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왜 뒤늦게 금융감독원 직원에게 사법경찰 권한을 주려고 할까?
최 위원장이 금감원 직원의 특별사법경찰관리 지정을 내세운 것은 금융위원장의 '추천권'이라도 지키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8일 금융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금융위가 금융감독원 직원의 특별사법경찰관리 지정 관련된 업무계획을 내놓은 것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사이에 국회가 개입한 결과다.
최 위원장은 7일 금융위의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로 ‘공정하고 투명한 금융질서 확립’을 내세우며 세부 과제로 ‘수사기관, 금감원과 공조 강화 및 특별사법경찰 활용방안 마련’을 꼽았다.
'특별사법경찰관리'란 특별한 분야에서 공무원 등에 일반사법경찰과 동일한 수사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일반적으로 소속 기관장 등의 제청을 받아 관할 지검장의 지명으로 임명된다.
금감원 직원의 특별사법경찰관리 임명을 위한 법률적 근거는 2015년 8월에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법위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마련됐다. 금융위원장의 추천으로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장인 서울남부지검장이 지명한다.
금감원은 특별사법경찰관리제도에 적극적 태도를 보여 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범죄수단이 첨단화되고 있어 강제수사를 통한 증거 확보가 절실하다”며 “강제수사권 없이 조사대상의 임의적 협조에 기대야 하는 현재 조사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감원 직원의 특별사법경찰관리 지명은 지금까지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다.
금융위가 공무원이 아니라 민간인에 불과한 금감원 직원에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특별사법경찰관리 제도는 대부분 교도관, 근로감독관, 국가정보원 직원 등 단속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 위주로 운용되고 있다. 다만 원양어선 등 선박의 선장, 항공기 기장 등 민간인에 특별사법경찰관리제도가 적용되는 예외가 있다.
금감원 직원이 특별사법경찰관리가 되면 금융위의 자본시장 조사권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금융위로서는 부정적 태도를 보여왔다.
특별사법경찰관리는 검사의 지휘를 받기 때문에 자본시장 범죄의 수사 초기부터 바로 검찰청이 개입하게 된다. 금융위는 자본시장 불공정행위에 행정재제를 내리기 위해 만든 증권선물위위원회나 자본시장조사단 등이 무력화 될 수도 있다고 바라본다.
특별사법경찰관리의 추진을 계속 미뤄왔던 금융위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은 국회의 압박 때문이다.
최 위원장은 자칫 잘못하다가는 추천권마저 금감원에게 넘겨주고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의원들은 국회가 이미 입법화된 제도를 금융위가 사실상 사문화하자 초강수의 법률 개정을 추진하는 움직임을 나타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8년 3월 금감원 직원의 특별사법경찰관리 추천 권한을 금융위원장에서 ‘금융위원장 또는 금융감독원장’으로 바꾸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박 의원의 개정안을 심사하는 법안소위원회에서는 금융위를 비판하는 의원들이 발언이 이어졌다.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금융위와 금감원이 소모적 권한 다툼만 하고 있다”며 “아예 특별사법경찰관리 추천권자로 금감원장만 두자”고 말하기도 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법안소위원회에서 개정안을 놓고 “중요 범죄행위를 수사하는데 민간인인 금감원장이 민간인을 특별사법경찰관리에 추천할 수 있도록 한다면 국민의 권리보호에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며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
결국 금융위가 법안소위에서 금감원 직원의 특별사법경찰관리제도의 실질적 운영방안을 마련한 뒤 국회에 보고하기로 하면서 법률 개정안 심사는 보류됐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위로서는 금감원장에게도 특별사법경찰관리 추천권이 부여되는 것만은 피하고 싶을 것”이라며 “금감원 직원의 특별사법경찰관리 추천절차가 원활하게 흘러갈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