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회장 |
‘큰 부자는 하늘이 내리고 작은 부자는 스스로 만든다’고 한다. 그러나 포브스가 선정한 올해 한국의 50대 부자 명단을 보면 딱 들어맞는 말도 아니다.
50대 부자 가운데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이들이 대다수지만 자수성가형 부자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회장이나 김정주 NXC 회장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두 사람은 IT산업이 만들어낸 이른바 ‘소프트웨어’형 부호들이다.
50대 부자 명단에 처음 이름을 올린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회장은 상당히 예외적인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다. 전통적 산업기반인 건설업계가 배출한 ‘하드웨어’형 부자이기 때문이다.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회장이 올해 포브스코리아가 선정한 ‘한국의 50대 부자’ 순위에서 26위로 처음 이름을 올렸다. 권 회장의 자산은 1조3862억 원으로 27위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나 29위인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를 제쳤다.
아이에스동서라는 회사이름은 일반인들에게 상당히 낯설다. 하지만 부산이나 경남지역에서 제법 이름이 알려진 중견 건설사다.
아이에스동서는 지난해 부산 남구 용호동에서 주상복합아파트 W를 분양했다. 지하6층 지상69층의 초고층 4개동 1488가구를 짓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아이에스동서가 직접 시공을 맡았다.
메이저건설사가 아닌 중견건설사가 초고층 아파트를 짓는 것은 건설업계에서 보기 드문 경우다. 아이에스동서는 이미 부산에서 47층 짜리 해운대 아델리스 등 대규모 건설사업을 진행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권 회장은 맨주먹으로 창업에 나서 성공신화를 쓴 자수성가형 기업인의 전형이다. 그는 경북 의성에서 8남매 가운데 막내로 태어나 가난 때문에 학업을 제대로 마치지 못했다.
권 회장은 유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건설회사에 취직했다가 1987년 일신주택이라는 건설회사를 창업했다.
주로 부산지역 고급빌라 건축으로 돈을 모은 뒤 아파트시장에 뛰어들었다. 권 회장이 지은 주택들은 부자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며 승승장구했고 아이에스건설의 명성도 인근 창원이나 울산 등지까지 퍼져나갔다.
권 회장은 건설업에만 만족하지 않았다. 건설업이 외부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인 만큼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권 회장은 2008년부터 사업다각화에 적극 뛰어들었다.
아이에스건설이 지금의 아이에스동서가 된 것은 그가 2008년 동서산업을 인수합병한 뒤부터다. 동서산업은 건자재 전문업체다.
권 회장은 동서산업을 시작으로 2011년 비데로 유명한 위생도기전문 회사 삼홍테크, 2012년 공장건설장비 렌탈회사인 한국렌탈 등을 인수하며 사업영역을 크게 넓혔다. 권 회장은 지난해 11월 건설자재 전문기업 영풍파일, 그리고 영풍파일의 자회사인 중앙레미콘과 중앙물산을 손에 넣었다.
권 회장이 이처럼 사업다각화를 진행함에 따라 아이에스동서 전체 매출에서 건설부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안팎에 그친다. 그가 건설업 침체 속에서도 건재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까닭이다.
권 회장은 건자재 등 다른 사업으로 눈을 돌린 이유에 대해 “이미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은 데다 도로건설 등 주요 인프라가 포화상태에 이른 우리나라에서 과거와 같은 건설경기가 재연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권 회장의 사업목표는 부도가 나지 않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해 부채비율 100%를 넘기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과거 첫 직장에서 회사가 부도나 연대보증인으로 전 재산을 날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권 회장은 “건설회사는 부도가 나면 빈 책상에 먼지밖에 없다”고 말한다. 리스크에 대비한 안전경영이야말로 권 회장이 하늘이 내리지 않았음에도 ‘큰 부자’가 된 비결인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