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숙원사업인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설 프로젝트가 9부 능선을 넘었다.
착공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외부 투자자를 유치하는 것이 마지막 남은 주요 과제인데
정의선 총괄 수석부회장까지 직접 나서 투자자를 찾고 있다.
23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립을 위한 외부 투자자 유치작업에 아직 가시적 성과가 나오지는 않았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에 투자할 투자자를 계속해 찾고 있다”며 “지분과 투자방식 등을 놓고 결정된 것은 없으며 외부에 공개할 만한 구체적 단계까지는 진전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서울 삼성동 옛 한국전력공사 본사 부지에 지을 예정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외부 투자자를 유치해 공동개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애초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주력 계열사들이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나눠 조달하는 방식으로 사옥을 짓기로 했었지만 방향을 틀었다.
특수목적법인(SPC)를 설립한 뒤 절반가량의 지분을 외부 투자자에게 주게 되는데 국내 기관투자자는 물론 해외 연기금, 국부펀드, 글로벌 투자펀드 등이 현대차그룹이 염두에 두고 있는 외부 투자자들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 새 사옥 건설을 위한 첫 삽을 뜰 수도 있어 투자자 유치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새 사옥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하기로 방향을 정한 만큼 서둘러 투자자를 유치하지 못하면 급물살을 탄 새 사옥 건설 계획에 자칫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까지 직접 외부 투자자를 찾는데 발 벗고 나섰다.
정 수석부회장은 22일 서울에서 열린 칼라일그룹 초청 단독대담에 참석해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진행 상황을 묻는 투자자들의 질문에 “자동차산업에 집중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전략적투자자 파트너들을 찾아 함께 사업을 진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삼성동 사옥이 건설되면 부동산 가치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투자자 유치에 공을 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새 사옥 건설 프로젝트가 공동개발 형식으로 추진되는 가장 큰 이유는 정 수석부회장의 발언대로 미래차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성격이 가장 크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가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자산은 1분기 말 기준으로 14조5천억 원이 넘는다. 4조 원 가까이 들 것으로 추정되는 새 사옥 건설이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미래차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로 떠오르면서 보유하고 있는 현금의 상당 부분을 사옥 건립에 쏟아붓기보다는 외부에서 조달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과 전동화, 친환경차 개발 등을 위해 앞으로 5년 동안 45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2월 말에 발표했다.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현대차와 맞섰던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설을 비판했던 것도 외부 투자자 유치로 방향을 튼 이유로 꼽힌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당시 주주제안서 등을 통해 “강남 신사옥 개발에 수조 원의 자금을 지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런 대규모 지출은 주주가치를 크게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서울특별시는 22일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현대자동차부지 특별계획구역 세부개발계획(안)’을 수정가결했다. 6월에 도시관리계획 변경 고시가 난 뒤 건축허가와 굴토·구조심의까지 마무리되면 하반기 착공이 가능하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