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가 대규모 유상증자로 자본위기를 넘길 기회를 얻게 될까?
우리은행 주도로 케이뱅크 주주들이 3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성사 여부는 금융위원회의 판단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가 최근 유상증자 일정을 연기한 것을 놓고 케이뱅크 주주들 사이에서 대규모 증자방안이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케이뱅크는 20일로 예정됐던 412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27일로 미룬다고 14일 공시했다.
케이뱅크 주주들은 다양한 증자방안을 논의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는 우리은행이 주도하는 3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방안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의 최대주주 우리은행(13.79%)이 1천억 원을 투입해 케이뱅크 지분율을 29.7%까지 높이고 나머지 금액을 NH투자증권과 KT, 한화생명 등의 주요 주주들이 나눠 맡아 증자를 진행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3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케이뱅크 정상화를 위해 검토하고 있는 여러 방안 가운데 하나인 것은 맞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등 케이뱅크 주주들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의했다고 해도 금융위의 승인 없이는 이를 성사시킬 수 없을 것으로 파악된다.
은행법에 따르면 은행이 다른 은행 지분을 15% 이상 보유하려면 금융위의 승인을 받은 뒤 지분을 늘리려는 은행을 자회사로 둬야 한다.
하지만 금융지주회사법은 금융지주 자회사인 은행이 다른 은행을 자회사로 둘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의 자회사인 우리은행이 케이뱅크 지분을 추가로 인수하면 우리금융지주가 우리은행의 케이뱅크 지분을 인수하고 추가 지분을 더 사들여 케이뱅크를 자회사로 만들어야 한다.
업계에서는 표준등급법 적용으로 자기자본비율에 여유가 없는 데다 인수합병 등 현안이 산적한 우리금융지주가 케이뱅크를 자회사로 인수하는 데 자금을 투입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우리금융지주의 지분을 우리은행에 넘겨주고 케이뱅크 지분을 넘겨받는 방식으로 자회사로 인수하는 방식도 가능하지만 대량대기매물(오버행) 발생 가능성으로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이지 않다는 시선이 많다.
상법은 순환출자를 막기 위해 자회사가 취득한 모회사 주식을 6개월 안에 모두 처분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케이뱅크 지분을 늘리면서도 케이뱅크의 우리금융지주 자회사 편입을 피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재무적투자자 역할만 강화하는 방안이 꼽힌다.
우리은행이 케이뱅크 지분을 추가로 인수하더라도 케이뱅크가 다른 대주주를 구하면 취득 지분을 매각한다는 조건을 넣는 방식 등으로 우리은행이나 우리금융지주가 케이뱅크를 자회사로 편입하려는 뜻이 없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방안이 현실화하려면 금융위가 법령 해석을 통해 이를 승인해야만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우리은행 등 케이뱅크 주주들이 아직 케이뱅크 지분 추가 인수 등과 관련한 법령해석을 요청한 적이 없다”며 “구체적 요청이 있어야 법령 해석의 주체나 승인 가능성 등을 두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3천억 원의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단번에 자본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뱅크의 현재 자본금은 4775억 원으로 3천억 원의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자본금의 63%가까이가 더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케이뱅크는 KT 주도로 59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한다는 계획을 세워뒀지만 KT가 금융위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발목이 잡힌 뒤 대출영업을 중단하는 등 정상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자본확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우선은 27일 이뤄질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마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