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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항공기 프리미엄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저비용항공사들(LCC)이 저가공세를 펼치는 가운데 차별적 서비스를 통해 명품 항공사의 이미지를 다지려는 것이다.
항공사의 일등석 서비스는 항공사의 자존심이 걸려 있기도 하다.
◆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일등석 서비스 확대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이달부터 ‘쇼퍼서비스’를 확대시행하고 있다.
쇼퍼서비스는 미주나 유럽노선 항공편에 탑승하는 일등석 승객들이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목적지까지 기사가 동반된 차량을 통해 데려다 주는 서비스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동안 미주지역에서 미주노선 항공권을 구매한 승객을 대상으로만 이 서비스를 운영했지만 이달부터 서비스 대상을 확대했다.
대한항공은 최근 새로운 일등석 좌석을 장착한 B777-300ER 항공기를 선보였다. 대한항공은 일등석 좌석에 미닫이문을 설치해 고객들의 사생활 보호기능을 강화했다. 또 좌석을 침대모드로 바꿨을 때 좌석폭이 기존보다 20cm 넓어졌다.
대한항공은 앞으로 도입예정인 항공기에도 이와 같은 좌석을 설치하기로 했다.
일등석 좌석에 미닫이문을 설치한 것은 아시아나항공이 먼저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A380 항공기를 도입하며 세계 항공사 가운데 처음으로 미닫이문을 설치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또 이달 초 좌석의 편의성이 보강된 A380 항공기를 도입했다.
이 항공기에 신선한 공기를 유지하기 위한 별도의 통풍구가 달려 있다. 또 기존 항공기 가운데 가장 큰 32인치 HD 모니터를 일등석 좌석에 장착했다.
아시아나항공은 1천억 원을 들여 항공기의 기내좌석과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 자존심 건 일등석 서비스 경쟁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항공기 탑승 수속부터 내릴 때까지 일등석 승객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며 경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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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나항공의 김치찌개 기내식 |
두 항공사 모두 일등석 승객은 공항에 와서 전용 카운터를 통해 기다리지 않고 탑승수속을 밟을 수 있다. 일등석 승객의 짐은 항공사에서 직접 플라스틱 커버 등으로 포장해 주며 비행기에서 내린 뒤에도 짐을 가장 먼저 찾아갈 수 있다.
대한항공은 일부노선의 경우 귀국할 때 카운터에 들르지 않을 수 있게 출국할 때 미리 모든 절차를 마쳐주기도 한다.
일등석 승객만 이용할 수 있는 라운지에 샤워실과 수면실은 물론이고 DVD를 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직장인들을 위한 회의실도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이점을 살렸다. 일등석 승객이 출국 전 그랜드하얏트인천에서 무료로 샤워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또 대한항공 일등석 라운지에서 제공되는 음식은 그랜드하얏트인천의 조리사들이 만든다.
비행기 탑승 뒤에도 일등석 고객을 위한 서비스 경쟁은 계속된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월부터 정통 한식정찬을 일등석 기내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한식정찬 개발과정에 한식문화연구가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이 참여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식 메뉴를 개발하는 개발팀을 별도로 운영하고 연구단체나 유명 레스토랑과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궁중음식 기능보유자인 한복려 원장과 공동으로 ‘궁중정찬’이라는 기내식을 개발해 일등석 승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국내 항공사 가운데 최초로 김치를 기내식에 도입해 일등석에서 김치찌개도 제공한다.
기내에서 제공되는 주류선정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대한항공은 2013년 말부터 일등석 승객에게 명품 샴페인 ‘페리에 주에’를 제공하고 있다.
페리에 주에는 1861년 영국 왕실의 보증을 받고 나폴레옹 3세와 레오폴드 1세 등 유럽왕족들이 선호하는 명품 샴페인으로 기내에 도입한 것은 대한항공이 처음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식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기내 와인 선정을 위해 2004년부터 3년마다 세계 유명 소믈리에들을 초청해 와인을 선정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일등석 와인은 지난해 세계적 비즈니스 여행전문지 ‘글로벌 트래블러’의 ‘올해의 기내 와인’ 품평회에서 일등석 부문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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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롭게 바뀐 대한항공 일등석 |
◆ 프리미엄 서비스 강화하는 이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일등석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 이유는 일등석이 곧 항공사의 자존심인 데다 일등석이 없는 저비용항공사와 차별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등석은 한 항공기에 10여 개밖에 없어 전체 수익은 그리 높지 않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A380 항공기 기준으로 일등석이 12개뿐이다.
텅텅 빈 채로 태평양을 오가는 경우도 많다. 조현아 전 부사장 사건 당시에도 일등석 승객은 조 전 부사장을 포함해 단 3명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항공사들이 일등석 서비스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최우량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최고급 서비스를 제공해 충성도가 높은 최우량 고객들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일등석 승객의 경우 가격에도 크게 민감하지 않은 편이기 때문에 경기를 덜 탄다는 이점도 있다.
일등석 승객이 대부분 대기업 CEO나 정관계 인사, 최정상급 연예인이나 운동선수이기 때문에 누가 어느 항공사를 이용했는지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높아 항공사의 이미지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 고객이 많으면 수익성 면에서 더 좋지만 항공사의 위상은 결국 최우량 고객에서 결정된다”고 말했다.
저비용항공사들이 많아지면서 과거와 같은 서비스만으로 시장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점도 항공사들이 차별화 전략에 힘을 쏟는 이유로 꼽힌다.
일반석 수요가 이미 저비용항공사에 많이 넘어간 상황에서 저비용항공사와 다른 명품 항공사라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보통 일등석 항공권 가격은 일반석 항공권의 6배 정도다. 대한항공 A380 기준 인천~미국 뉴욕 노선의 일등석 가격은 1천만 원이 넘는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