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여주지청장 시절인 2013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국정원 댓글 수사에 검찰 수뇌부의 외압이 있었음을 폭로하고 있다. |
파격적이지만 놀랍지 않다.
17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은 전례 없는 검찰총장 기수파괴 인사라는 점에서 파격적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윤 지검장을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하리라는 예상이 많이 나왔기 때문에 충격은 크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파격을 감내하며 윤 후보자를 지명한 이유는 명확하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다하지 못한 검찰개혁을 완수해 달라는 의지의 표현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윤 후보자 지명 사실을 전하며 “윤 후보자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은 비리와 부정부패를 뿌리뽑는 동시에 시대적 사명인 검찰개혁과 조직쇄신 과제도 훌륭하게 완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윤 후보자는 일찍부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돼왔다. 하지만 그는 문무일 총장보다 다섯 기수나 아래인데다 고검장을 거치지 않아 곧바로 검찰총장에 오를 가능성은 낮게 점쳐졌다.
윤 후보자의 임명 가능성이 급부상한 것은 문 총장이 정부의 검찰개혁에 반기를 들면서부터다. 문 총장은 5월16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수사권조정 법안이 민주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윤 후보자를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검찰총장으로 임명해 첫 검찰총장인 문 총장이 다하지 못한 검찰개혁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렸다. 윤 후보자는 성향과 경력면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을 이끌 적합한 인물로 꼽히기 때문이다.
윤 후보자는 뚜렷한 소신과 강직함을 지닌 검사로 평가받는다. 2013년 국정원 댓글 수사 때 외압을 폭로하면서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당시 징계를 받고 한직으로 좌천됐으나 검찰조직에 남았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때 박영수 특검의 수사팀장을 맡으며 화려한 복귀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문재인 정부 들어서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돼 입지를 완전히 굳혔다.
이후 국정농단사건을 비롯해 이명박 전 대통령, 국정원 특수활동비, 사법농단 등 수사를 이끌며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을 상징하는 인물로 떠올랐다.
그동안 윤 후보자는 검경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등의 현안들을 놓고 구체적 언급을 피해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윤 후보자를 검찰 수장으로 선택한 만큼 어느 정도 사전교감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와 윤 후보자 양쪽 모두 아직은 민감한 사안에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인다. 조만간 국회가 정상화되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수사권조정 등 현안과 관련한 윤 후보자의 생각이 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후보자는 지명 이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여러 가지를 잘 준비할 테니 많이 도와 달라”고 말했다.
윤 후보자가 검찰총장으로 취임하면 당장 대규모 인적쇄신이 예상된다.
통상 검찰총장의 선배와 동기 기수는 옷을 벗기 때문에 현재 검찰 고위직에 있는 사법연수원 19~23기 다수가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 자연히 연쇄 인사이동이 벌어지고 이를 통해 검찰쇄신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윤 후보자가 사법시험을 9수해 선배들보다도 연배가 높은 편인데다 향후 검찰개혁에서 조직의 반발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사폭이 적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