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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갑부 서정진의 미스터리

박은영 기자 dreamworker@businesspost.co.kr 2014-04-03 17: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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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조 갑부 서정진의 미스터리  
▲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이 작년 4월 보유지분 매각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셀트리온의 시가총액은 4조9천억 원에 이른다. 코스닥시장 1위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포브스코리아가 지난해 조사한 한국 부자 순위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나란히 20위에 올랐다. 재산 총액은 1조 원을 넘는다.

서 회장은 대우그룹에서 일하다 1998년 대우그룹이 해체되자 퇴직금도 포기하고 나와 2000년부터 바이오사업에 뛰어들어 신화를 만들어 냈다. 누가 뭐래도 ‘샐리러맨의 신화’의 주역으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서 회장을 둘러싼 의혹은 끊임없다. 지난해 4월16일 난데없이 공매도 세력에 맞서 주가를 지키려는 싸움에 지쳤다며 보유지분을 모두 매각하겠다고 선언했다. 주가조작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고발됐다. 셀트리온 매출은 부풀려진 것이라는 논란도 여전하다.

재계는 ‘서정진 미스터리’라고 부른다. 서 회장이 기자회견을 한 뒤 정확히 1년이 지났다. 서정진 미스터리는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 거짓일까? 

◆ 미스터리 1. 서정진은 과연 지분 매각을 할 것인가

공매도란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는 상태에서 일단 매도 주문을 낸 뒤 이보다 싸게 사들여 갚는 방식으로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이다. 공매도가 많다는 것은 다수의 투자자들이 해당 기업의 향후 주가를 그만큼 부정적으로 보고 있음을 뜻한다.

서 회장은 지난해 4월16일 기자회견을 열어 "주가를 끌어내리려는 공매도 세력과 싸움에 지쳤다"며 "보유 지분 모두를 외국계 제약회사에 매각하겠다"고 폭탄선언했다. 서 회장은 2011년 4월부터 공매도 금지기간을 제외한 432 거래일 가운데 무려 412일(95.4%) 동안 공매도가 지속됐다고 주장했다.

서 회장은 회사가 어려워 그런 것 아니냐는 시각을 의식한 듯 “회사 여유 현금이 5천억 원 정도 된다”며 “절대 회사가 어려워서 그런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신제품인 바이오시밀러(복제약) 관절염 치료제 ‘램시마’가 유럽에서 승인을 받으면 매각하겠다고 매각시기까지 밝혔다.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1위 회사인 셀트리온 서 회장의 발언이다 보니 관심이 매우 높았다. 서 회장의 기자회견 이후 여론은 양쪽으로 나뉘었다. 한쪽에서 "셀트리온보다 공매도 비중이 높은 기업이 많은 데도 왜 서 회장이 유독 심하게 반응하느냐"며 다른 배경이 있다고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다른 한쪽에서 "공매도 세력이 얼마나 심했으면 코스닥 대장주인 회사까지 팔려고 하느냐"고 동정어린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의심 쪽이 강했다.

“공매도 세력은 기본적으로 거리낄 것이 없는 회사는 건드리지 않는다. 공매도 세력이 셀트리온을 지목했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공매도로 주가가 급등하거나 급락하면 조회공시에 따라 정보가 공개된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공매도를 인정하고 실제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공매도로 주식 가치가 하락한다고 당장 사업에 큰 타격이 없는데 공매도를 이유로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서 회장은 주식으로 장난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비판들은 서 회장의 셀트리온에 의심을 보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무엇인가 다른 이유가 있다는 시선이다. 그러나 서 회장은 지분 매각 수순을 밟았다. 곧바로 지분 매각 주관사로 JP모건을 선정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지난해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셀트리온이 개발한 바이오시밀러(복제약) 관절염 치료제 ‘렘시마’에 대한 품목허가를 최종 승인했다. 이어 유럽의약품청이 램시마의 판매를 허가해 유럽에 진출하게 됐다.

서 회장이 말한 지분 매각 시기가 된 것이다. 당시 서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지분 매각 방법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며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든 보유한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기존 원칙을 고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램시마는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인데 류머티스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궤양성 대장염 등의 치료제다. 셀트리온은 2013년에만 램시마를 통해 30억 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했다. 셀트리온은 램시마 판매가 가능한 세계 시장규모를 올해 1분기에만 1조2천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 국가들이 의료비 절감을 위해 바이오시밀러 장려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은 현재 램시마와 허쥬마 등 2개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완료해 판매하고 있다. 두 번째 바이오시밀러인 허쥬마는 지난 1월1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최종 판매허가를 받았다. 허주먀는 유방암 치료제다. 유방암 항체치료제의 바이오시밀러 임상을 끝낸 회사는 아직 없다.

바이오시밀러란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을 복제한 약이다. 가격이 저렴하고 개발 기간도 절반 이상 짧지만 기술진입 장벽은 높다. 국내에서 바이오시밀러 임상시험을 하는 기업은 한화케미칼, 삼성바이오에피스, 엘지생명화학, 종근당 등이 있지만 독보적 1위는 셀트리온이다.

바이오시밀러가 속속 승인을 받고 약속한 지분 매각 시기가 지났지만 서 회장의 지분 매각은 감감 무소식이다. 그러다 보니 서 회장이 바이오시밀러의 판매확대에 힘입어 주가를 올려놓고 슬그머니 매각을 철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서 회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기업의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야 한다는 것이 오랜 소신"이라며 "창업 단계에서는 창업자가 모든 것을 하지만 이제는 전문경영인을 배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적절한 시기가 오면 경영권을 전문 경영인에게 넘겨주고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지분 매각과 관련해 "미국 등 글로벌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 판매에 도움이 될 전략적 파트너를 찾고 있다"며 "일부 회사와 계속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 매각 과정에서 내가 걸림돌이 된다면 나 자신을 내려놓는다는 개방적 입장에서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는 지난 해 5월 매각 주관사를 JP모간으로 선정한 이후 같은 입장을 반복한 데 그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서 회장은 지난해 4월 공매도를 내세워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밝혔을까? 해답의 실마리는 서 회장의 주가 시세조종 의혹에서 찾을 수 있다.

서 회장은 2011년부터 2013년 10월까지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주가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검찰에 고발당했다. 때문에 주가 시세조종 혐의를 피하기 위해 공매도 세력을 내세우며 지분매각 카드를 미리 꺼내든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시세조종이 아니라 공매도에 대항하려는 것이었음을 앞질러 공개하고 이에 대한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 지분 매각의 제스처를 취했다는 것이다.

  1조 갑부 서정진의 미스터리  
▲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

◆ 미스터리 2. 서정진 주가 조작 혐의은 어디까지 진실인가

서 회장은 2011년 4월부터 셀트리온이 공매도 세력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공매도 세력에 대한 조사를 금융당국에 요구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시기가 공교롭게도 셀트리온이 매출 부풀리기를 했다는 논란과 함께 주가가 떨어지자 서 회장이 주가 시세조종에 나섰다고 금융당국의 밝힌 시기와 일치한다.

그러나 서 회장이 지난해 4월 공매도 세력에 대해 조사해 달라는 요청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주가 시세조종 의혹이 금융당국의 조사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서 회장과 애플투자증권 박형준 전 대표, 김형기 셀트리온 부사장 등 3인과 셀트리온, 셀트리온홀딩스, 셀트리온GSC 등 3개 회사를 시세조종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 실적 부풀리기 논란으로 주가가 떨어지자 2011년 5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3차례에 걸쳐 애플투자증권의 박형준 전 대표, 김형기 셀트리온 부사장 등과 공모해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았다.

셀트리온은 당시 보도자료를 내 “공매도 세력으로 추정되는 세력 때문에 소극적으로 방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셀트리온의 주가가 떨어지도록 공격하는 공매도 세력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증권선물위원회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는 지난달 5일 서 회장과 김 부사장 등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수사는 진행중이지만 아직 처리 방안은 결정되지 않았다. 검찰은 서 회장 등이 자사주 매입, 무상증자 등의 수단을 통해 의도적으로 셀트리온의 주식거래에 개입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회장은 모두 3차례의 시세조종 혐의를 받고 있다. 2011년 5~6월과 10~11월, 2012년 5월~2013년 1월에 시세조종을 했다는 것이다. 특히 2011년 셀트리온 주가는 5월 초부터 12% 이상 하락했으나 서 회장이 첫번째 시세조종혐의를 받고 있는 시기 뒤부터 7월 말까지 50% 이상 급등했다고 한다.

주식과 관련된 혐의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난 2월 셀트리온 계열사인 셀트리온GSC가 셀트리온 주식으로 단기매매차익 28억 원을 올린 것이 금융감독원에 적발되기도 했다. 셀트리온GSC의 대주주는 서 회장이다.

증권사의 제약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셀트리온의 주가가 시장의 논리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셀트리온 분석에 손을 뗀지 오래다. 셀트리온 분석을 담당했던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셀트리온은 더 이상 애널리스트가 분석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며 “이미 대부분 증권사들이 셀트리온을 분석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미스터리 3. 서정진은 셀트리온 매출 부풀리기 논란에서 자유로운가

셀트리온은 매출 부풀리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셀트리온은 2012년 생산한 의약품 대부분을 관계회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에 판매해 3502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2012년 총 매출액의 90% 수준에 이른다. 그러나 헬스케어는 사들인 의약품의 상당량을 재고로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셀트리온의 매출이 과연 진짜일까'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의혹은 이전부터 끊임없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도 2012년 10월 셀트리온이 셀트리온의 계열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통해 매출의 대부분을 거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생산하고 이렇게 개발된 바이오시밀러는 관계사인 셀트리온 헬스케어를 통해 판매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셀트리온의 매출은 2010년 1809억 원에서 2011년 2790억 원으로 54.2%로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에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출은 973억 원에서 316억 원으로 감소했다. 그리고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재고는 2010년 1452억 원에서 2011년 4030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로 재고 떠넘기기를 통해 매출 부풀리기를 한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이런 의혹 때문에 셀트리온 주가가 떨어지자 서 회장이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시세조종에 가담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조사결과다. 

셀트리온은 이와 관련해 바이오시밀러 판권 판매대금을 받아온 것이고 셀트리온헬스케어와 매출 차이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바이오시밀러 시판 전에 선수금만 받았기 때문이이라고 해명했다. 셀트리온은 "해외 판매회사에 판매한 제품의 일부는 바이오시밀러 판매가 불가능하게 될 경우 일부를 환불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이 부분이 선급금으로 잡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셀트리온의 회계감사 업무를 맡고 있는 삼일회계법인도 셀트리온 실적은 회계적으로 적법하다고 했다. 이경호 삼일회계법인 국제회계전문위원은 지난해 5월 “셀트리온 회계를 둘러싼 시장의 논란이 있어 쟁점 사안들에 대한 엄격한 확인 과정을 거쳤다”며 “사업보고서에 회계적으로 분식회계로 볼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논란의 요지는 서 회장 아래에 있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사실상 같은 회사가 아니냐는 데에서 나오는데 관계사는 맞지만 지분 관계가 없는 만큼 두 회사의 거래는 적법한 회계처리는 것이 회계법인의 판단이다. 두 회사는 지분관계가 없어 두 회사가 서 회장과 관계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매출 부풀리기를 의심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회계처리가 비록 적법하더라도 서 회장이 두 회사를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어서 매출 부풀리기 의혹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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