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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현의 3년 프로젝트, 100조짜리 SK텔레콤 만들기

서정훈 기자 seojh85@businesspost.co.kr 2015-06-09 11:3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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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동현의 3년 프로젝트, 100조짜리 SK텔레콤 만들기  
▲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은 SK텔레콤을 '차세대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시켜 2018년까지 기업가치 100조 원 기업으로 키워내겠다고 선언했다. <뉴시스>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이 흔들리는 SK텔레콤을 다잡기 위해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국내 이동통신 1위 SK텔레콤의 현실은 심상치 않다.

SK텔레콤은 13년 동안 지켜오던 이통시장 점유율 50%가 무너진 것을 시작으로 올해 1분기 실망스러운 실적을 냈다.

장 사장은 SK텔레콤을 통신사업 전반을 아우르는 플랫폼사업자로 진화하는 방향을 내놓았다. 이를 통해 2018년까지 SK텔레콤과 자회사들의 기업가치를 100조 원으로 끌어 올리겠다고 밝혔다.

장 사장은 '젊은 CEO'의 과감함으로 SK텔레콤을 바꿔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장 사장이 내놓은 '기업가치 100조 원'으로 가는 길목에 만만찮은 걸림돌도 많다.

◆ 삐걱거리는 SK텔레콤

‘통신공룡’ SK텔레콤이 흔들리고 있다.

SK텔레콤은 3월 이동통신시장 점유율이 50.1%에서 49.6%로 떨어졌다. 이는 2002년 신세기이동통신과 합병한 뒤 무려 13년 만에 일이다.

더욱 시장에 충격을 준 것은 SK텔레콤이 ‘점유율 50%’를 맞추기 위해 외국인 등 ‘허수고객’을 포함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SK텔레콤은 금방 점유율 50%를 회복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점유율은 49% 선에 머물러 있다.

SK텔레콤은 불법으로 규정된 ‘선불폰 무단개통’으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300억 원대 과징금 처분도 기다리고 있다.

이 때문에 SK텔레콤은 당분간 방통위와 경쟁회사들의 눈치를 살피며 점유율 경쟁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올해 1분기 매출 4조2403억 원과 영업이익 4026억 원을 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0.9%, 영업이익은 59.6%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SK텔레콤의 1분기 경영실적은 시장의 기대치를 만족하지 못했다. 흑자가 늘어난 것도 영업을 잘 해서가 아니라 마케팅 비용이 줄어든 덕을 본 것이다.

SK텔레콤 자회사들이 1분기에 내놓은 경영실적도 기대를 밑돌았다.

SK텔레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는 48억 원, SK플래닛은 137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SK커뮤니케이션즈도 34억 원의 영업손실을 입어 적자가 14분기 연속 이어지고 있다. SK텔레콤 차이나홀딩스, 피에스앤마케팅 등도 순손실을 내고 있다.

그나마 알뜰폰사업자인 SK텔링크와 아이리버가 각각 113억 원과 2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장동현 사장도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1분기 너무 많은 일들이 연달아 터졌다”며 SK텔레콤이 힘든 시기를 보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아직 견고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예전처럼 시장에서 독주한다는 느낌은 사라졌다”며 “LTE사업 경쟁에서 LG유플러스에 밀리고 고객 1인당 월 평균 수익(ARPU)도 이통3사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SK텔레콤이 자칫 장기부진 상황에 빠질까 우려된다는 것이다.

  장동현의 3년 프로젝트, 100조짜리 SK텔레콤 만들기  
▲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 조직 긴장감 높이는 장동현


장동현 사장은 이런 SK텔레콤을 바꾸기 위해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3월부터 ‘특별퇴직’으로 이름붙인 명예퇴직을 실시해 모두 400여 명의 인력을 구조조정했다. 이는 SK텔레콤 전체 임직원의 약 10%에 해당한다.

SK텔레콤은 이통3사 가운데 직원 숫자가 가장 적다. 이 때문에 장 사장의 이런 결정이 무리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내부에서 나오기도 했다.

장 사장도 이런 불만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장 사장이 인력구조조정을 단행한 데는 다른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직원들을 좀 더 긴장하게 만들고 싶은 것이다.

장 사장은 지난 4월 열린 임직원 간담회에서 “마케팅 등 일부 부서는 인원이 줄어 업무가 더 힘들어 질 것”이라며 “남은 인원들이 긴장감을 갖고 업무에 임한다면 더욱 효율적 일처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독려했다.

장 사장은 SK브로드밴드를 완전 자회사로 흡수하기로 한데 이어 SK플래닛의 ‘클라우드 스트리밍’ 사업도 분사해 완전 자회사로 삼기로 결정했다.

클라우드사업은 SK텔레콤뿐 아니라 IT기업 전체가 관심을 갖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다.

이 때문에 장 사장이 규모에 관계없이 가능성이 보이는 사업이라면 SK텔레콤이 직접 관리해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될 만한 사업에 힘을 더 실어 SK텔레콤 조직에 일하는 분위기를 확산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다는 것이다.

◆ 기업가치 100조 원 가능한가

장 사장은 “2018년까지 SK텔레콤과 자회사들의 기업가치를 100조 원 규모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물론 만만치 않는 목표다.

SK텔레콤의 현재 기업가치는 21조 원 수준이다. 곧 SK텔레콤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인 SK브로드밴드의 기업가치는 1조2천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비상장 계열사인 SK플래닛이 기업공개(IPO)에 나서더라도 그 가치는 장 사장의 기대보다 낮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밖에도  SK커뮤니케이션즈 등 자회사의 부실도 기업가치를 키우는 데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장 사장이 내세운 핵심전략은 SK텔레콤을 차세대 플랫폼사업자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장 사장은 “2018년까지 목표달성을 위해 SK텔레콤을 차세대 플랫폼사업자로 변화시켜 이동통신사업의 성장정체를 극복하겠다”고 말했다.

차세대 플랫폼은 통신사업을 기반으로 개발자들을 끌어 모으는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하고 고객의 심층적 요구사항를 충족하는 혁신적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장 사장은 “콘텐츠와 커뮤니티, 커머스가 연계되는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다양한 고객욕구에 부합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장 사장은 이를 위해 네이버, 다음등 플랫폼사업의 강자와 제휴도 고려하고 있다.

장 사장의 이런 전략은 이미 구체화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연말 개발을 끝낸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모비우스’다.

모비우스는 기업간(B2B) 거래뿐 아니라 스마트 웨어러블 기기 등 소비재 영역의 사물인터넷기기를 지원하는 개방형 플랫폼이다. SK텔레콤은 스마트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한 건강관리(헬스케어) 사업을 이미 시작했다.

장 사장은 ‘스마트홈’ 사업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SK텔레콤은 귀뚜라미 보일러 등과 연계해 스마트폰으로 제어가 가능한 보일러, 제습기, 도어락 등의 제품을 선보이고 이를 가전용품 전체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장동현의 3년 프로젝트, 100조짜리 SK텔레콤 만들기  
▲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이 지난 3월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5'에 참가해 로봇인형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 SK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SK텔레콤


SK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SK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장 사장의 목표달성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장에서 SK텔레콤이 완전 자회사로 흡수하기로 결정한 SK브로드밴드와 결국 합병할 것이라는 전망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진 IPTV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SK텔레콤과 합병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또 SK텔레콤이 지분 20.1%를 보유해 자회사로 두고 있는 SK하이닉스가 SK그룹의 직속 자회사로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SK그룹이 SK텔레콤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해 투자회사를 지주회사와 합병해 SK하이닉스를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지배구조 개편은 장 사장이 제시한 ‘2018년 기업가치 100조 원’ 로드맵을 꼬이게 할 수도 있다. 장 사장은 “2020년이 원래 목표였지만 5~6년 가는 것보다 3~4년 안에 승부를 봐야한다”며 속도전을 예고했는 데 SK텔레콤이 지배구조 개편에 휘말릴 경우 동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장 사장은 증권가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이런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가 단지 예상일 뿐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장 사장은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잘라 말했다.

◆ '젊은 CEO' 장동현의 과감함

장동현 사장은 올해 53세로 이통3사 CEO 가운데 가장 젊다. 황창규 KT 회장과 무려 10살이나 차이난다.

장 사장은 4월 기자간담회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게 익숙하지 않아 긴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장 사장이 ‘젊은 CEO'의 감각을 내세워 SK텔레콤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바꾸는데 성공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최근 이통시장의 화두로 떠오른 ‘데이터 중심 요금제’ 경쟁에서 SK텔레콤이 기존과 달리 이통3사 가운데 가장 공격적 전략을 들고 나온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은 KT, LG유플러스와 달리 모든 데이터 중심 요금제 구간에서 유무선 통화를 무료로 제공하고 비슷한 가격대에 KT와 LG유플러스보다 데이터를 20% 더 얹어줬다.

그 결과 SK텔레콤은 9일 현재 이동통신시장에서 데이터 중심 요금제에 가입한 전체고객 210만 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16만 명을 확보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은 그동안 KT와 LG유플러스보다 보수적 전략을 들고 나오는 기조를 유지했다”며 “하지만 데이터 중심 요금제 경쟁에서 보여준 과감한 전략은 확실히 이전과 달라진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모습이 장동현 사장 체제에서 SK텔레콤이 변하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라는 것이다.

장 사장은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9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을 시작으로 SK플래닛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을 역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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