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의 모기업인 영국 테스코가 홈플러스 매각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홈플러스를 누가 품게 될지 관심이 높다.
홈플러스가 인수합병시장에 나올 경우 최소 7조 원이 넘는 '초대형' 매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홈플러스 매각 부인하던 테스코, 왜 마음 바꿨나
영국 최대 유통업체인 테스코가 자회사인 홈플러스 매각을 위한 실무작업에 들어갔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5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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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브 루이스 테스코 CEO |
보도에 따르면 테스코는 매각주간사로 HSBC(홍콩상하이은행)증권을, 법률자문사로 영국의 법률회사 프레시필즈와 법무법인 태평양을 선정했다.
HSBC증권은 잠재 인수후보자들에게 홈플러스를 소개하는 투자안내서인 ‘티저레터’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브 루이스 테스코 CEO는 올해 초 기업설명회에서 “다른 결정을 내릴 때까지 해외자산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매각에 관해 유보적 입장을 밝힌 것이다.
루이스는 홈플러스와 태국 사업부를 통합해 기업공개(IPO)를 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루이스는 15조 원에 이르는 자본을 확보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는 데다 기업공개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려 결국 계획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성장성이 높은 태국 사업부 대신 홈플러스를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국내에서 롯데마트에 2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데다 개인정보 판매 혐의로 이미지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며 “테스코가 제값을 받기 위해 조기매각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홈플러스, 홈플러스테스코, 홈플러스베이커리로 구성돼 있다. 홈플러스는 테스코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홈플러스테스코는 2008년 이랜드가 운영하던 홈에버를 테스코가 인수했는데 홈플러스와 테스코가 지분을 절반씩 보유하고 있다.
◆ 홈플러스 적정 인수금액은 얼마?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테스코가 7월 예비입찰, 8월 본입찰을 거쳐 10월경 홈플러스 매각을 마무리하려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홈플러스 매각가치는 최소 7조 원에서 최대 10조 원으로 예상된다.
테스코는 미국 사모펀드인 칼라일로부터 홈플러스 인수대금으로 40억 파운드(약 6조8350억 원)를 제안받았으나 이를 거절한 적이 있다.
당시 테스코는 이보다 더 높은 금액을 받기 위해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풀이됐다.
홈플러스가 최소 7조 원 이상 매물로 나올 경우 국내 최대 인수합병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테스코가 매각절차 개시시점을 앞당긴 것도 분할매각 대신 일괄매각을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홈플러스가 전국에 140여 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통째로 인수할 업체를 찾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 매장 107개와 홈플러스테스코(옛 홈에버) 매장 33개를 분할매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테스코가 원하는 만큼의 액수를 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홈플러스는 2013년 매출이 8조9298억 원이었으나 지난해 8조7556억 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영업이익도 1824억 원으로 전년보다 46% 급감했다.
◆ 누가 인수전에 뛰어들까
테스코는 국내외 대형 유통업체와 사모펀드 가운데 잠재 인수후보 5~6곳을 선정해 인수전 참여 의향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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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 |
홈플러스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곳은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들이다.
칼라일과 MBK,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 KKR, IMM PE, 미래에셋PE 등 사모펀드들이 인수자문사를 선정하고 시중은행들과 인수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협상을 벌이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롯데그룹이나 신세계그룹 등 기존 대형 유통업체들의 참여도 관심을 모은다. 하지만 이들 업체들은 홈플러스를 인수하게 되면 독과점 논란을 피할 수 없고 인수 뒤 시너지도 미미할 것으로 보여 참여가능성이 낮다.
다만 현대백화점그룹은 신중하게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대형마트가 없다는 점이 줄곧 약점으로 지적됐다.
하나로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농협이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나로마트는 농수산물 비중이 52%를 넘고 매월 두 차례 의무휴업에서도 자유롭다.
농협이 홈플러스를 인수하게 되면 유통업계에서 경쟁력을 크게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은 자금여력도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최대 유통업체 화룬그룹의 ‘뱅가드’도 인수후보로 거명되고 있다. 뱅가드는 이미 지난해 테스코의 중국지분을 사들였다. 뱅가드가 홈플러스를 인수해 국내 유통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가능성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