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소형트럭 ‘포터’가 지난달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량 순위에서 1위에 올랐다. 정부가 규제완화를 통해 푸드트럭 합법화 추진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전혀 기대하지 않는 곳에서 운을 만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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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
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량으로 현대차 트럭 포터가 1위에 올랐다. 한 달 동안 9488대가 팔렸다. 포터 외에도 기아차 봉고트럭이 7위, 현대차 스타렉스가 8위를 차지했다. 베스트셀링차 순위에서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소형 트럭은 주로 택배용이나 자영업용으로 쓰인다. 10위권에 세 개 모델이 차지한 경우는 이례적이다.
지난해까지 내수시장 1위 모델이었던 준준형 세단 아반떼는 5위로 밀려났다. 중형 세단 쏘나타도 9위에 머물렀다. 이는 신형 쏘나타의 판매량이 들어가지 않은 탓도 있다.
포터의 판매급증은 정부가 지난달 20일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푸드트럭’을 올해 상반기 합법화하기로 결정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푸드트럭은 9년 동안 족쇄로 묶여 있었다. 앞으로 최소 화물 적재공간(0.5㎡)을 확보한 경우 일반 화물차를 푸드트럭으로 구조변경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구조변경이 허용되지 않아 불법개조가 늘어왔다.
푸드트럭 합법화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놀이동산 등에 한해 식품접객업 영업신고를 한 경우 푸드트럭의 영업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소형 트럭을 이용해 창업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포터의 판매급증은 지난 3월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판매가 전년 대비 5% 정도 늘어 모두 9만209대가 팔렸다. 올해 1분기를 종합해 보면 2만4512대 판매로 1위를 기록했다. 판매가 많은 현대차 그랜저(2만3633대), 기아차 모닝(2만2569대), 현대차 아반떼(1만9211대), 현대차 쏘나타(1만4913대) 등을 모두 제쳤다.
포터 가격은 최고 1천880만원으로 그랜져 3천940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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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 상용 1톤 트럭 '포터' |
하지만 이런 추세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푸드트럭의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개혁을 요청한 장본인인 배영기 두리원 에프앤에프 사장은 푸드트럭 규제철페와 관련해 “시동 걸자마자 시속 100㎞느낌”이라며 “규제 풀어줘 고마운데 너무 위험한 속도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적재공간에 대한 기준을 제외하고 냉장시설, 급수설비, 위생기준 등이 명확하지 않은데 입법예고부터 나왔다는 것이다.
영업이 가능한 지역도 제한적이다. 수요가 많은 도심이나 도시 인근의 공원에서 영업은 불법이다. 롯데월드나 에버랜드 등 놀이시설은 이미 외부업체와 계약해 영업을 하고 있어 푸드트럭이 들어가기 쉽지 않다.
형평성 문제도 나온다. 조덕휘 전국노점상총연합 회장은 7일 기자회견을 열어 “수천만 원에 이르는 비용 때문에 청년이나 영세 자영업자, 기존 노점상은 선뜻 나서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노점상들은 “트럭에서 과일 팔면 불법이고, 트럭에서 음식 조리하면 합법이냐” “트럭만 사면 해결이 되는 거냐”라고 정부정책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