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의 플래그십 세단인 에쿠스와 K9이 내수시장에서 부진한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연말에 출시할 예정이던 신형 에쿠스를 조기에 내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플래그십 세단은 해당 자동차회사의 기술력이 집약돼 있을 뿐 아니라 자동차회사의 철학이 반영된 만큼 경쟁사의 기선을 제압하고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어오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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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차 K9 퀀텀 |
플래그십 세단이 잘 팔리느냐에 따라 브랜드 이미지가 좌우될 뿐 아니라 다른 모델의 판매량도 달라진다.
2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에쿠스와 기아차의 K9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진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차는 2013년 에쿠스를 1만2700여 대나 판매했지만 지난해 33.34%가 줄어든 8500여 대를 파는데 그쳤다.
올해 들어서도 부진한 판매는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1분기 에쿠스를 2천여 대 팔았다.
기아차의 K9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기아차는 2013년 K9을 5천여 대밖에 판매하지 못했다. 지난해의 경우 전년보다 12% 가량 감소한 4400여 대를 파는데 그쳤다.
기아차는 올해 들어서도 K9을 지난 3달 동안 1200여 대 팔았다. 지난해 1분기보다 18%나 판매량이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기아차가 야심차게 K9의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한 뒤 받은 성적표여서 더욱 뼈아프다.
기아차는 지난해 11월 '더 뉴 K9'과 함께 ‘K9 퀀텀’을 출시했다. K9 퀀텀에 기아차 모델 최초로 국산차 최대 배기량인 5.0리터 엔진을 탑재했다. K9이 부진한 이유로 제네시스와의 차별화 실패가 꼽히자 에쿠스와 같은 엔진을 장착한 것이다.
가격도 기존 K9의 최고급 모델 3.8 VIP의 7260만 원보다 더 비싼 8620만 원으로 책정했다. 최고급 수준의 옵션과 함께 최고출력 425마력(ps)에 최대토크 52.0kg.m의 강력한 성능을 갖췄다.
기아차는 K9에 최고급 모델을 추가하면서 한동안 부진했던 판매량을 역전시키겠다는 전략을 세웠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에쿠스와 K9이 부진한 이유는 프리미엄 세단시장에서 수입차들이 워낙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세단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가격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 상황에서 경쟁차종인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와 BMW 7시리즈에 비해 에쿠스와 K9이 인지도에서 크게 밀리기 때문이다. 소비자들 사이에 비싸더라도 고급 브랜드를 사겠다는 인식이 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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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에쿠스 |
BMW의 최고급 세단인 7시리즈 판매는 2009년 896대에서 2013년 2250여 대, 지난해 1900여 대까지 증가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도 지난해 4600여 대 넘게 판매됐다.
에쿠스와 K9이 바로 아래급 모델인 제네시스나 아슬란, 그랜저, K7 등에게 시장을 잠식당한 탓도 있다.
현대차는 올해 말 출시하기로 했던 신형 에쿠스를 조기에 출시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현대차는 신형 에쿠스에 운전자 간섭 없이 스스로 달리는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할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게 하면 이는 국내 완성차기업 가운데 최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