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와 금융위원회가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장려하는 ‘주주총회 내실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소액주주의 권리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낮거나 현금을 많이 들고 있는 기업들을 향한 배당 확대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정부와 시민단체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가 추진하는 소액주주 권리 강화정책으로 재벌 등 기업집단 총수의 경영권에 관한 견제와 감시의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소액주주의 주주총회 참석이 확대되는 등 소액주주의 발언권이 강화하면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 책임원칙) 도입이 불을 지핀 배당 확대 추세에 더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공단이 지분을 많이 들고 있는 한진칼, KT, 포스코 등이 2018년 결산 배당을 모두 이전보다 늘리며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에 따른 압박효과가 일정 부분 확인됐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분율 측면에서 총수 지배력이 확고하지 않고 현금자산이 많은 금호석유화학과 현대그린푸드 등이 소액주주 권리 강화정책에 따라 배당 확대 압박을 많이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금호석유화학은 국내 정유, 화학업체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인 7%의 배당성향을 보이고 있다"며 "석유화학 업황 개선에 따라 현금 유입이 늘며 배당여력이 충분하다"고 바라봤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취약한 지분율은 주주 환원정책을 향한 명분에 힘이 실리는 부분이다. 박 회장의 금호석유화학 지분율은 6.7%이며 특수관계인 지분율을 합쳐도 25%에 밑돈다. 반면 국민연금공단은 8.5%,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펀드 ‘블랙록펀드어드바이저스’는 6.2%, 소액주주들은 42.3%를 들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지지부진한 추세를 보이고 있고 순자산과 비교해 주가 수준이 낮아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일반적으로 기업 주가는 순자산 가치보다 높게 거래되지만 현대그린푸드 주가는 순자산 가치를 밑돌며 거래되고 있다.
자기자본이익률은 자기자본으로 얼마만큼의 영업이익을 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자기자본이익률이 높으면 기업의 유보금을 재투자해 영업이익을 높이는 데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차라리 배당금으로 주주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게 효율적일 수 있다.
현대그린푸드의 자기자본이익률은 약 7년 동안 자기자본이익률 6.5%~7.5% 사이를 오가며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그린푸드는 성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돼 시가총액은 하락세를 보인다”며 “중장기적으로 배당성향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법무부와 금융위는 전자투표를 통한 소액주주의 주주총회 참여 확대, 주주총회일 분산 등 소액주주가 주주총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는 방법들을 마련하고 있다. 5월에 이와 관련한 공청회를 열어 전문가 의견을 듣고 제도 개선 방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소액주주들이 주주총회에서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경영진을 평가하고 선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 경영투명성과 건실한 지배구조를 확립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 밖에 공정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집중투표제, 집단소송제 확대 등도 검토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