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비식품부문에서 구매 협상력을 발휘해 납품단가를 낮추는 방법으로 수익성 개선에 시동을 걸고 있다.
쿠팡은 공격적 투자를 계속하며 e커머스시장에서 외형을 키워왔지만 수익성 부분에서는 여전히 큰 규모의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 김범석 쿠팡 대표이사.
20일 증권가에서는 쿠팡이 영업적자를 줄이고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근본적 수익구조나 매입단가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은 2018년 1조 원이 넘는 적자를 냈고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영업손실 규모가 약 6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역시 영업손실이 조 단위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영환 키움증권 연구원은 “쿠팡은 소프트뱅크비전펀드로부터 1조 원 이상의 추가 자금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영업적자폭이 매우 큰 만큼 적자 축소 혹은 흑자전환을 위해서는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며 “현재 상황에서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이미 높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비식품부문에서 매입 단가를 낮추고 식품부문 거래액을 늘리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조 연구원은 “쿠팡은 다른 대형 유통기업들과 비교해 매출총이익률이 낮다”며 “쿠팡이 상품 매입에 협상력을 발휘해 단가를 낮추면 매출총이익률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출총이익률은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뺀 매출총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값으로 매출로부터 얼마만큼의 이익을 얻느냐를 나타내는 지표다.
2018년 기준 이마트와 홈플러스, 마켓컬리 등의 매출총이익률이 각각 28%, 30%, 27%수준을 보이는 것과 비교해 쿠팡의 매출총이익률은 약 16%인 것으로 파악됐다.
쿠팡이 상품 제조·공급사와 협상을 통해 납품단가를 낮추면 매출총이익률을 끌어올리는 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은 ‘성장’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면서도 “납품단가가 낮아지면 수익성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만큼 고객들에게 좋은 가격의 상품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단가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은 아직 식품부문에서는 대형마트 등의 구매 협상력을 따라가지 못하지만 비식품부문에서는 상품 구색이나 거래액 규모에서 대형마트를 압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쿠팡에서 판매하는 상품 품목 수는 2억 개에 이른다. 로켓배송이 가능한 상품 품목 수도 532만 개가 넘는다. 반면 대형마트의 상품 재고관리 단위는 평균적으로 5~6만 개 정도다.
최근 쿠팡이 LG생활건강, 크린랲 등으로부터 불공정행위로 신고당하는 등 잡음을 일으키고 있는 이면에는 쿠팡의 협상력 증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품 제조·공급사와 관계에서 쿠팡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힘겨루기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쿠팡은 앞서 2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크린랲과 거래에서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일축한 뒤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만드는 제조사를 직접 찾아가 대량구매를 제안하고 대량구매를 통해 절감된 비용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최저가를 제공하는 것은 유통업체가 고객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의무이지 결코 불법이 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쿠팡은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독보적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쿠팡의 올해 상반기 거래액은 7조8400억 원으로 2018년 같은 기간보다 60% 넘게 늘어났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올해 거래액 10조 원을 훌쩍 넘어서며 명실상부 e커머스업계 1위 플랫폼으로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