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철 두산밥캣 대표이사 사장이 지속되는 오버행(매도 대기물량) 문제로 큰 부담을 안고 있다.
계열사 두산중공업이 자금 확보를 위해 증권사에 넘겼던 두산밥캣 주식이 올해 안에 대량으로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 회사의 기초체력을 튼튼히 다지고 성장 가능성을 내보여 오버행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 박성철 두산밥캣 대표이사 사장.
11일 두산밥캣에 따르면 최근 싱가폴과 홍콩에서 해외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기업설명회를 열고 장단기 사업방향을 홍보한 것은 견고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알리기 위한 것이다.
두산밥캣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이 엮여있는 오버행 문제에 두산밥캣이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며 “언제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주가가) 쉽게 흔들리지 않도록 실적을 개선하는 데 집중할 뿐”이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은 2018년 8월 보유하고 있던 두산밥캣 주식 전량(10.6%)을 주가수익스왑(PRS) 방식으로 증권사에 매각해 현금 3681억 원을 확보했다.
두산중공업이 맺은 계약의 정산시점은 계약일로부터 1년이 되는 올해 8월29일이다. 계약당사자인 두산중공업과 증권사는 새로운 합의에 따라 계약을 연장하거나 두산밥캣 지분의 일부 혹은 전부를 시장에 내놓고 계약을 완전히 청산할 수 있다.
합의내용에 따라 두산밥캣 전체 주식의 최대 10%가 시장에 매물로 쏟아질 수 있는 셈이다.
이런 오버행 문제는 투자자들에게는 장애물로 작용해왔다. 일각에서는 두산밥캣이 지난해에 이어 1분기에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주가가 1년 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무는 것은 오버행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기업설명회에서도 해외 투자자들은 오버행 이슈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장은 2013년부터 두산밥캣을 이끌어 두산밥캣이 두산그룹의 효자계열사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공을 세운 만큼 실적에 미치지 못하는 주가가 답답할 수 있다.
두산밥캣 주가가 두산중공업이 증권사와 정산해야 할 금액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점도 박 사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두산중공업은 현재 두산인프라코어를 통해 두산밥캣을 지배하고 있다.
주가수익스왑 계약은 매각기준가보다 정산시점의 주가가 높거나 낮으면 차액을 주식 매도자와 주식 매수자가 현금으로 정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두산밥캣 주가가 정산시점에 매각기준가 3만4800원보다 높으면 두산중공업이 이익을 보고 반대로 낮으면 손해를 보는 구조다.
두산밥캣 주가는 11일 현재 종가 기준으로 3만5350원으로 매각기준가보다 550원가량 높다. 하지만 5월 말만 해도 3만2천 원을 밑돌았던 지라 향후 방향성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
두산중공업은 정부의 탈원전기조와 자회사 두산건설의 경영난 등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어 계약 정산시점이나 방식과 관련해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밥캣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이후 지속해서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음에도 그룹 계열사가 안고 있는 고민을 함께 떠 안고 있는 셈이다.
다만 장단기적으로 두산밥캣 실적은 지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두산밥캣의 2분기 실적은 높아진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할 것”이라며 “하반기 신제품을 출시하고 인도, 미국 농기계 시장 등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는 등 성장 가능성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고 바라봤다.
두산밥캣 관계자는 “올해 들어 배당금을 1200원으로 높이고 차입금도 조기 상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4분기 연속 영업이익을 1천억 원 이상 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며 “앞으로도 지금까지처럼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