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기자 wisdom@businesspost.co.kr2019-03-28 16:3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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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인 코리아세븐 대표이사가 일본의 세븐은행을 바라보고 있다.
세븐은행은 일본의 인터넷전문은행인데 사업의 핵심을 ATM기(현금자동입출금기)에 두고 있는데 한국 코리아세븐은 세븐은행의 뒤를 좇는다.
▲ 정승인 코리아세븐 대표이사.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이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장을 내는 것은 일찌감치 예견된 일로 평가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오프라인 거점을 두고 있지 않은 만큼 편의점 운영회사가 참여하면 이를 활용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세븐은행의 사업모델을 기반으로 인터넷전문은행사업 진출을 검토해왔지만 그동안 국내에서는 금융 관련 법과 제도가 갖춰지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오프라인으로 고객과 접점이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는 편의점의 ATM기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코리아세븐은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 ATM기를 두고 있다.
코리아세븐은 금융자동화기를 6천 대 두고 있는데 이 가운데 ATM기가 4천 대에 이른다. 나머지 2천 대는 CD기(현금지급기)다.
코리아세븐이 전국에 세븐일레븐 편의점 9500여 곳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2개 점포 가운데 1개 점포는 ATM기를 두고 있는 셈이다.
코리아세븐은 인터넷전문은행 참여 의지를 보이는 것은 일본의 세븐은행 성공사례를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세븐은행은 온라인으로 예금과 대출업무도 진행하지만 핵심사업모델을 ATM기사업으로 여긴다.
세븐은행은 수백 개의 금융기관과 제휴해 ATM기 사용료를 받고 금융기관은 세븐은행의 ATM기를 활용함으로써 ATM기 운영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
세븐은행의 ATM기 수는 2001년 3657개였지만 2018년 말 2만4756개로 늘었다. 세븐은행과 제휴를 맺은 금융기관 수도 2001년 9곳에서 2017년 600곳으로 증가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 인터넷전문은행의 최근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세븐은행이 ATM기의 높은 안정성과 보안성을 기업경쟁력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며 “세븐은행이 은행으로서는 독특한 사업모델을 확보해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경영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븐은행은 세븐일레븐 점포를 활용해 ATM기사업을 적극 진행하면서 설립된 지 3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이 위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세븐은행은 2017년 기준으로 직전 5년 동안 마진율이 20%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다.
키움증권의 컨소시엄에 롯데멤버스가 참여하는 것도 코리아세븐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롯데멤버스는 롯데그룹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엘페이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엘페이 사용자는 신용카드나 현금없이 앱을 실행하는 것만으로도 결제할 수 있고 엘포인트도 적립받을 수 있다.
롯데멤버스 관계자는 “어떤 식으로 시너지를 낼지 확정된 것은 아니다”면서도 ‘엘페이의 QR앱 등을 활용해 코리아세븐의 ATM기를 쓰거나 엘페이의 음파결제서비스로 세븐일레븐의 ATM기를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가 27일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마감한 결과 토스뱅크컨소시엄과 키움증권컨소시엄, 애니밴드스마트은행 등 3곳이 신청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애니밴드스마트은행은 신청서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사실상 토스뱅크컨소시엄과 키움증권컨소시엄이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출범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코리아세븐과 롯데멤버스가 키움증권의 컨소시엄에서 차지한 지분은 8% 정도다.
코리아세븐은 이날 롯데멤버스, KEB하나은행, SK텔레콤과 함께 키움증권이 구성한 제3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했다고 발표했다.
정 대표는 제3인터넷전문은행 참여를 놓고 “편의점의 생활금융 서비스가 필수적 서비스로 성장했다”며 “편의점의 전국 인프라망이 미래 금융환경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