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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예전의 한라그룹 영광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정 회장은 한라그룹 창업주인 정인영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한라그룹은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자산 순위에서 42위에 올랐다. 공기업을 제외한 순위는 33위다. 한라그룹은 2013년 48위, 지난해 43위에서 꾸준히 순위를 높이고 있다.
정 회장은 올해 한라그룹를 사업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해 투명한 지배구조와 계열사별 책임경영으로 성장의 토대를 다지고 있다.
한라그룹은 한때 10대그룹을 넘보기도 했는데, 정 회장은 한라그룹의 명성을 재건할 수 있을까?
◆ 한라그룹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한라그룹 지주회사인 한라홀딩스는 올해 7월1일 자회사 한라마이스터를 흡수합병해 사업지주회사로 거듭난다. 한라마이스터는 건설회사인 한라의 지분 35.7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번 합병으로 한라홀딩스는 한라를 자회사로 만들어 주력계열사인 한라와 만도를 양 축으로 거느리게 된다.
한라는 지난달 16일 한라홀딩스 지분 전량(7.98%)을 KCC 등 우호세력에 처분해 순환출자를 정리했다. 이로써 한라홀딩스와 한라마이스터 합병이 완료되면 한라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완전히 끝난다.
한라그룹 지주회사 전환은 정몽원 회장의 한라그룹 재건작업에 방점을 찍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꼽힌다. 한라그룹이 지주회사 전환을 계기로 인수합병과 신사업 진출 등으로 재도약을 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 회장은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계열사 부당지원 등으로 잃어버린 주주들의 신뢰를 얻고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삼으려고 한다. 정 회장은 순환출자 고리를 정리해 과거 만도가 한라 유상증자에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봉쇄했다.
정 회장은 또 계열사 지원에 관한 정관도 개정했다. 계열사 지원 의결요건을 주주총회 참석인원의 3분의 2, 전체 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하도록 강화했다. 시장의 신뢰를 되찾기 위한 노력인 셈이다.
정 회장은 성일모 만도 사장을 자동차부문장, 최병수 한라 사장을 건설부문장으로 삼아 사업별로 전문경영인의 책임경영체제를 강화했다. 성 사장과 최 사장은 정 회장의 측근이다. 성 사장은 정 회장과 서울고 동문, 최 사장은 정 회장과 고려대 경영학과 동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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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
이들이 맡은 만도와 한라의 경영실적이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어 한라그룹의 성장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한라는 지난해 매출 1조9천억 원으로 2013년보다 5% 줄어들었지만 37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전환했다. 순손실 규모도 4600억 원에서 1600억 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재무구조 개선 노력이 효과를 거두고 있어 올해는 순이익도 흑자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한 만도는 지주회사에 로열티를 지급하는 등 비용증가로 1분기 실적이 다소 부진했다. 그러나 연구개발 투자와 많은 수주에 힘입어 올해부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과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매출증가가 기대된다.
◆ 정몽원, 만도 되찾아 한라그룹 재건 기반 마련
정몽원 회장이 1997년 1월 한라그룹 회장에 취임할 때 한라그룹은 재계서열 12위를 차지했다. 정인영 명예회장이 장남 정몽국 전 한라그룹 회장을 제치고 차남인 정몽원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줄 정도로 정 회장은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정인영 명예회장은 정몽국 전 회장에게 한라중공업, 한라시멘트, 한라레미콘 등을 맡기고 정몽원 회장에게 한라건설, 만도기계, 한라공조 등을 맡겨 경쟁구도를 이어왔다.
정 명예회장은 1995년 정몽국 전 회장을 미국 샌프란시스코지사장으로 내보내고 정몽원 회장을 총괄경영자로 삼았다. 정 명예회장은 이어 모든 지분을 정몽원 회장에게 줘서 정몽원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줬다.
그러나 정 회장은 회장에 취임하자마자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정 회장이 취임한 지 1년도 안 된 1997년 12월 한라그룹은 부도를 냈다. 한라중공업 조선소에 1조8천억 원을 지원한 여파가 컸다.
정 회장은 한라그룹의 생사가 달린 위기에서 모든 것을 포기했다.
정 회장은 한라그룹 경영권을 사실상 포기하다시피하고 한라중공업(현 현대삼호중공업), 한라시멘트(현 라파즈한라시멘트), 만도, 한라공조 등 계열사를 모두 매각했다. 정 회장은 한라그룹을 사실상 잃어었지만 정 회장이 경영권을 포기한 덕분에 한라그룹 계열사들이 각자도생할 수 있었다.
정 회장에게 남은 것은 한라건설(현 한라) 하나뿐이었다. 정 회장은 절치부심해 한라를 안정적으로 키워나갔다.
정 회장은 2006년 정 명예회장이 별세한 뒤 본격적으로 만도 되찾기에 나섰다. 정 명예회장은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만도를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사모펀드 선세이지에 넘어간 만도를 2008년 범현대가인 KCC 등과 컨소시엄을 이뤄 다시 되찾아 왔다. 만도의 최대 고객인 현대기아차의 암묵적인 지원도 한 몫 담당했다.
정 회장이 되찾아 온 만도는 2010년 재상장하는 등 꾸준한 실적을 내면서 한라그룹 핵심 계열사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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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
◆ 정몽원, 지주회사체제에서 한라그룹 어떻게 키울까
정 회장이 추진해온 한라그룹 재건이 늘 성공한 것만은 아니다.
정 회장은 2012년 위니아만도 인수를 검토했으나 인수에 실패했다. 그 뒤 현대백화점그룹이 위니아만도 인수에 나서기도 했지만 실사 뒤 인수 타당성이 없다며 인수의사를 철회했다. 결국 위니아만도는 지난해 말 자동차부품 제조사인 대유에게 넘어가 대유위니아로 이름을 바꿔달았다.
정 회장이 위니아만도보다 더 재인수에 관심을 쏟았던 계열사는 한라공조(현 한라비스테온공조)다. 정 회장은 과거 한라공조의 초대사장을 지내 애착을 갖고 있었다.
정 회장은 2012년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한라공조를 인수해 제2의 전성기를 이룰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라공조는 지난해 말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 컨소시엄 품에 안겼다. 정 회장은 4조 원에 육박하는 거래를 지켜봐야만 했다.
한국타이어가 지분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해 앞으로 한라공조를 한국타이어가 완전히 끌어안을 가능성이 높다. 정 부회장이 현실적으로 한라공조를 되찾기 어렵다.
한라그룹이 중공업 등에 다시 진출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한라그룹 지주회사인 한라홀딩스의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1658억 원이다. 자금동원력이 제한적인 만큼 갑작스런 대형 인수합병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라그룹이 예전에 무너졌던 이유가 중공업 분야 대규모 투자였던 점을 감안하면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 회장이 한라그룹의 신사업 진출을 타진하기보다 주력사업인 건설과 자동차부품사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인수합병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라는 2013년 환경플랜트 전문업체 한라오엠에스를 인수했고 만도는 주행보조시스템 전문업체 독일 DSP보이펜을 인수했다. 만도는 2011년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기업 이폴리머를 인수하는 등 자동차부품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