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제약회사인 삼진제약이 영업이익률 20%를 이어가며 다른 제약회사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삼진제약 공동창업자인 조의환 회장과 최승주 회장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안정적 경영이 삼진제약의 고수익 구조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상위 20개 상장 제약사들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을 살펴보면 두통약 ‘게보린’으로 유명한 삼진제약이 23.6%의 영업이익률로 제약업계 1위를 차지했다.
20개 제약바이오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인 8%를 훨씬 웃도는 것이다.
삼진제약은 2014년부터 매년 15%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내고 있고 2018년에도 영업이익률 22.9%를 보이며 제약업계에서 숨어있는 ‘알짜기업’로 불리고 있다.
삼진제약 고수익의 1등 공신은 항혈전제 제네릭(화학의약품 복제약) ‘플래리스’다.
플래리스는 항혈전제 ‘플라빅스’의 첫 번째 제네릭으로 국내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형품목이다. 삼진제약이 2018년 전문의약품(ETC)에서 거둔 매출 2135억 원 가운데 26%는 플래리스 매출이다.
삼진제약은 동화약품에 맡겼던 플래리스의 합성과 생산을 2013년부터 직접 진행하고 있다. 원료-생산-판매로 이어지는 과정을 수직계열화해 원가를 대폭 절감한 것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다른 제약사가 ‘다품종 소량생산’하는 데 반해 삼진제약은 소량의 주력품목을 대량생산함으로써 ‘규모의 경제’ 효과로 고정비를 상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진제약은 제네릭 8개 품목이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삼진제약 관계자는 “다른 제약사와 달리 상품매출(도입품목)이 없고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품목이 많아 높은 영업이익률을 내고 있다”며 “공정개선을 통한 원가절감도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조의환, 최승주 회장의 안정적 공동경영체계가 삼진제약의 고수익 비결이라는 시선도 있다.
조 회장과 최 회장은 1941년 동갑내기로 1968년 삼진제약을 공동창업한 뒤 52년째 성공적으로 동업자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두 사람은 건풍제약에 함께 입사하며 처음 만났고 ‘내 가족이 아플 때 내가 만든 약으로 치료하고 싶다’고 생각해 삼진제약을 함께 세웠다. 두 사람은 52년이란 세월동안 개인적으로 한 번도 갈등을 겪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진제약이 유명해진 것은 1979년 두통약 게보린을 내놓으면서부터다. 당시 ‘한국인의 두통약. 맞다 게보린“이라는 광고문구로 높은 인지도를 확보했는데 게보린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판매되며 올해 7월 누적 판매량이 36억 정을 넘어섰다.
조 회장과 최 회장은 그동안 안정성을 중심으로 삼진제약을 경영해왔다.
삼진제약은 창사 이래 단 한 번도 노사대립이나 인력 구조조정이 없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게다가 최근 지속적으로 차입금을 줄여나가 2018년 2분기부터는 '차입금 제로'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진제약은 50년이 넘도록 의약품제조 외길을 걸은 기업”이라며 “공동경영체계인 만큼 경영방식이 다소 보수적이라고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조 회장과 최 회장도 삼진제약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삼진제약은 최근 연구개발(R&D)에 투자를 늘리며 신약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세계 최초로 먹는 안구건조증 치료제를 개발하는 한편 항암제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도 확보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의 9.7%를 연구개발비로 사용했다.
올해 7월에는 컨슈머헬스 사업본부를 신설하고 마케팅 전문가인 성재랑 상무를 영입했다. 전문의약품 중심에서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매출을 다변화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