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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우) |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단독으로 금호산업 인수전에 나섰다.
금호산업 매각주간사인 산업은행이 28일 오후 3시 본입찰 제안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호반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않고 단독으로 본입찰에 참가했다.
지난 2월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던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사모펀드(IBK펀드), MBK파트너스, IMM PE, 자베즈파트너스 등 사모펀드 운용사 4곳은 본입찰에 참가하지 않았다.
호반건설이 제시한 입찰가격과 조건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일각에서 호반건설이 6천억 원 수준의 인수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호산업 인수전은 이제 호반건설이 얼마를 써냈는지에 달려있다. 만약 호반건설이 채권단의 기대보다 낮은 인수가격을 제시할 경우 채권단은 이번 본입찰의 유찰을 결정할 수도 있다.
김상열 회장이 써낸 입찰가격이 너무 높을 경우 박삼구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너무 낮으면 박삼구 회장이 손쉽게 금호산업을 되찾을 수 있게 되거나 유찰될 가능성도 있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호산업 채권단은 금호산업 입찰가격이 채권단의 예상보다 낮을 경우 박 회장에게 금호산업을 직접 매각하거나 매각을 연기할 방침을 세워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6천억∼7천억 원의 금액이 유찰의 기준선으로 보고 있다. 채권단이 예상하는 금호산업의 입찰가격 하한선도 6천억∼7천억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대상 지분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금호산업 워크아웃 과정에서 출자전환 등을 통해 보유하게 된 금호산업 지분 57.5%다. 이날 금호산업 종가 2만2850원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할 경우 지분가치는 4500억 원가량이다.
하지만 금호산업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며 아시아나항공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최대 1조 원까지 입찰가격이 치솟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현재 호반건설의 자금동원력은 충분하다고 평가받는다. 호반건설은 당좌자산 규모가 지난해 말 기준 7천억 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현금과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상품, 단기매매증권 등도 4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건설은 최근 하나대투증권의 지원도 받기로 했다. 하나대투증권은 호반건설에 4천억 원 규모의 투자확약서를 발급하고 200억 원 규모의 한도대출을 해주기로 했다.
호반건설은 이날 오전 비공개 이사회를 열고 입찰가격을 정했다. 호반건설이 “합리적 가격을 제시했다”고 강조한 만큼 1조 원에 조금 못 미치는 8천억∼9천억 원 정도를 제시했을 가능성도 높다.
호반건설이 높은 입찰가격을 제시하더라도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금호산업은 박 회장의 품으로 가게 된다.
박 회장은 2010년 금호그룹 워크아웃 이후 사재 3300억 원으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 참여해 우선협상대상자가 제시한 금액으로 먼저 매수할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확보했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을 꼭 찾아야 하는 만큼 사활을 걸고 금호산업 되찾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되찾지 못할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사실상 해체수순을 밟게 된다.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지분 30.08%를 소유한 최대주주인 데다 아시아나항공이 금호터미널, 아시아나개발 등 알짜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그동안 공식석상에서 금호산업 인수전이 “순리대로 될 것”이라며 여유있는 모습을 보여왔다.
채권단은 이르면 이날 저녁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한다. 이어 이른 시일 내에 우선협상대상자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해 해당내용을 우선매수권자인 박 회장에게 전달한다.
박 회장은 한 달 내 이 입찰가격에 우선청구매수권을 행사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최종 매수자가 정해지면 2~3주에 걸쳐 매수자 실사가 진행되고 7월에 인수자 매매계약 체결,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신고 등을 거쳐 8월에 금호산업 매각이 종료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