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말 현대차 양재사옥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과 바비쉬 아가르왈 올라 최고경영자(CEO)가 만나 구체적 협력 방안을 논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
현대자동차가 러시아와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차량공유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모빌리티(이동성)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현대차는 현지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발판삼아 모빌리티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는 신흥국가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1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차량공유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투자한 기업들 대부분이 현대차의 시장 점유율이 높은 신흥국가에 위치해 있다.
현대차는 최근 러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스콜코보혁신센터와 함께 차량공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설립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현대차는 하반기에 차량공유 서비스인 ‘현대모빌리티’ 브랜드 론칭을 목표로 스콜코보혁신센터에 ‘현대모빌리티랩’을 만들기로 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러시아 차량공유시장에 진출하는 완성차기업은 현대차가 최초다.
현대차가 지난해부터 꾸준히 투자하며 공들여온 인도시장에서는 이미 차량공유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8월에 인도 2위 차량공유기업인 레브에 전략적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레브는 2015년부터 인도에서 차량공유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으로 현지에서 업계 최초로 렌탈과 차량공유를 결합한 ‘서브스크립션(차량 구독)서비스’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레브는 4월에 인도 주요 도시에서 현대차를 기반으로 한 차량 구독 프로그램 ‘현대 서브스크립션’을 내놨다.
현대 서브스크립션을 이용하는 고객은 현대차의 그랜드i10, 엑센트(Xcent), 엘리트i20, 크레타, 쌍트로, 베르나 등을 원하는 도시에서 원하는 기간을 정해 빌릴 수 있다.
앞선 3월에는 인도 최대의 차량호출 서비스기업 올라에 3400억 원을 투자했다. 현대차가 외부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투자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현대차가 신흥국에서 모빌리티사업을 과감하게 확장하는 데는 판매량으로 검증된 현대차를 향한 소비자의 호감이 든든한 뒷배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현대차는 1~5월에 러시아에서 자동차를 모두 7만1595대 판매했다. 2018년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1.5% 늘어난 것으로 전체 자동차 판매량이 2.2%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선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차는 러시아에서 시장 점유율 10.2%를 보이며 현지기업 라다와 기아차에 이은 3위에 올라 있다. 2015년부터 시장 점유율 3위를 놓치지 않으며 안정적으로 입지를 구축하자 미래 자동차업계 변화에 대비한 모빌리티 서비스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으로 해석된다.
자동차기업으로서는 모빌리티시장에 진출하면 기존 ‘제조업’의 테두리를 넘어 ‘서비스’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접점을 넓혀 자동차 판매를 촉진하는 효과까지 볼 수 있다.
인도에서도 현대차는 마루타스즈키에 이은 시장 점유율 2위 사업자로 자리를 확고하게 다져놨다.
현대차가 1~4월에 인도에서 판매한 차는 모두 17만5268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소폭 줄었지만 인도 자동차시장이 전반적으로 후퇴 기조를 보이는 상황에서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탄탄한 판매량 이외에도 신흥국의 모빌리티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는 점도 현대차에게 매력적일 수 있다.
지난해 러시아에서 등록된 차량공유용 차량은 모두 18만 대로 3년 만에 277% 증가했다. 인도에서도 2015년 100만 건 수준이던 하루 평균 차량 호출건수는 지난해 350만 건으로 3.5배나 늘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