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허 카젬 한국GM 대표이사 사장이 9월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트래버스’ 출시를 앞두고 소비자 요구를 파악하기 위한 시장조사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GM은 올해 상반기 자동차 판매가 지난해보다 크게 줄었는데 ‘판매 부진’이라는 늪을 벗어나기 위해 트래버스 흥행이 절실한 만큼 출시에 앞서 판매전략을 세우는 데 힘을 쏟는 것으로 보인다.
18일 한국GM에 따르면 트래버스 잠재고객을 대상으로 옵션 장착 등을 놓고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입 판매하는 차량은 국내 생산된 차량과 달리 옵션을 미리 장착해 들여와야 하는 만큼 소비자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리스크를 줄이고 제품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국GM은 쉐보레 고객에게 문자로 설문조사에 참여할 수 있는 링크를 발송했는데 이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트래버스 악세서리 설문조사’ 페이지가 나온다. 이 페이지에는 옵션내용과 임의로 정한 가격이 공개돼 있다.
조사항목만도 루프랙이나 사이드 스텝 장착 여부, 블랙그릴 선택 여부, 트렁크 바닥에 까는 매트 재질 등 22개나 된다. 소비자의 취향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세세한 문항을 둔 것으로 보인다.
한국GM은 이 설문조사 외에도 트래버스 적정가격을 묻는 설문조사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정보 유출을 우려해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GM 관계자는 “트래버스는 굉장히 중요한 차량”이라며 “옵션이나 가격을 정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젬 사장은 차량 출시 전 마케팅전략을 수립하는 단계에서부터 소비자의 요구와 눈높이를 정확히 파악해야지만 흥행에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중형 SUV 이쿼녹스와 전기차 볼트EV 등을 수입해 판매했을 때의 쓰라린 경험도 작용한 듯하다.
지난해 한국GM은 전기차 볼트EV가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끌었음에도 물량 확보에 실패해 수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 결과 국산차인 현대자동차의 코나보다 소비자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지난해 전체 판매량에서는 코나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이쿼녹스는 출시되자마자 소비자 사이 ‘비싸다’는 인식이 굳어지면서 아직까지도 판매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카젬 사장은 트래버스 흥행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5년 동안 신차 15종을 내놓겠다는 약속에 따라 신차를 줄줄이 내놓고 있지만 흥행에 성공한 차량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트래버스는 소비자로부터 높은 기대를 받아온 만큼 내수에서 위축된 한국GM의 존재감을 되살려 줄 ‘반전카드’가 될 잠재력도 다분하다.
카젬 사장은 강력한 경쟁차로 꼽히는 현대자동차의 팰리세이드가 물량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반사이익도 기대할 수 있다. 펠리세이드를 사전예약했다가 대기 시간이 길어져 예약을 취소한 이들만도 2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카젬 사장은 한국GM에 달라붙던 ‘철수설’이라는 꼬리표를 완전히 떼내기 위해서라도 내수판매 회복이 절실하지만 아직까지 눈에 띠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는 철수설이 한창 불거졌던 2017년 11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철수설을 불식하려면 흑자전환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GM은 올해 상반기에 국내에서 자동차를 지난해보다 16.2% 감소한 3만5598대 팔았다. 지난해 월평균 판매량은 7700대인데 올해 들어 단 한번도 월별 판매량이 7천 대를 넘지 못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