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이 2일 춘추관에서 연 브리핑에서 일본에 강력한 대응의지를 밝혔다. <연합뉴스> |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배제조치를 놓고 일본에 대한 가마우지 경제체제의 고리를 끊는 기회로 삼겠다고 단호한 의지를 보였다.
다음은 김 차장은 2일 춘추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말한 전문이다.
우리 정부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오늘 각의 결정을 통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배제키로 결정하였습니다.
일본의 오늘 결정은 G20 오사카 정상회의 시 일본이 스스로 언급한 자유무역주의 원칙에 위배됩니다. 또한, 일본의 오늘 조치는 1194개에 달하는 핵심 소재 및 부품에 대한 사실상의 수출규제를 우리에게 가함으로써 한국의 미래 성장을 저해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실망스러우며, 양국의 미래 관계를 생각했을 때 진심으로 안타깝고 우려가 됩니다.
기술과 기업이 국가발전의 기본원리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수출이 증가하면 할수록 일본으로부터 핵심 소재와 부품 수입이 동시에 증가하는 가마우지 경제체제로부터 이제는 탈피해야 합니다. 만약 20년 전에 일본이 오늘의 조치를 우리에게 취했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는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해 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우선, 국내 산업적 측면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핵심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 환경 규제와 노동 규제와 관련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R&D 투자도 대폭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또한, 이러한 정책에 관여하는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을 방지하기 위해 이들에 대한 정책감사도 면제해야 합니다. 우리 기업들이 해외 기술기업에 대한 M&A(인수합병)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는 적극 지원해 나갈 것입니다. 아울러, 우리의 우수한 해외 기술인력이 국내로 유입될 수 있도록 정부가 장려책을 시행하는 데도 적극 나설 것입니다.
또한, 대기업은 상생 차원에서 우리 중소기업 제품들을 더 많이 구매해주고, 역량을 갖춘 부품·소재 중소기업들이 성장하여 기술 독립을 이룰 수 있도록 상생의 환경생태계 조성에 기여해야 합니다.
이러한 조치들은 국내 기업들로 하여금 핵심 소재 및 부품 분야에 대한 신규투자에 있어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라는 확신을 주게 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이번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인한 영향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부는 대기업, 중소기업, 그리고 국민들과 힘을 합쳐 이번 위기를 일본에 대한 가마우지 경제체제의 고리를 끊는 기회로 삼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박정희 대통령의 ‘중화학 공업화 정책선언’으로 많은 제조업 분야에서 일본의 절대우위를 극복했습니다.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의 ‘소재 부품산업 육성 전략’으로 부품산업 발전의 발판을 마련하였습니다. 정부는 이번에 직면한 어려움을 소재·부품·장비 강국으로 발돋움 하는 기회기 되도록 적극 활용해 나갈 것입니다.
동북아 지역은 역사적으로 항상 소용돌이 속에 있어 왔습니다. 최근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와 주변 열강의 자국 우선주의 외교정책에 따라 우리 외교는 많은 도전에 직면에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 우리의 근현대사를 돌이켜 보면 하루라도 편안한 날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임오군란, 갑신정변, 청일전쟁, 아관파천, 카쓰라-태프트 밀약, 을사늑약, 한일강제병합 등 어려운 상황들을 극복한 국가로서 이제 우리는 세계 12위의 경제 대국과 역동적인 민주주의를 동시에 실현한 세계 최초의 국가로 우뚝 섰습니다.
오늘 우리가 직면한 위기도 충분히 극복해 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룬 성취를 더욱 가속화하기 위해 우리 기업들간 상생 생태계 구축을 통한 기술 발전을 이루어 내겠습니다.
지금의 세계는 다자 차원의 국제분업 체계로부터 자국 중심주의로 전환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우리도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는 경제안보 역량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우리는 일본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있어 주요 구성원으로 보고 남북 정상회담 등 계기에 납북 일본인 문제는 물론 북일 수교와 관련한 일측 입장을 북측에 전달하는 등 일본을 적극 성원하였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우리의 평화프로세스 구축 과정에서 도움보다는 장애를 조성하였습니다. 일본은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한미연합훈련 연기를 반대했으며,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이 진행되는 와중에서도 제재·압박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 국민의 전시대피 연습을 주장하는 등 긴장을 조성하기도 했습니다. 초계기 사건에서 보듯이 일본은 한일간 협력을 저해하는 환경을 조성하기도 하였습니다.
일본이 지향하는 평화와 번영의 보통국가의 모습이 무엇인지 우리는 한번 신중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강제징용 문제 등 일본과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일본에 대해 지속적으로 대화를 제의했으나, 일본은 이러한 우리의 노력에 대해 번번이 사실 왜곡과 거부로 일관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근거조차 모호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지 협의해 보려는 우리의 노력은 지난 달 일본에서 한미일 고위급협의를 갖자는 미측 제의로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이에 동의했으나 일측이 거절하면서 무산되었습니다.
일측이 문제 삼은 한일 양국의 수출통제 제도의 국제기구 검증 제안(7.12)에 대해서도 일측은 거부하였습니다. 산자부-경산성 담당 국장간 협의 요청(7.16)도, 그리고 WTO 일반이사회에서의 수석대표간 1:1 대화 제안(7.24)에 이어 RCEP 장관회담 제안(7.27) 등 수출통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 제의에도 일본은 일절 응하지 않았습니다.
어제 방콕에서 어렵게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개최되었습니다만, 일본이 기존 입장을 반복함에 따라 별 성과없이 종료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왜 우리가 보다 적극적으로 특사 파견을 하지 않느냐고 비판 하기도 했습니다. 이미 우리 정부 고위 인사의 파견은 7월 중 두 차례 있었습니다. 우리측 요청에 따라 고위 인사가 일본을 방문하여 일측 고위인사를 만났습니다.
당시 우리측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우리 입장을 제안하는 데 왜 8개월이나 걸려야 했는지에 대해 소상히 설명하고, 일측이 요구하는 제안을 포함하여 모든 사안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논의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도 전달하였습니다.
한일 갈등을 해결코자 하는 노력에 최근 미국도 동참하였습니다. 일시적으로 추가적인 상황 악화 조치를 동결하고 일정기간 한일 양측이 외교적 합의 도출을 위해 노력할 것을 제안하는 소위 현상동결합의(standstill agreement) 방안이 제시되기도 하였습니다. 우리측은 이러한 방안에 대하여 긍정적인 입장을 갖고 일본과의 협의를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양국간 수출통제 제도에 대한 설명과 정보 공유를 위해 양국간 협의를 조기에 개최할 것을 재차 제안했고 또한 그간 일본 정부가 지난 3년간 양국간 수출통제협의회가 개최되지 않은 것을 이유로 제시한 데 대해 그것이 우리측의 고의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설명하였으나, 유감스럽게도 일측은 우리측 제안을 즉각적으로 거부했습니다. 그리고 일측은 현상동결합의 방안에 관해서도 즉각적인 거부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지속적인 외교적 해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양국간 신뢰 관계 손상, 전략물자 밀반출, 수출규제 관리 등 이유를 계속 바꾸어 가며, 결국 오늘 백색국가에서 우리를 배제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했던 우리를 안보상의 이유를 핑계로 동 리스트에서 배제한 것은 우리에 대한 공개적인 모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윈스턴 처칠은 생전에 “싸워본 나라는 다시 일어나도, 싸우지도 않고 항복한 나라는 다시 일어나지 못한다” 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정부는 우리에 대한 신뢰 결여와 안보상의 문제를 제기하는 나라와 과연 민감한 군사정보 공유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를 포함하여 앞으로 종합적인 대응 조치를 취해 나갈 것입니다.
우리 역사는 우리가 위기상황에 직면할 때마다 이를 슬기롭게 헤쳐나간 저력을 있음을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저력은 무엇보다 국민 여러분의 지지와 결집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어려운 시기이나 분명히 우리는 할 수 있고 또 반드시 해 낼 것입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