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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매니지먼트, 삼성물산 이어 삼성전자 노리나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5-06-09 17:5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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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엇매니지먼트, 삼성물산 이어 삼성전자 노리나  
▲ 폴 싱어 엘리엇 매니지먼트 CEO

삼성그룹과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대결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을 결의할 수 없도록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과거 여러 나라에서 소송을 벌였던 사례를 들어 이번 분쟁을 길게 끌고 갈 것으로 관측된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에 이어 삼성전자를 노리고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9일 삼성물산과 이사진에 대한 주주총회결의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법적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보도자료를 통해 “합병안은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며 불법적”이라고 주장한 뒤 “이를 진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적절차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주가를 끌어올린 뒤 투자차익을 챙기고 손을 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소송에 착수함에 따라 분쟁이 금방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다음달 17일 임시주주총회는 열릴 수 없다. 삼성물산은 다시 이사회를 열어 주총소집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 엘리엇매니지먼트, 일찍 끝낼 마음 없다

일단 엘리엇매니지먼트는 가처분소송으로 시간을 번 뒤 우호지분을 늘려 주총에서 합병반대에 나서려는 의도로 보인다.

만약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의도대로 되지 않고 합병안이 주총에서 통과한다고 해도 엘리엇매니지먼트는 또다시 주총결과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어찌됐든 분쟁국면의 장기화 가능성이 크다.

폴 싱어 엘리엇 최고경영자는 하버드 법대를 나온 법률·소송 전문가로 국제 금융계는 물론이고 법조계에도 상당한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처음부터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장기 소송전을 노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물산 주가는 9일 전일 대비 3.55% 하락한 6만8천 원을 기록했다. 이틀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엘리엣매니지먼트는 6만3천 원에 삼성물산 주식을 취득했는데 현 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차익은 많지 않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단기차익을 노린 것이 아니라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더욱 힘이 실린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 지분 매입액 6천억~7천억 원을 몇 년간 회수하지 않아도 될 만큼 규모가 크다”며 “10~20%의 작은 차익을 노리고 싸움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운용자산은 220억 달러로 행동주의 헤지펀드중 칼 아이칸 다음으로 큰 규모다.

김 소장은 “엘리엇이 주주로서 상법상 제기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사태를 장기전으로 끌고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승계 과도기, 삼성전자를 노리고 있나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소송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 투자자-국가간 분쟁 중재심판(ISD) 제도를 이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ISD는 해외투자자가 대상국가의 법이나 정책으로 피해를 볼 경우 국제중재를 통해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엘리엇매니지먼트, 삼성물산 이어 삼성전자 노리나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한미FTA협정에 ISD조항이 포함돼 있어 ISD의 중재는 국내법에 우선한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주가를 기준으로 된 국내법의 합병비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경우 ISD가 자산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정하는 외국기준에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국내소송에서 삼성그룹이 엘리엇매니지먼트를 이긴다 해도 엘리엇이 ISD로 끌고 갈 경우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에 이어 지배구조가 취약한 다른 삼성계열사를 노리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특히 엘리엇매니지먼트가 궁극적으로 삼성전자의 경영권을 얻으려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가치가 저평가돼 있고 최대주주 지분율도 높지 않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해 양쪽에서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면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더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상당히 취약한 편”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으로 경영승계가 이뤄지는 과도기를 노려 분쟁을 제기한 것은 단순히 투자이익을 얻겠다는 생각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 표대결 향방 가를 지분매입 종료

다음달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매입 기한이 9일로 마감됐다.

그러나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지분보유를 공시한 이후 9일까지 매수한 지분은 의결권을 얻지 못한다.

하지만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우호세력을 동원해 지분을 늘렸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일부터 9일까지 6거래일 동안 특정 투자자 한 곳이 삼성물산 지분 1.8%를 집중적으로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투자자가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우호세력일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세력이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지분보유 공시 이후 4거래일 동안 사들인 삼성물산 주식은 294만6381주로 2천억 원이 넘는 규모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이 기간에 각각 2012억 원, 156억 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해 대조적이었다.

연기금은 9일 삼성물산 주식 7억1494만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삼성물산 합병 발표 이후 11거래일 동안 연기금이 취득한 삼성물산 주식은 총 2342억 원이며, 지분으로 따지면 2.13% 규모다.

연기금 가운데 국민연금 비중이 60%로 가장 높은 점을 감안하면 최대주주(지분 9.79%)인 국민연금이 지분을 추가로 확보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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