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곤 에이치엘비 대표이사 회장이 항암제 ‘리보세라닙’ 개발의 차질을 걱정하는 투자자들을 달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진 회장은 리보세라닙을 개발하고 있는 자회사를 합병해 에이치엘비의 기업가치를 높이려 하고 있어 리보세라닙 개발에 속도를 내려면 투자자 등 시장의 신뢰가 절실하다.
▲ 진양곤 에이치엘비 대표이사 회장.
에이치엘비는 2일 홈페이지를 통해 "리보세라닙의 임상3상 일부 결과가 임상 목표치에 이르지 못했다는 발표 뒤 투자자의 불안감을 조성하는 허위사실이 유포되고 있다"며 투자자들에 적극적인 해명을 내놨다.
진 회장도 주주호소문을 내고 “0.8을 1로 만들려던 게 이번 임상의 목표였으나 결과적으로 0.9에만 도달한 것”이라며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리려 애쓰고 있다.
에이치엘비는 6월27일부터 날마다 주주호소문, 임상 지연 뒤 미국 식품의약국 승인 사례, 개발책임자 인터뷰 등을 홈페이지에 게시하며 투자자를 달래고 있다.
진 회장의 계획대로 에이치엘비를 명실상부한 바이오기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리보세라닙 개발에서 성공이 꼭 필요하다.
에이치엘비는 본래 선박 건조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다. 진 회장은 제약사업은 비전문가이지만 항암제 개발업체인 LSK바이오파트너스를 인수해 리보세라닙 개발을 이끌어 왔다.
진 회장은 올해 3월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났다가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6월10일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진 회장은 경영복귀 3일 만에 에이치엘비가 리보세라닙을 개발하는 자회사 LSK바이오파트너스를 삼각합병 방식으로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삼각합병이란 모회사가 자회사를 통해 다른 기업을 합병하면서 모기업의 주식 등을 지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에이치엘비의 100% 미국 자회사 에이치엘비USA가 LSK바이오파트너스의 주주들과 지분교환을 통해 LSK바이오파트너스의 지분을 모두 인수하고 이 주주들에게 모회사인 에이치엘비의 주식을 합병대가로 지급한다.
오병용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이치엘비의 기업가치가 3조 원에 달하는 것은 전적으로 자회사 LSK바이오파트너스의 리보세라닙 때문”이라며 “에이치엘비가 59.8%의 지분을 보유했을 때 3조 원의 가치였다면 100%를 보유하면 기업가치가 훨씬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최근 리보세라닙의 임상3상의 일부 결과가 임상 목표치에 이르지 못하는 등 개발이 순조롭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진 회장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에이치엘비는 6월27일 긴급 기업설명회를 통해 리보세라닙의 약효는 유효하지만 예정대로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에 허가를 신청하기에는 임상 목표치가 부족하다고 발표했다.
에이치엘비의 긴급 기업설명회 뒤 리보세라닙의 임상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에이치엘비 주가가 2거래일 연속으로 30%씩 급락했고 그 여파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진 회장은 "리보세라닙의 임상은 실패가 아니라 지연된 것"이라며 미국 식품의약국과 협의를 통해 보완해 허가신청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진 회장은 추가 임상으로 더욱 강화된 데이터를 확보해 신약 허가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 연구원은 "에이치엘비가 좋은 약을 들고도 임상에 실패한 이유는 임상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신약의 벽은 높지만 임상경험을 보완하면 언젠가 성공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