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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 마른 KCGI, 강성부 '토종행동주의' 걸고 한진칼과 장기전 가나

최석철 기자 esdolsoi@businesspost.co.kr 2019-07-03 16:3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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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가 델타항공의 ‘깜짝 등장’ 이후 추가 지분 매입을 위한 자금은 물론 기존에 빌린 주식담보대출을 갚을 돈을 마련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만 강성부 KCGI 대표가 ‘토종 행동주의 펀드’를 전면에 내걸고 한진그룹을 겨냥했던 만큼 경영권 확보에서는 한발 물러나더라도 대주주로 남아 그룹 지배구조와 관련된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 돈 궁해지는 KCGI, 한진칼 추가 지분 매입은 커녕 대출 갚기에도 빠듯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CGI는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입할 자금을 확보하기는커녕 기존에 빌렸던 주식매입자금을 갚을 돈을 마련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돈줄' 마른 KCGI, 강성부 '토종행동주의' 걸고 한진칼과 장기전 가나
▲ KCGI 로고.

7월 말 새 유한회사인 ‘캘거리홀딩스’ 설립등기를 마친 뒤 고액 개인자산가를 대상으로 추가로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사들이기 위한 자금을 모집했지만 델타항공의 ‘깜짝 등장’ 이후 자금 모집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델타항공이 6월20일 한진칼 지분 4.3%를 사들인 뒤 열흘 만에 한진칼 주가가 25% 가까이 급락하면서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KCGI가 기존에 한진칼 지분을 사들이며 증권사 등에 빌렸던 주식담보대출 만기도 줄줄이 다가온다.

미래에셋대우에게 빌렸던 200억 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 만기가 7월22일에 끝난다. 미래에셋대우는 앞서 6월에 200억 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았다. 

이 밖에 9월에는 KTB투자증권에서 빌린 주식담보대출, 11월에는 KB증권 주식담보대출 만기가 각각 만료된다.

증권사들은 만기연장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지만 앞서 미래에셋대우 사례와 델타항공의 등장 등을 감안하면 만기를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6월 중순까지만 해도 KCGI가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사들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자금 마련에 애를 먹으면서 대출상환을 위해 한진칼 지분을 매각해야하는 처치까지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KCGI가 이런 상황을 반전하기 위해 델타항공에 두 번에 걸쳐 한진칼 지분 매입 의도를 밝히라고 요구했지만 델타항공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상황은 KCGI에게 점차 불리해지고 지고 있다.

◆ 강성부, ‘토종 행동주의 펀드’로서 중장기전 '정공법' 선택하나

현재 수준에서 KCGI가 한진칼 지분을 매각하면 최소한 원금 수준은 회수할 수 있다. 하지만 주주 행동주의를 앞세웠던 만큼 지분을 무작정 팔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돈줄' 마른 KCGI, 강성부 '토종행동주의' 걸고 한진칼과 장기전 가나
▲ 강성부 KCGI 대표.

KCGI가 지금 지분 매각을 결정한다면 단기적 수익을 쫓는 다른 헤지펀드와 차이점을 보여주기 어렵다. 

강성부 대표는 국내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을 이끌어내 기업가치를 키워 수익을 얻겠다며 2018년 8월 KCGI를 세워 독립했다.

KCGI 이름도 ‘한국 기업 지배구조 개선(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에서 따왔다. 

강 대표가 국내펀드 가운데 처음으로 주주 행동주의를 내걸었던 만큼 단순 시세차익을 노리기보다 ‘정공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별다른 수익조차 얻지 못한 채 지금 한진칼에서 발을 빼게 되면 앞으로 KCGI가 ‘주주 행동주의’를 내걸고 투자자를 대상으로 자금을 모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KCGI가 들고 있는 한진칼 지분을 적정가격에 사들일 매입자를 당장 찾는 것도 쉽지 않다.

KCGI가 비록 한진칼 경영권을 확보하기엔 어렵겠지만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도덕성과 지배구조 문제점 등을 계속 파고들며 장기적으로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강 대표는 KCGI 펀드의 만기를 10~14년으로 잡고 애초에 한진그룹 경영권 장악보다는 지배구조와 관련된 의견을 내겠다는 태도를 보이며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담은 주주 제안서 등을 내놓았다.

KCGI는 지난해 11월 한진칼 지분을 처음 사들인 뒤 “KCGI는 언론에서 이슈화되고 있는 한진칼 경영권을 겨냥한 위협보다는 한진칼의 주요주주로서 경영활동 감시 및 견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강 대표는 내년 3월 주주총회를 겨냥해 한진칼 지분 15.98%를 보유한 주주로서 꾸준히 한진그룹 지배구조와 관련된 문제점을 주주들에게 알리며 여론전을 통해 우군을 확보하는 것과 동시에 추가로 자금을 마련할 수단을 찾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와 함께 앞으로 한진그룹과 델타항공 사이가 벌어지거나 델타항공의 한진칼 추가 지분매입 과정에서 차질이 빚어지는 등 다시 KCGI가 적극적 공세를 펼칠 틈이 생기기를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델타항공은 아직 한진그룹 지배구조와 관련해 구체적 목소리를 내지 않은 데다 실제로 사들인 한진칼 지분은 4.3%에 불과한 만큼 한진칼의 '백기사'로 단정짓기도 어렵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초 주주총회에서 KCGI는 한진칼 지분 12.8%만 들고 있으면서도 10%가 넘는 다른 주주들을의 지지를 얻어내는 성과를 거뒀다”며 “아직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갑질’과 ‘경영복귀’ 등 겨냥할 이슈가 남아있는 만큼 강 대표는 주주 행동주의 펀드로서 행보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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