를 보호하고 건전한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는데 있다”며 “경쟁사가 스스로 잘못이 없다고 판단한다면 본질을 호도하는 여론전을 그만두고 소송에만 성실하고 당당하게 임해 시시비비를 명확하게 가리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지난 4월29일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CT)와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제소한 후 몇 차례 입장문을 냈는데 이번 입장문에서 소송 배경 및 영업비밀 침해 정황을 제시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채용과정에서 경력직 공개채용 방식을 이용했으나 실질적으로는 헤드헌터와 전직자를 통해 특정 분야 인원을 대상으로 선별한 뒤 입사 지원을 적극 권유했고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한 인원에게 경쟁사가 마련한 이력서 양식에 시기별로 프로젝트 내용 및 함께 한 동료 전원의 실명을 기술하도록 했으며 △면접전형에서 업무성과를 별도 발표자료로 상세히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해당 분야 전문인력 다수를 면접관으로 참석시켜 지원자가 습득한 LG화학의 기술 및 노하우를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을지를 중점적으로 질문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 과정을 통해 입사지원자들의 선행기술과 핵심공정 기술을 지원서류에 기재했고 이직 전 회사 시스템에서 수백 여건의 핵심기술 관련 문서를 열람하거나 다운로드, 프린트 한 것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LG화학은 “경쟁사가 이렇듯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채용절차를 통해 선발한 인원을 해당 직무 분야에 직접 투입해 관련 정보를 2차전지 개발 및 수주에 활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LG화학은 2017년 10월과 2019년 4월 두 차례 SK이노베이션에 내용증명을 보내 핵심인력에 대한 도를 넘은 채용행위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SK이노베이션은 불과 2년 만에 100명에 가까운 인력을 대거 채용했다고 지적했다.
LG화학은 “특허침해 제소와 같은 본질을 호도하는 경쟁사 행위가 계속된다면 경쟁사의 소송 제기가 근거 없음을 밝히는 것을 넘어 이러한 상황을 더 이상 묵과하지 않고 법적 조치를 적극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올해 4월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배터리 기술과 관련한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소송을 제기했고 국제무역위원회는 5월 29일 조사개시 결정을 내렸다.
SK이노베이션은 이와 관련 올해 6월 서울지방법원에 LG화학의 주장이 허위라는 취지의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와 명예와 신뢰를 훼손당했다는 내용으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8월 30일 LG화학과 LG화학의 미국법인인 LG화학 미시간, LG전자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특허를 침해한 혐의로 미국 연방법원과 국제무역위원회에 제고하기 위해 관련 절차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석현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