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멕시코 공장의 수익성 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됐다.
지난해 미국과 멕시코가 새 무역협정에 합의함에 따라 기아차가 멕시코에서 생산에 미국으로 수출하는 차량에 관세 부과 가능성이 낮졌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를 향한 새 압박카드를 꺼내면서 다시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31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6월10일부터 미국은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불법 이민자의 유입이 중단될 때까지 모든 멕시코산 물품에 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백악관도 공식성명을 통해 멕시코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긴급경제권한법을 근거로 관세 부과 권한을 발동했다”며 “(불법 이민자) 위기가 지속된다면 7월1일에 관세율은 10%로 인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멕시코 정부가 멕시코 영토를 통과해 미국으로 들어오려는 불법 체류자의 수를 극적으로 줄이거나 없애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이 관세율은 단계적으로 인상된다.
미국 정부는 현재 멕시코 제품에 부과할 관세율을 8월1일자로 15%, 9월1일자로 20%, 10월1일자로 25%까지 올리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멕시코를 향한 미국의 기습적 관세 부과 방침에 기아자동차는 노심초사하게 됐다.
기아차는 2016년에 멕시코 누에보레온주에 북미와 중남미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완성차공장을 지었다.
기아차가 2018년에 멕시코 현지공장에서 생산한 자동차는 모두 29만5900대다. 이 가운데 약 절반가량의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기아차가 미국에서 한 해 판매하는 차량은 지난해 기준으로 58만9673대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기아차 가운데 약 4분의 1 정도가 멕시코에서 생산된다는 뜻인데 관세 부과가 확정되면 미국 현지 판매는 물론 멕시코 공장의 적정 수익성 확보에도 빨간불이 켜지게 된다.
기아차는 지난해만 해도 멕시코 법인(KMM)에서 영업이익률 5%를 냈다. 하지만 관세가 단계적으로 올라가면 고정비 지출 등을 감안했을 때 영업이익률 3%대를 지키는 것도 힘들 수 있다.
더욱이 미국이 기존에 멕시코와 합의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대체안인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더해 관세 부과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수익성 하락이 당장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미국과 멕시코가 지난해 8월 합의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과 멕시코는 자동차산업과 관련해 멕시코에서 생산된 자동차를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하기 위한 조건인 나프타 역내 부품 비율을 기존 62.5%에서 75%로 상향하기로 했다.
자동차부품 가운데 40~45%를 시간당 16달러 이상 임금 노동자들이 생산한 부품으로 해야 한다는 점에도 합의했다.
미국은 이를 지키지 않는 멕시코산 자동차에는 관세 2.5%를 부과하기로 했다.
기아차가 멕시코의 값싼 인력 비중을 줄이는 등으로 대처하게 되면서 미국에 차량에 수출할 때 드는 비용이 차 한 대당 약 0.46%씩 늘어날 것으로 당시 분석됐다.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수출할 때 짊어져야할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각국과의 협상 카드로 써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멕시코는 수년 동안 미국과의 교역을 통해 엄청난 돈을 벌었다”며 “이는 막대한 수의 일자리가 미국을 떠났다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대멕시코 무역수지를 유리한 쪽으로 돌리기 위해 멕시코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고도 해석되는 만큼 앞으로 멕시코 정부와의 협상에 따라 관세 부과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