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청 신청사 유치를 두고 대구시 4개 구군의 경쟁이 치열하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과열경쟁하는 구청은 벌점을 주겠다고 했지만 별다른 효과는 커녕 후폭풍까지 우려되고 있다.
22일 대구시청에 따르면 중구, 북구, 달서구, 달성군 등 4곳이 대구시청 신청사 유치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중구는 동인동 현재 대구시청 위치를, 북구는 산격동 옛 경북도청 부지를, 달서구는 두류동 옛 두류정수장 부지를, 달성군은 화원읍 설화리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분양홍보관 부지를 각각 신청사 후보지로 내세우고 있다.
이 4곳은 신청사 유치를 홍보하는 현수막을 걸고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모 구의원은 신청사 유치를 암시하는 노래와 뮤직비디오까지 만들어 내놓기도 했다.
권 시장은 신청사 건립추진 공론화위원회를 발족한 뒤 경쟁이 과열되지 않도록 벌점제를 내놨다.
집회, 서명운동, 삭발식, 방송·신문 광고, 현수막·애드벌룬 설치, 전단지 배포 등의 행위에 벌점을 주기로 했다. 벌점이 매겨지면 11월 구성될 시민참여단의 최종평가 총점에서 그만큼 점수를 깎는 방식이다.
그러나 공론화위원회가 제안한 벌점제는 현재 구군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장 눈에 띄는 홍보수단인 현수막은 22일 현재 거의 철거되지 않았다.
대구시청 관계자는 “15일부터 벌점제를 적용했지만 구군이 자발적으로 조치하지 않고 있다”며 “시에서 강제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신청사 유치에 뛰어든 4곳에 경쟁행위로 벌점이 매겨진다 해도 부지를 선정하는 데 결정적 기준은 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청 관계자는 “신청사 유치 평가에 벌점을 반영하지만 그렇다고 벌점 때문에 입지가 유력한 지역을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권 시장과 공론화위원회가 벌점제를 동원해 구군의 홍보활동을 억누른 채로 신청사 입지를 결정하려 한다는 반발만 커졌다.
중구청은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구체적 공론화 방법도 제시하지 않고 벌점을 주는 것은 시장 의지대로 신청사 건립 부지를 결정하려는 시도로 비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권 시장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신청사 입지에 관해서는 시장인 나부터 일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론화위원회가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시장이 책임지고 병풍 역할을 하겠다”고 시장 개입설을 부인했다.
하지만 공론화위원회가 효과 없는 벌점제로 신청사 입지 선정을 강행하면 4곳 중 선택받지 못하는 3곳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특히 현재 대구시청이 위치한 중구는 시청이 빠져나가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류규하 대구 중구청장은 “시청이 이전하면 원도심 공동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기존 부지 활용방안과 함께 중구민의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시는 2019년 말 신청사 부지를 선정하고 2022년부터 공사에 들어간다. 청사 건설비용은 3천억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