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도시정비시장 최대어로 평가되는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3구역 재개발사업의 시공사 선정을 위한 수주전의 막이 올랐다.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GS건설, 대우건설 등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을 준비하는 대형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전을 치를 가능성이 나온다.
▲ (왼쪽부터) 박동욱 현대건설 대표, 박상신 대림산업 건설사업부 대표, 김형 대우건설 대표, 임병용 GS건설 대표. |
26일 서울시 재개발 재건축 클린업시스템에 따르면 한남 제3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은 9월2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 설명회를 열고 10월18일 오후 2시 시공사 입찰을 마감한다.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조합은 24일 이런 내용을 담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확정해 공고했다.
입찰공고에 ‘공동도급(컨소시엄) 불가’ 항목이 포함되지 않으면서 대형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전에 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을 준비하는 건설사는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GS건설, 대우건설 등 4곳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GS건설, 대우건설은 2019년 시공능력 평가에서 각각 2위, 3위, 4위, 5위를 차지한 국내 내로라하는 건설사다.
이들이 단독 시공으로 수주전을 치러야 한다면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지만 컨소시엄을 구성한다면 경쟁 강도가 한층 낮아지며 남는 여력을 다른 사업으로 돌릴 수 있다.
자금조달 부담이 줄어든다는 점도 장점이다.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 예상 사업비는 1조8881억 원으로 책정됐다. 애초 시장이 예상했던 1조5천억 원을 크게 뛰어 넘었다.
한 건설사가 조 단위의 자금을 조달하는 일은 부담일 수밖에 없는데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그만큼 자금조달 부담이 줄게 된다.
이런 측면 때문에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등 대형 도시정비 사업장은 컨소시엄으로 진행될 때가 많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은 사업성보다 상징성이 더 큰 사업”이라며 “사업성이 생각만큼 좋지 않기 때문에 건설사들도 수주를 위한 출혈 경쟁에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남3구역이 브랜드 측면에서 다른 도시정비 사업장과 차별성을 지닌다는 점도 컨소시엄 가능성을 높인다.
도시정비사업 조합원들이 단일 건설사의 시공을 원하는 이유에는 건설사의 단일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포함된다.
대형건설사들이 아파트 브랜드 관리에 지속해서 힘을 쏟는 만큼 단일 브랜드를 사용하는 편이 집값 상승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남동은 ‘한남’이라는 이름 자체가 ‘청담’ ‘압구정’처럼 이미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건설사 브랜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옛 단국대학교 부지에 자리잡은 ‘한남더힐’은 올해 1월 전용면적 244.749㎡ 아파트가 84억 원에 거래되며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 최고가격을 새로 썼다.
▲ 재개발사업 시공사 선정을 앞둔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일대. <연합뉴스> |
한남더힐은 대우건설과 금호산업이 2011년 시공한 아파트인데 건설사 브랜드 없이도 2014년 이후 매년 전국 실거래가 최고 아파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롯데건설이 현재 한남동 외인아파트 부지에 짓고 있는 아파트 이름도 ‘나인원한남’이다.
컨소시엄 구성은 대규모 도시정비 수주전에서 조합원 사이의 갈등을 줄이는 역할도 한다.
지금껏 단독 시공사 선정을 위한 치열한 수주전을 치른 대형 사업장을 보면 조합원들은 선호했던 건설사에 따라 패가 갈릴 때가 많았다. 이는 시공사 선정 뒤에도 앙금으로 남아 소송전 등으로 이어지며 사업진행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물밑에서 이미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의 컨소시엄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남3구역 재개발조합은 60%가 넘는 조합원이 단독 시공을 원했지만 입찰공고에 ‘공동도급 불가’ 항목을 넣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독 시공은 단일 브랜드 사용과 함께 사업기간 단축, 중복비용 절감, 책임 준공(하자보수 용이)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한남3구역사업 입찰공고가 이제 막 나온 만큼 현재 단계에서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하지만 컨소시엄이 가능한 만큼 물밑에서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