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탁시장의 성장성을 놓고 기대와 함께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KB부동산신탁은 올해 역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올해 3곳의 부동산신탁회사가 등장하면서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김청겸 KB부동산신탁 대표.
4일 KB금융지주에 따르면 KB부동산신탁은 상반기에 순이익 306억 원을 거뒀다.
아직 비은행 주력계열사로 꼽히는 KB증권, KB손해보험, KB국민카드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KB자산운용(257억 원), KB생명보험(165억 원), KB저축은행(99억 원), KB인베스트먼트(21억 원), KB데이터시스템(25억 원) 등 보다는 앞섰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자기자본 이익률(ROE)은 24.85%로 KB금융그룹 12개 계열사 가운데 세 번째로 높았다.
다른 금융지주 계열 부동산신탁회사와 비교해도 수익성 지표는 두드러진다. 상반기 하나자산신탁(하나금융지주), 아시아신탁(신한금융지주)의 자기자본이익률은 각각 13.17%, 3.23%였다.
지난해부터 부동산신탁시장을 놓고 정체기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KB부동산신탁은 건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지난해 전체 순이익의 65%를 벌어들였다.
KB부동산신탁은 올해부터 김청겸 대표가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KB국민은행에서 마케팅, 심사, 구조조정 리스크관리 등 여신분야 전반에서 실무경험을 두루 쌓은 여신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김 대표는 올해 경영방침을 놓고 “부동산 규제 강화, 미분양 증가 등에 따라 커진 시장 불확실성,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는 경영환경에 대비하는 시스템을 만들면서 동시에 다양한 전략으로 꾸준한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신탁·리츠 등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새로운 영역 발굴에도 주력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다만 올해 안에 3곳의 부동산신탁회사가 출범하면서 KB부동산신탁이나 하나자산신탁 등 금융지주 계열 부동산신탁회사의 수익성이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7월 말 대신증권의 대신자산신탁이 공식 출범한 데 이어 올해 안에 한국투자금융지주의 한국투자부동산신탁, 신영증권의 신영부동산신탁도 출범을 앞두고 있다.
세 회사 모두 당분간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가 주력하고 있는 관리형 신탁사업에 힘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부동산신탁회사는 2년 동안 사업 위험성이 높은 차입형 토지신탁에 진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신탁회사의 주요 수입원은 크게 관리형 토지신탁과 차입형 토지신탁으로 나뉜다. 관리형 토지신탁은 신탁회사가 아닌 위탁자나 시공사가 사업비를 제공하는 반면 차입형 토지신탁은 부동산신탁회사가 공사비 등의 사업비를 직접 조달하는 방식으로 신탁회사의 책임이 커진다.
신규 사업자들이 관리형 토지신탁에 진출하면 이 부문에서 수수료 인하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차별화된 사업을 펼치기 어려운 만큼 결국 가격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KB부동산신탁과 하나자산신탁은 관리형 토지신탁 중에서도 책임준공형사업에서 주로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이 부문에서도 경쟁이 과열될 가능성이 높다.
책임준공형사업은 시공사가 채무불이행 등으로 준공의 의무를 마무리하지 못했을 때 부동산신탁회사가 대신 책임을 지는 방식으로 자금조달과 금리 측면에서 신용도가 높은 회사가 유리하다.
신규 부동산신탁회사들은 대부분 신용도가 높은 증권사의 자회사인 만큼 책임준공형사업에서도 금융지주 계열 부동산신탁회사에 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신영증권과 대신증권,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신용등급은 ‘AA-(안정적)’이다.
조성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책임준공방식의 관리형 토지신탁 비중이 높은 KB부동산신탁과 하나자산신탁 등 은행계 부동산신탁회사들은 단기적으로 다소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들은 소속 금융그룹에 기댄 높은 신용도와 선호도를 활용해 책임준공방식 관리형 토지신탁을 적극적으로 수주했기에 경쟁자가 늘어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KB부동산신탁은 지난해 차입형 토지신탁 13건, 책임준공방식 관리형 토지신탁 50여 건을 담당했다. 책임준공방식 관리형 토지신탁이 수수료수입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기존 부동산신탁회사들이 그동안 확보해 둔 고객사 네트워크나 신뢰도가 탄탄한 만큼 새 부동산신탁회사가 시장 점유율을 단번에 뺏기는 어렵다는 시선도 있다.
부동산신탁업계의 한 관계자는 “책임준공형사업은 좋은 거래를 발굴하는 직원의 영업능력과 사업관리 능력을 두루 갖춰야 하는 분야”라며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업계에서 높은 신뢰도를 쌓은 기존 부동산신탁회사들이 지닌 장점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