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철 기자 esdolsoi@businesspost.co.kr2019-03-13 14:5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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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기초자치단체 ‘금고지기’ 자리를 놓고 지방은행은 ‘지역친화’를, 시중은행은 ‘시장논리’를 각각 내세우며 맞붙었다.
정부가 은행에서 지방자치단체에 제공하는 출연금 규모를 줄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상대적으로 지방은행이 유리한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 농민단체 관계자가 2018년 11월7일 광주 광산구청 마당에서 농협이 탈락한 구 금고 선정 심의 결과에 반대하는 시위하고 있다. < NH농협은행>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자치단체 금고는 주로 NH농협은행과 지방은행이 1금고와 2금고를 나눠 맡아오는 구도였지만 최근 시중은행들이 속속 도전장을 던지면서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KB국민은행은 NH농협은행이 맡고 있던 광주 광산구 금고, 광주은행이 운영하던 광주 남구 금고, 전북은행이 맡고 있던 전북 군산시 금고 등을 잇달아 차지했다.
신한은행도 대구은행이 다루던 경북 안동시 금고를 넘겨받았다.
시중은행들이 2015년부터 잇달아 기관영업을 강화하면서 국민연금 주거래은행, 서울시 금고, 인천시 금고 등 굵직한 금고 운영기관 자리를 놓고 벌어졌던 영업 경쟁이 전국 기초자치단체로 확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금고은행이 각 지자체에 협력사업비 명목으로 제공하는 출연금 규모가 기존 입찰 때와 비교해 2~3배씩 뛰기도 했다.
출연금이 사실상 일종의 ‘리베이트’처럼 활용되면서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지방은행들은 지역구 구금고를 기관영업 ‘텃밭’으로 삼았는데 시중은행에 내주면서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고 있다.
BNK부산은행, DGB대구은행, 광주은행, 제주은행, 전북은행, BNK경남은행 노사 대표는 공동으로 호소문을 내고 “최근 일부 시중은행이 과다한 출연금을 무기로 지방 기초자치단체 금고까지 무리하게 공략하고 있다”며 “지역경제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지방은행의 생존을 위해 금고 출연금만으로 공공금고가 정해지는 현재의 금고 선정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금고 운영기관을 선정할 때 출연금이 아닌 지역민의 거래 편의성과 금고 시스템 운영, 지역경제 기여도 등 금융업의 본질적 요인으로만 평가해야한다고 요구했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도 “대형 시중은행은 지자체를 두고 지방은행과 경쟁하기보단 해외로 진출하는 것이 어떠냐”며 일부 시중은행의 지방 공략을 비판했다.
올해 지방 기초자치단체 50여 곳이 금고 운영기관을 새로 선정하는 만큼 출연금을 앞세운 시중은행의 지방 공략에 미리 제동을 걸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시중은행은 금고 운영기관 선정이 출연금 규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100점인 금고 선정기준 점수 가운데 출연금 점수는 4점에 불과한 데다 지역민 이용 편의성(18점), 지역사회 기여 및 자치단체와 협력사업(9점) 등 지방은행들이 유리한 항목들도 이미 충분히 평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배보다 배꼽이 클 정도로 출연금을 제시하지 않는다”며 “충분히 사업성 검토를 한 뒤 그에 걸맞은 출연금을 제시하는 것인데 이를 문제 삼는다면 사실상 경쟁하지 않겠다는 뜻 아니냐”고 말했다.
정부는 시장논리를 앞세운 시중은행보다는 출연금 규모를 줄여야한다는 지방은행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은행들이 지방자치단체 금고에 선정되기 위해 출연금을 많이 내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며 “과당경쟁으로 금융회사 영업과 경영 건정성이 우려되고 소비자한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는 만큼 과당경쟁을 방지할 방안이 있을지 지방자치단체와 관련된 부처와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와 금융위원회는 합동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금고 선정기준을 개정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은행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출연금을 각 지방자치단체의 세입규모와 대비해 일정수준으로 제안하거나 항목별 배점을 조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금융위는 ‘한국형 지역 재투자제도’를 올해부터 시범운영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한국형 지역 재투자제도는 은행이 한 지역에서 확보한 수신액의 일정 비율을 다시 이 지역에 대출하도록 하는 제도로 금융위원회가 은행이나 대형 저축은행의 지역 재투자 현황을 평가해 공개하는 방식이다.
이 결과를 지방자치단체 금고나 법원 공탁금 보관은행 등을 선정할 때 반영해 출연금 규모가 아니라 지역에 얼마나 투자를 했는지 여부에 따라 금고 선정에서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는 ‘지방은행산업의 환경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지역 재투자제도 도입은 시중은행보다 지방 중소기업 등의 정보를 많이 지니고 있는 지방은행에게 더욱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