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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 전환 놓고 우려도 귀기울여야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9-07-02 14:5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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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 전환 놓고 우려도 귀기울여야
▲ 27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 찬반투표 결과 발표 및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공공부문 비정규직이 3일 총파업을 한다.

사상 최초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 총파업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절반을 차지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를 포함한 다양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참여하며 총파업 규모가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존중 정부를 내걸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정책을 펼친 문재인 정부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이 벌어진다는 점은 상당히 역설적이다.

그만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정책을 향한 기대가 컸는데 실제 추진된 정책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던 모양이다.

여기에는 정규직 전환속도의 문제도 있지만 방식의 문제도 있다. 그 중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받는 부분이 바로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 전환이다. 

정부가 파견·용역의 정규직 전환방식에 자회사 고용을 허용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사실상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상당수가 공공기관의 자회사 정규직으로 고용되고 있다.

1호 정규직 전환 공공기관인 인천공항공사부터 직접고용 비율을 30%로 하고 나머지 70%를 자회사에서 고용하기로 하면서 자회사 방식 정규직 전환의 모델을 제시했다. 

2018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공기관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9월까지 정규직 전환을 확정한 비정규직 가운데 절반이 넘는 54.7%가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자회사 소속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성이나 처우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근본적으로 용역업체로서 성격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6월 열린 국회 공공부문 비정규직 자회사 전환 관련 토론회에서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회사 방식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 공공기관 가운데 자회사 설립 및 위탁의 근거를 법령이나 정관에 명시한 기관은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회사 쟁의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노동3권 침해 규정을 둔 곳도 있었다.

자회사로 전환한 노동자들의 임금은 평균 10.96% 정도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최저임금 상승과 물가 인상 등을 고려하면 크게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회사 방식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반발이 크다. 이번 총파업에서도 고속도로 톨게이트 수납원, 국립대병원 파견용역 노동자 등 자회사 고용을 두고 갈등을 빚어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의 중심에 서고 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기계약직이나 자회사 정규직 전환은 가짜 정규직화”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노동계의 투쟁동력이 집중되고 있는 만큼 자회사 방식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가라앉기는 어려워 보인다.

물론 노동계 요구처럼 모든 비정규직을 직접고용하는 일은 무리가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도로공사 톨게이트 수납원의 사례만 봐도 도로공사 기존 직원보다 톨게이트 수납원이 더 많아 현실적으로 이들을 모두 직접고용하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직원 수가 급격히 늘어나 인력 구조조정을 촉발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럼에도 자회사 방식 정규직 전환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자회사 고용구조는 그만큼 취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아픔으로 남은 KTX 여승무원 사태만 돌이켜 봐도 그렇다. 해고 승무원이 목숨까지 끊었던 비극의 근본원인은 철도공사가 아닌 자회사에 고용된 이들의 처지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전력공사 자회사로 출발했으나 민영화된 한전산업개발의 사례도 있다. 한전산업개발 소속 전기검침원들은 완전경쟁체제 도입에 따라 고용불안에 시달려 왔다. 이들은 이번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정책에 따라 한국전력 자회사로 옮기게 됐지만 이 과정에서도 적잖은 진통을 겪어야 했다.

적어도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없애겠다는 정부의 정책방향이 유지되는 한 자회사 소속 노동자들의 지위는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만일 정권이 교체되고 정책방향이 바뀐다면 자회사의 운명이 어찌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다.

결국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 전환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라는 정책의 취지를 담보하려면 직접고용에 준하는 수준의 고용안정망이 마련되고 처우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 

공공부문의 자회사 관련 규율을 정비하고 모기관과 정부의 책임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면 “공공부문에서 정부가 가장 모범적 사용자가 되겠다”고 말한 문재인 대통령의 말은 공허한 선언에 그치고 말 수밖에 없다.

또 수많은 자회사들이 훗날 또다른 비극과 갈등의 씨앗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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