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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왼쪽)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달 25일 HDC신라면세점 출범식에 참석해 시내면세점 사업자선정 신청지인 용산 아이파크몰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뉴시스> |
‘‘3.5대 1.”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사업자 선정에서 대기업들이 차지할 수 있는 티켓은 단 2장이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호텔롯데, HDC신라면세점, 신세계DF, SK네트웍스, 이랜드면세점, 현대DF 등 7곳이 이 2장을 차지하기 위해 맹렬하게 뛰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 면세점시장은 7조9천억 원 규모다. 이 가운데 시내면세점이 5조4천억 원, 출국장 면세점이 2조5천억 원이다.
시내면세점 5조4천억 원 가운데 제주도 시내면세점의 규모가 1조 5천억 원이고 서울 시내면세점 규모는 4조 원대로 추산된다.
후보들은 이미 사업계획을 공개하고 막판까지 경쟁적으로 사회공헌과 상생협약 계획을 내놓는 등 각자의 약점을 보완하는 데 전사적 역량을 동원하고 있다.
경쟁이 과열되면서 잡음도 잇따르고 있다. 또 막판 돌발변수도 많아 최종결과가 나올 때까지 어느 후보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연히 승자가 누가 되든 그에 따른 후유증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 유력후보 HDC신라면세점, 독점논란 넘을까
이번 경쟁에서 유력후보로 거명되고 있는 곳은 호텔신라와 현대산업이 손을 잡은 HDC신라면세점이다.
용산아이파크몰 부지에 입찰기업들 가운데 가장 큰 2만7400㎡ 규모의 면세점을 세우겠다는 계획이 강점이다. 기존 면세사업자인 호텔신라의 운영능력과 교통의 요지인 용산을 사업지로 선정해 경쟁후보들에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영옥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호텔신라는 HDC신라면세점 출점을 통해 서울 시내면세점사업 확장가능성과 관리와 운영능력, 지리적 요건에서 경쟁사업자에 비해 우세하다”고 말했다.
입찰경쟁 초반만 해도 호텔신라는 크게 주목받은 후보가 아니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 4월 전격적으로 손을 잡으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호텔신라는 롯데면세점과 함께 기존 사업자라는 점에서 독과점 논란 가능성이 제기됐고 마땅한 사업부지를 찾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았다. 현대산업개발은 면세점 운영경험이 없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삼성-현대가의 동맹이라는 화제 속에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는 ‘신의 한수’ 전략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일약 유력후보로 부상했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면세사업이 허가사업이라는 점 때문에 최근 정치권에서 재벌특혜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논란이 커지자 롯데면세점과 호텔신라 등 면세시장 독과점 실태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신라의 경우 롯데면세점과 함께 이미 국내 면세시장의 80%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시장지배사업자라는 점에서 이런 논란이 심사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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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
◆ 신세계DF SK네트웍스 현대DF도 강력 후보
신세계그룹의 면세법인 신세계DF와 SK네트웍스 2곳도 유력 후보로 꼽힌다.
신세계그룹은 전통적 유통강자인 데다 이미 면세사업 경험도 갖고 있다. 신세계DF는 남대문상권과 맞붙은 신세계 본점을 사업지로 선정하는 초강수를 뒀다.
하지만 지역 교통난과 함께 기존 롯데면세점과 사업부지가 겹친 점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신세계그룹은 주차장 시설 보완계획과 남대문시장 활성화 계획 등을 내세워 약점보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쉐라톤워커힐 호텔을 운영하는 SK네트웍스도 신세계DF와 함께 유력후보로 거명되고 있다. 중국 관광객이 자주 찾는 동대문시장지역을 사업후보지(1만5000㎡)로 내세웠고 디자인플라자를 활용해 주차난도 해소했다.
하지만 동대문을 사업지역으로 선정한 여타 후보자와 경쟁이 불가피하고 상품구성능력 등도 경쟁사 대비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종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SK네트웍스는 지난 23년 동안 기존 워커힐을 통한 면세점 운영관리 역량과 외국인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 실제 면세점 매장면적, 동대문 인근의 관광인프라, 충분한 주차공간, 3천억 원 투자를 통한 중소·지역기업의 동반성장 계획, 독과점 우려 해결 등이 높은 평가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의 현대DF는 강남권을 사업지로 선정한 점이 강점으로 꼽히면서도 면세점 운영경험이 없다는 점이 아킬레스건이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강남권은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한 상황임에도 면세점 인프라가 매우 부족하고, 한류관광명소·의료관광 수요로도 차별화한다”며 “현대백화점이 내세운 무역점은 입지 면에서 가장 탁월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의도 63빌딩에 면세점 설립 계획을 밝힌 한화갤러리아는 주변에 연계 관광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후보들 가운데 가장 뒤늦게 출사표를 던진 이랜드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 자이갤러리를 헐고 시내면세점을 세우려고 한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있는 홍대상권에서 중국 내 사업성공 경험과 네트워크를 활용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기존건물을 활용하는 경쟁후보들과 달리 건물을 신축해야 하는 데다 이랜드그룹의 재무건전성에도 의문이 붙고 있다. 이랜드그룹이 지난해 송도 시내면세점사업을 추진했다 중도포기한 전력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롯데면세점은 이번 경쟁에서 다른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기존 면세사업의 강자라는 점이 불리한 요소로 꼽히기 때문이다.
◆ 혼탁 과열 양상, 잡음도 커져
유통 대기업들이 자존심을 걸고 서울 시내면세점 경쟁을 벌이면서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계획을 속속 내놓는가 하면 여론전도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경영진이 면세점 관련 불리한 의견을 낸 증권사 애널리스트에게 항의를 한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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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종훈 SK네트웍스 사장. |
이 애널리스트는 최근 7개 후보자들이 받을 점수를 분석한 보고서를 냈는데 현대DF에 가장 낮은 점수를 부여했다. 면세점 운영경험이 없고 사업지 주변 관광인프라가 부족한 점, 롯데면세점과 상권이 겹친다는 등의 이유였다.
현대백화점은 논란이 커지자 “법적 검토를 마친 뒤 정중하게 근거없는 면세점 순위표를 내려달라고 부탁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입찰경쟁이 혼전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증권사들이 다양한 분석과 전망을 쏟아내자 후보들간 신경전 또한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여러 경우의 수가 나올 수 있는데 증권사 전망이 나올 때마다 주가가 요동을 치니 후보들로서 예민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의 경우만 해도 올 상반기에만 주가가 80% 가까이 뛰었다. 신세계 주가는 지난 1월 말 15만 원대 후반을 오갔다.
그러다 면세점 입찰참여를 선언을 전후해 상승세를 나타내기 시작해 유력후보라는 증권가 전망이 나오면서 지난 22일 장중 29만7500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신세계 주가는 6월 들어서만 12% 가량 올랐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백화점과 마트 등 주력사업이 타격을 받고 있는데도 주가가 꾸준히 오름세를 보인 것이다.
증권가에서 신세계와 함께 높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 SK네트웍스도 이달 들어 11.6% 상승했다.
◆ 프레젠테이션에서 운명 갈릴 수도
관세청은 최근 후보기업들을 불러 지나친 과열경쟁을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은 지난 4월 사업자 설명회에서도 로비가 심할 경우 업체를 고발한다는 엄포를 내놓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관세청이 7월말로 예정된 심사결과 발표를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후보들에 대한 각종 이슈와 루머가 끊이지 않으면서 후유증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프레젠테이션과 질의응답은 7월 중순께 진행된다. 기업들은 프레젠테이션 결과에 따라 승부가 가려질 것으로 보고 대비에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각 후보들의 약점에 대한 돌발질문이 쏟아낼 것으로 예상된다. 프레젠테이션 시간은 5분이지만 질의응답은 최대 20분까지 주어진다. 그만큼 심사과정에서 사업계획에 미진한 부분들에 대해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댈 것으로 보인다.
입찰경쟁에 나선 한 면세업체 관계자는 “평가항목별 배점도 중요하지만 심사위원들 앞에서 최대한 강점을 부각하고 사업을 위해 철저히 대비했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중요한 관건”이라며 “예상가능한 질문들을 최대한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심사기준상 점수차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들이 입찰경쟁에서 전력투구한 결과 경영능력과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공헌도, 기업이익의 사회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 정도 부문의 점수도 엇비슷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결국 기업의 면세사업 역량과 입지선정이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