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업계가 오너경영에서 전문경영인체제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
제약회사들의 규모와 사업영역이 넓어지면서 전문경영인체제의 장점도 많지만 경영의 연속성 등 측면에서는 한계를 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 우종수 한미약품 경영관리부문 사장(왼쪽)과 권세창 한미약품 신약개발부문 총괄 사장. |
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위 10대 제약사 가운데 GC녹십자와 광동제약을 제외하고 모두 전문경영인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 톱’ 전문경영인체제를 도입하는 곳도 있다.
대웅제약은 2018년 3월 오너경영에서 전문경영인체제로 전환하며 두 명의 공동대표이사가 회사를 이끌고 있고 한미약품도 우종수,
권세창 사장이 분야를 나눠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제약업계에 전문경영인 바람이 부는 것은 과거보다 경영자의 전문성이 훨씬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회사들은 과거 주로 대부분의 매출을 복제약을 통해 거뒀지만 최근 들어 신약 연구개발(R&D)이 중요해지면서 연구자 출신 전문경영인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미약품이 그동안 대규모 기술수출 성과를 거둔 것도 전문경영인체제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공동대표체제는 역할분담을 통해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다.
한미약품은 우종수 사장이 경영관리부문을,
권세창 사장이 신약개발부문을 총괄 담당하고 있다. 대웅제약도 역할이 명확하게 나뉘어 있지는 않지만 윤재춘 사장이 국내사업을, 전승호 사장이 글로벌사업에 주력하는 구조다.
한미약품은 신약 개발에, 대웅제약은 글로벌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관련 분야의 전문가를 따로 분리에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으로 해석된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 제약사들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호하는 것은 사업 분야별 전문성을 강화하기 전략”이라며 “회사 규모가 커지고 사업 분야를 다각화하면서 업무 효율성을 높일 필요도 커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경영인체제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우선 임기가 제한돼 있는 전문경영인체제에서는 임기 내 실적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전문경영인들은 오너와 달리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를 운영하기 어렵기 때문데 제약회사의 특성상 회사의 장기적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대규모 투자와 같이 중요한 사안을 신속하게 결정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최근 제약회사들은 중장기 먹거리 확보를 위해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나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데 전문경영인체제보다는 오너경영체제에서 더 빠르게 추진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광동제약과 GC녹십자는 여전히 오너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광동제약은 창업주 고 최수부 회장의 장남인
최성원 대표이사 부회장이, GC녹십자는 허영섭 녹십자 선대 회장의 차남인
허은철 대표이사 사장이 이끌고 있다.
서울제약, 신일제약과 같이 최근 전문경영인체제에서 오너경영체제로 최고의사 결정구조를 변화한 제약사도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전문경영인체제로 변화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오너경영체제를 고수하는 곳도 적지 않다”며 “회사 규모나 후계자의 나이 등 각각의 제약사 상황에 따라 다르게 운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