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2019-05-30 16:5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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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슈피겐코리아 대표이사에게 이상적 회사란 ’불안정성‘을 유지하는 곳이다.
물이 잔잔하지 않고 끓어야 새로운 에너지가 투입됐다는 증거이듯 일터도 끊임없는 시도로 불안정해야만 건강한 상태라고 본다.
▲ 김대영 슈피겐코리아 대표이사.
슈피겐코리아는 이른바 '모바일 패션', 휴대폰 케이스와 액정보호 필름 등을 만들어 판매하는 업체다.
미국 아마존에서 스마트폰 케이스로는 브랜드 파워 1위지만 김 대표는 안주하지 않는다.
30일 슈피겐코리아에 따르면 올해는 그동안 취약했던 중국 등 아시아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에서 티몰, 일본에서 아마존 입점을 3월 마쳤고 하반기에는 인도 아마존에 진출한다.
화웨이의 ’P30’ 등 중국 제조사들의 신규모델 출시에 대응하기 위해 당초 계획보다 일정을 앞당겼다.
이런 움직임은 지역 확장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아이폰과 갤럭시에 몰려있던 케이스 매출을 다양화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슈피겐코리아는 화웨이뿐 아니라 중국 오포와 비포 모델의 케이스 라인업도 늘리기로 했다.
슈피겐코리아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잘 알려졌다. 현재 50여 개국에서 제품을 팔고 있으며 매출의 90% 가까이를 외국에서 벌어들인다. 올해 1분기 매출은 687억 원으로 분기사상 최대 매출을 거뒀다.
매출을 지역별로 보면 1분기에 북미에서 357억 원, 유럽은 201억 원, 국내 71억 원,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및 기타지역에서 57억 원을 냈다. 북미와 유럽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1%, 17%씩 늘었지만 중국 등 아시아 매출은 15% 후퇴했다.
북미와 유럽에서 승승장구 중인 반면 중국에선 아직 힘을 못쓰고 있다. 중국 현지의 저가 브랜드들이 등장한 데다 ‘짝퉁’이 판을 치다 보니 슈피겐코리아를 비롯한 해외 브랜드들은 설 자리가 좁아졌다.
하지만 중국은 김 대표에게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을 기준으로 중국이 세계에서 점유율 3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 현지에 영업부서를 만들고 현지 전자상거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티몰을 통해 케이스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김 대표는 소프트웨어회사의 영업사원 출신이다. 우연히 퇴근하다 문구점에서 투명 시트지 한 장을 사와 휴대폰 사이즈에 맞게 잘랐는데 이것이 휴대폰 액정 보호필름에 관심을 품게 된 계기가 됐다.
사용자들의 취향을 읽어내기 위해 하루 종일 카페에 앉아 사람들이 쓰는 휴대폰을 관찰하고 케이스의 색깔이나 모양, 재질 등을 기록하기도 했다.
2006년에는 휴대폰 보호필름 전문회사인 SGP에 입사했고 그뒤 대표이사에 올랐다. SGP코리아는 2012년 미국 현지법인 유나이티드SGP를 인수했고 통합법인으로 현재의 슈피겐코리아가 출범했다.
김 대표는 사업 초기부터 미국시장을 공략했다. 특히 2013년 아마존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매출이 급증했다. 2013년 665억 원이던 매출액은 이듬해 1420억 원으로 불어났고 지난해 매출은 2669억 원에 이르렀다. 2015년 '7천만 달러 수출의 탑'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다만 수익성은 외형과는 반대로 뒷걸음질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영업익률은 17.4%로 지난해 1분기 19.4%에서 2%포인트 줄었는데 최근 5년 사이 가장 낮은 수치다.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시장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비용증가가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영엽이익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보다는 매출을 빠르게 확대하는 전략을 계속 고수하기로 했다.
지금이야 슈피겐코리아가 아마존 차트를 점령하고 있지만 김 대표가 안심하기엔 모바일 패션업계는 유행에 민감하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