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한진칼이 3월 말 열리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두 회사는 각각 국민연금과 KCGI와 표 대결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강성부 KCGI 대표. |
15일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따르면 두 회사 주주총회일이 각각 27일, 29일로 확정되면서 내부에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여부를 놓고 국민연금과 표 대결을 앞둔 것으로 파악된다.
국민연금은 아직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을 반대할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2014년부터 계속해서 조 회장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등의 한진그룹 계열사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표를 던졌던 것을 살피면 이번 주주총회에서도 조 회장의 연임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은 올해도 한진그룹 계열사 주주총회를 앞두고 한진그룹에게 경영쇄신을 여러차례 촉구하기도 했다.
2018년 12월31일 기준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과 특수관계인은 대한항공 지분 33.35%를, 국민연금은 11.56%를 들고 있다. 한진칼이 국민연금의 3배에 가까운 지분을 들고 있는 셈이지만 조 회장의 연임 안건의 통과가 쉬운 상황은 아니다.
대한항공은 상법과 달리 이사 선임을 정관에서 특별결의사항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결의사항은 주총 출석 의결권 수의 2/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통과된다. 의결권 출석률 100% 기준 조 회장의 연임안이 주주총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약 34%의 우호 지분이 더 필요하다.
출석률이 낮다면 필요한 우호지분은 적어질 수 있지만 대한항공 주주총회에 상당한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을 살피면 출석률이 낮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조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캘퍼스), 블랙록 등 해외 기관투자자들에게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표를 행사해줄 것을 요청하는 전자우편을 발송했다고 14일 밝혔다.
참여연대는 27일까지 대한항공 소액주주들을 상대로 조 회장 연임을 반대하기 위한 의결권 위임을 지속적으로 요청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진칼 주주총회의 쟁점은 국민연금이 요구한 정관변경, KCGI가 요구한 사외이사 선임,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사장의 사내이사 연임 등이다.
국민연금은 2월 초 기금운용위원회를 통해 한진칼에 적극적 주주권(스튜어드십코드)을 행사할 것을 의결하고 ‘모회사나 자회사를 대상으로 횡령과 배임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됐을 때 등기이사는 결원으로 본다’는 내용의 정관 변경을 요청했다.
조 회장이 횡령과 배임 관련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재판 결과에 따라 조 회장을 이사에서 해임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요구하는 정관변경이 주주총회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관변경은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이기 때문에 주주총회 출석 의결권 수 2/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2018년 말 기준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고 있는 한진칼 지분이 28.93%라는 것을 살피면 약 4%의 우호지분만 더 확보한다면 조 회장은 정관변경을 여유롭게 저지할 수 있다.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한진칼 지분은 7.34%로 KCGI의 10.71%(주주명부 폐쇄 이후 취득한 지분 제외)를 합친다 하더라도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들고 있는 지분에 크게 못미친다.
석 사장의 사내이사 연임과 KCGI가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건은 한진칼 지분 절반을 넘게 차지하고 있는 소액주주들의 표심에 따라 향배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과 달리 한진칼은 이사 선임을 일반결의사항으로 규정한 상법 조문을 준용하고 있다. 일반결의사항이 주주총회에서 통과되기 위해서는 출석 의결권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지분의 28%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조 회장 측이 유리한 상황이긴 하지만 최근 조 회장 일가와 관련된 여론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살피면 선임안건 통과를 낙관하기 힘들다.
이번 한진칼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KCGI와 손을 잡을지도 주목된다.
국민연금은 올해 초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검토하는 등 기본적으로 조 회장 일가에 비판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사외이사 선임 등 개별 안건에서 국민연금이 KCGI와 행동을 함께할지는 미지수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