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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맥스:분노의 도로' 스틸이미지 |
‘희망 없는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위해 나아가야 할 곳은 어디인가.’
영화 ‘매드맥스:분노의 도로’(매드맥스4)가 던지는 물음이다. 매드맥스4는 핵전쟁으로 문명이 파괴된 디스토피아를 그린다.
조지 밀러 감독은 희망을 녹색의 땅 어딘가에서 찾지 않는다. 그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곳을 바로 ‘지금-여기’라고 지시한다.
매드맥스4의 흥행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 2일 기준 관객 300만 명을 돌파했으며 예매순위에서도 여전히 1~2위를 다투고 있다.
매드맥스4의 흥행은 전편의 흥행덕분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1979년 1편을 시작으로 1985년 3편이 나왔으니 30년 만에 관객들을 만난 것이다.
20대에 매드맥스 시리즈를 즐겼던 이들은 이미 50대의 중년에 접어들었다. 1~3편까지 주연을 맡았던 멜 깁슨이 나이가 너무 들어 더 이상 ‘맥스’를 연기할 수 없어 '젊은' 톰 하디에게 넘겨준 것도 세월 탓이다.
하지만 올해 70세인 밀러 감독은 4편을 통해 노익장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영화사에서 이처럼 오랜 시간을 두고 제작된 시리즈물을 한 사람이 감독한 것도 드문 일이다.
밀러 감독은 호주 퀸즈랜드의 시골에서 태어나 멜버른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그는 대학에서 우연히 영화특강을 공부하고 영화에 빠졌다. 대학졸업 뒤 구급전문 수련의가 된 뒤에도 시나리오를 쓰고 저예산 영화를 만들었다.
매드맥스가 원래 시리즈물이었던 것은 아니다. 저예산영화에 불과했던 1편이 대대적 성공을 거두면서 시리즈물로 진화한 것이다.
밀러 감독은 10대 시절 친구 2명을 자동차 사고로 잃은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매드맥스를 탄생시켰다.
매드맥스는 1편부터 4편에 이르는 동안 배경이나 등장인물이 바뀌지만 하나의 이미지가 관통한다.
아포칼립스적인 황량한 이미지와 그에 대비되는 강렬한 액션이다. 매드맥스에서 액션은 대부분 달리는 차량과 함께 이뤄진다. 4편에서 차량 액션은 훨씬 더 강해졌다.
차량이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한 집채처럼 움직이는 초대형 트럭과 그 뒤를 좇는 무수한 차량들의 좇고 좇기는 장면들이 숨 쉴 틈 없는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최근 개봉한 블록버스터들 가운데 매드맥스의 액션이 강렬하고 압도적으로 다가오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배경 때문이다.
밀러 감독은 문명이 사그라든 황폐한 지구를 그려내기 위해 아프리카의 나미비아 사막을 골랐다.
붉은 모래로 유명한 곳이다. 생명체라곤 살 수 없어 보이는 거대한 모래언덕을 배경으로 차량은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질주한다. 뺏기지 않으려는 자의 탐욕과 뺏으려는 자의 본능이 상영시간 내내 맞부닥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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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 밀러 감독 |
밀러 감독은 액션블록버스터 매드맥스 시리즈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지만 알고 보면 각본과 애니메이션에서도 재능이 출중하다.
그가 1996년 연출과 각본을 맡았던 ‘꼬마돼지 베이브’는 아카데미 7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그해 작품상과 각색상, 시각효과상을 받았다. 감독과 제작, 각본을 맡은 ‘로렌조 오일’도 밀러 감독의 필모그라피에서 손꼽히는 수작이다.
물론 흥행면에서 대박은 역시 매드맥스에서 나왔다. 1편은 당시 세계에서 1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여 영화 역사상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영화로 꼽힌다.
하지만 무엇보다 밀러 감독을 거장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은 예사롭지 않은 그의 세계관 때문이다. 매드맥스2가 지나치게 암울하고 무정부주의적이란 이유로 1980년대 국내에서 수입이 금지됐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전편들과 마찬가지로 4편에서도 밀러 감독은 디스토피아를 제시한다. 그것은 문명이 폐허로 바뀐 몰락한 세계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소유와 탐욕, 지배와 피지배가 극대화한 세계이기 때문이다. 얼마 남지 않은 물과 기름의 자원을 가진 자는 독점을 통해 권력을 행사하고 다수를 지배한다.
과거의 망령에 사로잡힌 영혼인 맥스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에서 대중을 구원하는 아이콘으로 성장하며 스스로도 구원받는다. 생명이 자라는 ‘녹색의 땅’을 찾아나서는 대신 ‘지금-여기’ 디스토피아를 전복함으로써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것이다.
밀러 감독은 4편 제작을 마치자마자 속편 제작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다음 편에서 어떤 질문과 해답을 제시하고, 어디까지 진화할지 궁금해진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