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협상이 법원의 조기통합 중지 가처분 이의신청 결정에 따라 전환점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최근 ‘5년 동안 독립경영 보장’ 원칙을 고집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을 보이면서 하나금융지주와 통합협상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그러나 법원의 결정에 따라 다시 갈등이 깊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법원 결정 주시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가처분재판부는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지난 3일 각각 제출한 요약준비서면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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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는 이 서면을 통해 하나-외환은행 통합에 대한 각자의 쟁점과 주장을 담았다.
법원은 양측의 서면을 검토한 뒤 하나금융이 낸 조기통합 중지 가처분 이의신청에 대한 결론을 조만간 내리기로 했다.
법원은 지금까지 검토했던 자료들을 배제하고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의 요약준비서면을 바탕으로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는 요약준비서면이 법원의 판결근거로 쓰이는 만큼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요약준비서면에 담긴 내용이 이미 재판부에 낸 ‘2.17 합의서 수정안’과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17 합의서는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사가 2012년 맺은 합의서다.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5년 동안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원은 조기통합 중지 가처분신청을 내리면서 2.17 합의서가 효력을 지닌다고 판단했다.
하나금융은 지난달 열린 1차 재판에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법인 이름에 ‘외환’이나 ‘KEB’를 넣기로 한 2.17 합의서 수정안을 제시했다. 이 수정안에 고용보장과 근로조건 개선 등에 대한 내용도 들어갔다.
양측은 대화를 지속하기 위해 노력한 사항도 서면에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지난 4월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가 대화를 재개할 의지가 있는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법원은 지난 2월 외환은행 노조가 제기한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 중지 가처분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지주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절차를 6월 말까지 중단해야 했다.
그러나 하나금융은 법원의 결정에 이의신청을 내면서 법정공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 법원 결정에 따라 갈등 커질 수도
외환은행 노조는 2일 하나금융에 노조의 입장을 담은 2.17 합의서 수정안을 보냈다. 노조는 하나금융의 요청에 따라 수정안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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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왼쪽)이 지난해 10월 주최한 외환은행 노사간 중재모임에서 김한조 외환은행장 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노조는 하나금융이 이 수정안에 포함된 요구사항을 수용할 경우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을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수정안의 내용은 비공개이지만 2.17 합의서의 큰 틀에서 보면 외환은행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직원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런 부분에 대한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질 경우 통합시기는 조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그동안 외환은행의 독립경영 5년 보장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노조가 태도를 바꾸면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 협상은 진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과 대화가 잘 진행될 경우 법원이 가처분 이의신청을 받아들이더라도 다시 가처분신청을 내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하나금융도 법원이 가처분 이의신청을 받아들인다 해도 법원에 제출한 2.17 합의서 수정안의 내용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법원이 조기통합 중지 가처분 이의신청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에 따라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의 갈등이 다시 깊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가 4월 이후 협상을 계속했던 것도 법원이 양쪽의 대화의지를 중시하겠다고 밝힌 영향이 크다”며 “법원의 가처분 이의신청 결정에 따라 협상의 주도권을 쥐게 되면 갈등이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