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기업들의 과잉공급과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영향으로 메모리반도체업황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에 내년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29일 "반도체기업의 공급증가 효과가 뒤늦게 나타나는 동시에 수요 약세가 발생하면서 최근 메모리반도체업황 악화를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
김 연구원은 특히 반도체 수요 측면에서 공급과 불균형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미중 무역분쟁 영향이 가시화되면 수요 둔화가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업황이 지금보다 더 나빠지면서 침체기가 예상보다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반도체기업들의 재고 수준은 2분기 현재도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수요 증가가 제한적이라 가격 하락의 압박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격하게 침체됐던 반도체업황은 아직 초입단계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반도체기업의 생산투자 효과가 꾸준히 나타나면서 가격경쟁이 더 치열하게 벌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급 증가율은 계속 시장 성장률을 웃돌 것"이라며 "SK하이닉스의 새 D램공장 가동도 임박해 공급과잉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재고 수준은 역사상 최고치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김 연구원은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D램 출하량을 약 5% 줄였지만 앞으로 통합 20% 수준의 더 과감한 감산조치가 이뤄져야만 업황이 균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지금과 같은 공급과잉이 지속된다면 D램 평균가격은 2020년 중반까지 계속 하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낸드플래시는 더 심각한 공급과잉을 보이고 있어 평균가격은 2020년 말까지 꾸준히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과잉 및 가격 하락에 영향을 받아 올해 부진한 실적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업황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 데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반도체를 포함한 IT업황이 더 침체될 가능성도 있어 내년 실적 개선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20년 D램 평균가격은 2019년과 비교해 19%, 낸드플래시 가격은 18%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현재 평균 실적 전망치는 아직도 긍정적 상황을 가정한 수준으로 평가된다"며 "반도체업황 악화가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김 연구원은 반도체기업들이 일제히 업황 악화에 대응해 투자를 축소하거나 늦추고 있는 만큼 업황 회복기가 돌아올 가능성은 높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