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국가 재정을 지원하는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등에 필요한 예비 타당성조사를 개편하는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과 전문연구기관 등의 의견을 받아 상반기 안에 예비 타당성조사의 종합개편안을 내놓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 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장(가운데)을 비롯한 정부와 공공기관 인사들이 1월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지역균형발전과 철도의 역할’ 정책세미나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 |
예비 타당성조사는 정부나 지자체에서 전체 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고 국가 재정을 300억 원 이상 지원받는 사업을 진행하기 전에 사업 타당성을 검증해 평가하는 제도다.
정부는 예비 타당성조사의 평가지표에서 경제성의 가중치를 낮추고 정책성과 지역 균형발전의 가중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가중치를 살펴보면 경제성 40~50%, 정책성 25~35%, 지역 균형발전 25~30%다. 경제성 조사는 비용 대비 편익의 수치가 1을 넘어서야 통과된다.
지자체 상당수가 경제성에 가중치가 쏠려있는 점을 문제로 꼽고 있다. 지방은 인구와 경제 규모 문제로 사회간접자본 건설을 추진할 때 비용 대비 편익의 수치를 충족하는 일이 어렵다.
이 때문에 지방에서 추진하는 사회간접자본 프로젝트가 예비 타당성조사를 번번이 통과하지 못하면서 지역 균형발전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정부가 2019년 1월 지방에서 추진하는 사회간접자본 프로젝트의 예비 타당성조사를 대거 면제하면서 예비 타당성조사 자체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예비 타당성조사가 유지돼야 하지만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개편돼야 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뿐 아니라 한국교통연구원과 국토연구원 등 다른 국책 연구기관이 예비 타당성조사를 수행할 수 있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만 예비 타당성조사를 전담하다 보니 사회간접자본 프로젝트를 다양하고 전문적으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들인 것이다.
한 곳에서만 예비 타당성을 조사하기 때문에 조사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진다는 지적도 논의대상에 올라있다. 예비 타당성조사는 원칙적으로 6개월 동안 진행되지만 평균 소요기간은 15개월에 이른다.
국회에서도 수도권이 아닌 지방의 지역구 의원들을 중심으로 예비 타당성조사에 관련된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영일 민주평화당 의원은 예비 타당성조사에서 지역 균형발전의 가중치를 40% 이상으로 높이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순자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자유한국당 의원)이 1월 말 국회 토론회에서 “철도사업의 예비 타당성을 조사할 때 경제성과 더불어 인구와 고용, 일자리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새로운 평가지표의 도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예비 타당성조사가 국가 재정을 합리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점을 고려하면 제도 개편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의 2009년 4대강사업이 예비 타당성조사를 면제받았던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4대강사업은 무리하게 사업이 추진돼 환경 문제가 불거지며 '일부 보를 해체해야 한다'는 의견을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가 제시하는 등 사회적 논란이 이어지고 잇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예비 타당성조사를 거치는 사업들은 국가사업의 특성상 규모가 매우 크고 한 번 시작하면 되돌리기 힘들다”며 “현재의 예비 타당성조사도 경제성만으로 타당성을 무조건 결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