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은 마지막 남은 자산인 인천 북항 부지 매각을 추진 중인데 이를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올해 만기가 된 부채를 갚는다해도 내년에 돌아오는 부채를 갚을 현금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 그나마 기댈 언덕으로 보이는 건설사업에 '올인'할 수밖에 없다.
▲ 이병모 한진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29일 한진중공업에 따르면 2019년 차입금과 일반사채를 더해 모두 4322억 원을 상환해야 한다.
한진중공업은 이날 북항 배후부지에 속한 준공업용지 16만734m2를 1823억 원에 매각하기 위해 페블스톤자산운용 컨소시엄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이에 앞서 10일에도 북항부지 9만9173m2를 1314억 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플래티넘에셋 컨소시엄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이를 통해 한진중공업이 손에 쥘 현금은 3100억 원가량이다.
한진중공업은 부채 상환에 필요한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인천 북항의 잔여부지 30만2521m2가량을 매각하는데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진중공업은 인천 북항부지를 팔면서 매각대금을 확보할뿐 아니라 건설사업의 일감 확보로까지 이어가는 방안을 추진하고있다.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두 컨소시엄은 모두 이 부지에 물류센터를 짓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는데 한진중공업은 두 계획에 모두 공동시공사로 참여한다.
이날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페블스톤자산운용 컨소시엄은 부지를 확보한 뒤 연면적 46만 m2 규모의 물류센터를 조성하며 플래티넘에셋 컨소시엄도 연면적 42만 m2 규모의 물류센터를 짓는다.
두 계획 모두 아직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플래티넘에셋 컨소시엄이 물류센터 조성에 5천억 원가량을 투자할 것으로 전해져 페블스톤자산운용 컨소시엄의 사업규모도 그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중공업은 동서울터미널 현대화사업을 본격화하는 데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서울시와 손잡고 동서울터미널 부지 3만7천 m2를 상업 및 업무시설, 관광 및 문화시설 등 복합시설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사업의 규모는 1조 원 이상으로 평가된다.
한진중공업이 이처럼 건설사업의 일감 확보에 힘을 쏟는 것은 막대한 부채를 짊어지고 있지만 북항 부지를 끝으로 매각할 자산이 없어지는 만큼 부채에 대응할 현금흐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2019년 1분기 기준으로 한진중공업의 부채는 모두 2조727억 원이며 부채비율은 829.1%에 이른다.
한진중공업이 2019년 4322억 원을 상환하더라도 2020년에는 상환 만기에 이르는 부채가 6639억 원으로 확대된다.
2021년에는 만기 부채가 8억 원으로 줄어드는 등 상환기한 도래에 따른 부담이 현저히 낮아지기 때문에 사실상 2020년은 한진중공업의 경영 정상화 여부를 가르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진중공업은 지금의 수주잔고만으로는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를 감당하기가 어렵다.
한진중공업의 건설부문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3조1092억 원의 물량을 확보해뒀다. 이 가운데 이미 납입된 대금을 제외한 수주잔고는 1조7886억 원이다.
2020년 완공이 예정된 수주잔고만 따지면 5789억 원이며 2022년 9월까지 확보해둔 일감의 대금도 공사 진행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한진중공업에 납입된다.
이 잔고는 단순히 발주처가 한진중공업에 납입해야 하는 돈으로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나 세금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한진중공업 건설부문의 2018년 영업이익률은 2.35%에 불과했다. 이를 고려하면 2019년에도 순수 영업이익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한진중공업은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조선부문의 특수선사업도 진행하고 있어 2020년까지의 수주잔고로만 따지면 9264억 원으로 건설부문보다 많다.
그러나 영도조선소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단 한 차례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한진중공업은 결국 건설부문의 호조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북항부지의 물류센터 조성사업과 동서울터미널 현대화사업 말고도 영도조선소 근처 부지의 개발사업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며 “회사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자산 매각과 일감 확보에 힘을 쏟고 있으며 건설사업의 추가 일감 확보가 경영 정상화에 큰 보탬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