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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 지주회사체제 12년 어떻게 달라졌나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5-04-27 17: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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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그룹, 지주회사체제 12년 어떻게 달라졌나  
▲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23일 서울 강서구 마곡산업단지에서 열린 'LG 사이언스파크 기공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시스>

LG그룹은 국내 대그룹 지주회사 전환의 롤모델로 꼽힌다. LG그룹은 2003년 우리나라 대그룹 가운데 가장 먼저 지주회사체제의 닻을 올렸다.

LG그룹을 필두로 그뒤 SK그룹 GS그룹 등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했다.

LG그룹은 화학부문 지주회사인 LGCI와 전자부문 지주회사인 LGEI를 합병해 통합지주회사인 LG를 출범시켰다. LG그룹 49개 계열사 가운데 LG전자와 LG화학, LG산전 등 34개 계열사가 지주회사 LG에 편입됐다.

LG는 당시 발행주식 총수 2억6016만80555주, 자본금 1조3008억 원, 자산 6조2천억 원, 자기자본 4조6천억 원, 부채비율 35%의 재무구조를 갖추고 통합지주회사시대의 막을 열었다.

LG투자증권, LG카드 등 금융계열사들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LG에 편입되지 못했으며 LG상사와 LG건설 등은 대주주가 직접 지분을 보유하는 LG계열기업으로 남았다.

그뒤 LG전선, LG니꼬동제련, LG칼텍스가스, 극동도시가스 등 4개사도 계열분리를 마쳤다.

LG그룹이 지주회사체제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었던 데는 다른 대기업들에 비해 순환출자가 복잡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LG그룹은 LIG그룹과 GS그룹으로 계열분리하는 과정에서 지주회사체제 전환의 초석을 다져놓았다.

LG그룹은 지주회사체제 전환을 계기로 국내 재벌의 고질적 문제로 지목됐던 순환출자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졌다.

LG그룹은 지주회사체제를 통해 전자와 화학, 통신 등 3대 사업을 기반으로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는데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홍콩의 경제주간지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FEER)는 당시 “LG그룹의 기업지배구조 및 경영투명성 개선계획은 한국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점 가운데 하나인 재벌개혁의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며 “LG그룹의 지주회사체제 전환은 지금까지 한국기업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LG그룹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 지 12년이 흘렀다. 그 결과는 어떨까?

◆ 지주회사체제, 순환출자 해소

지주회사는 경영 효율성과 투명성 확보, 지배구조 개선, 외자유치 원활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총수 일가가 지주사 보유 지분을 통해 그룹 계열사들을 지배하기 때문에 순환출자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또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지적도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전두환정부 시절인 1986년 12월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서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해 순수지주회사의 설립이나 전환이 금지됐다.

그러자 계열사간 순환출자가 거미줄처럼 늘어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계열사간 순환출자는 한 회사가 위험에 빠지면 도미노처럼 연쇄도산할 우려가 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부터 순수지주회사로 전환이 허용됐다. 자본시장이 개방된 상태에서 외국자본으로부터 경영권을 지키고 부실계열사를 정리하기 위해 지주회사제도가 필요하다는 재계의 요구를 김대중 정부가 제한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지주회사는 그동안 재벌의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거론됐다.

참여연대나 장하성 고려대 교수 등 재벌개혁론자들도 LG그룹의 지주회사체제 전환을 모범사례로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반론도 적지 않았다. 송원근 진주산업대 교수는 2008년 펴낸 저서 ‘재벌개혁의 현실과 대안 찾기’에서 LG그룹의 경우를 예로 들어 지주회사 전환 이후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더욱 확대되고 여전히 부당 내부거래가 끊이지 않는 등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LG그룹, 지주회사체제 12년 어떻게 달라졌나  
▲ 구본무 LG그룹 회장(맨 오른쪽)이 지난해 7월 LG전시관을 찾은 시진핑 중국국가 주석을 안내하고 있다.<뉴시스>

◆ 구본무 지배력 확대, '소유와 경영' 분리 유명무실


LG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된 지 10년이 넘으면서 송 교수의 이런 지적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순환출자 해소와 투명성 강화, 부실계열사 정리 등에 유리한 긍정적 효과뿐 아니라 그에 따른 부작용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 지주회사제도가 허용된 데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자는 목적도 있었다. 대주주인 총수가 지주회사를 소유하도록 허용하되 계열사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자는 취지다.

하지만 LG그룹만 봐도 이것은 실현되지 않았다. 오히려 총수들이 소유권과 지배력을 높여 오너경영체제를 굳혔기 때문이다.

구본무 회장은 LG그룹 지주회사체제 전환 전까지만 해도 LG화학과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었다. 그러나 지주회사로 바뀌고 LG의 최대주주 겸 대표이사 회장에 오르면서 LG전자 등 주력 계열사 경영에 이전보다 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구 회장 등 총수 일가는 2003년 3월 당시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추가자금을 투입하지 않고도 LG의 지분을 42.8%나 확보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LG의 유상증자를 통한 공개매수를 활용한 것이다. 자회사 주식을 공개매수하면서 LG의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이다. LG전자 지분을 시중가보다 비싸게 LG에 팔고 그 돈으로 주가가 떨어진 LG의 신주를 사들이는 것이다.

지주회사 전환 전까지 구 회장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LG화학 지분 5.8%와 LG전자 지분 6.6%, LG홈쇼핑 지분 47.8%에 불과했다.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LG 지분을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LG의 지배구조는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단순해지고 투명해진 듯 보이지만 구본무 회장의 1인 체제는 더욱 강화됐다”며 “재벌 총수 중심의 기업경영 관행을 깨려던 지주사체제의 본래 목적에서는 한참 멀어진 셈”이라고 비판했다.

◆ 지주회사, 승계 고민 해결하는 '마법의 지팡이’

지주회사체제 전환은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뿐 아니라 골치아픈 승계문제도 해결해주는 마법의 지팡이가 되고 있다.

삼성그룹, 한진그룹 등 승계 이슈가 불거진 재벌기업들이 지주사 전환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에 너나없이 뛰어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LG그룹에서도 승계와 관련해 지주회사 LG 주식은 항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올해로 만 70세를 맞았다. 구 회장은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손자이자 명예회장인 구자경 회장의 장남이다.

구인회 회장은 1969년 62세로 별세하면서 동생인 구자경 명예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구 명예회장은 만 70세가 되던 해인 1995년 장남인 구본무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LG그룹 안팎에서 승계와 관련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구 회장의 나이가 70세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구 회장의 장남은 구광모 LG 상무다. 구 회장은 슬하에 딸만 둘을 두고 있어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상무를 양자로 입적했다. 구 회장이 조카를 양자로 들이면서까지 아들로 삼은 것은 LG그룹이 지켜온 장자승계 원칙을 따르겠다는 뜻이다.

구본무 회장이 올해 70세를 맞아 당장 그룹 경영권을 구광모 상무에게 승계할 경우 구 상무는 LG지분만 늘리면 그룹 전체에 대한 경영권을 한꺼번에 물려받을 수 있다.

과거처럼 순환출자로 거미줄처럼 계열사들이 엮여 있었다면 그만큼 지분을 확보해야 할 대상 계열사들도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주사로 말끔하게 정리된 이상 이제 핵심은 LG지분을 얼마나, 어떻게 더 늘리냐는 문제로 경영권 승계가 훨씬 단순해졌다.

  LG그룹, 지주회사체제 12년 어떻게 달라졌나  
▲ 구광모 LG 상무

◆ 그룹승계 1순위 구광모, LG지분 계속 늘려


구 상무 입장에서 LG지분을 늘리는 길은 물려받거나 사들이는 것이다. 둘 다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구 상무는 지주회사 LG의 개인주주 가운데 3번째로 지분이 많다. 구 상무는 올해 LG에서만 102억여 원을 배당소득으로 받아 배당소득 ‘100억 원 클럽’에 처음 가입했다. LG 보유지분이 늘어난 결과다. 배당금이 늘면 다시 지분을 더 늘릴 여력이 생겨난다.

LG상사가 지난 2월 범한판토스를 인수한 것도 구 상무의 그룹 승계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LG상사가 범한판토스를 인수해 몸집을 키우고 향후 구 상무의 경영권 승계 자금줄로 활용될 것이란 관측인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LG상사의 범한판토스 인수와 관련해 이런 논평을 냈다. “인수자체에 문제는 없다. 하지만 총수가 존재하는 대규모기업집단 가운데 가장 먼저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는 등 그동안 LG그룹이 보여준 지배구조 개선 노력과 의지를 생각할 때 굳이 지주회사체제 밖의 계열사를 동원해 범한판토스를 인수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 하는 근본적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구 상무는 지주사 LG의 지분 5.99%를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아버지 구본무 회장(11.24%)와 2대주주 구본준 LG전자 부회장(7.72%)에 이어 3대주주다.

구 상무는 2004년부터 기회가 될 때마다 LG의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LG가 구 상무의 LG그룹 전체 경영권을 넘겨받기 위한 발판이기 때문이다. 구 상무는 최근 3년간 친인척들이 내놓은 지주사 LG 지분의 55% 이상을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 관계자들은 구 상무가 지속적으로 LG지분을 매입하면서 양부인 구본무 회장과 친부인 구본능 회장의 지분을 넘겨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

구본무 회장은 여전히 경영에 주력하고 있다. 구 상무는 승계 1순위로 꼽히고 있지만 아직 나이나 경력 등을 감앙할 때 승계를 마무리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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