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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노조 고용불안 넘기 쉽지 않아

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 2019-02-21 16:2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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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하는 데 고용을 불안해 하는 노조의 반발을 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두 회사 노조는 공동대응에 뜻을 모으고 나란히 쟁의행위를 가결하면서 투쟁수위를 높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노조 고용불안 넘기 쉽지 않아
▲ 20일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본사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 조합원이 매각반대를 위한 집회를 열고 있다.<연합뉴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28일 대의원 선거를 마무리한 이후 본격적으로 인수 반대투쟁을 전개하겠다고 21일 노조 소식지를 통해 밝혔다.

박근태 지부장은 "당장은 집행부 간부와 활동가 위주의 투쟁이 되겠지만 대의원 선거를 끝내고 조직을 정비하면 중앙노동위원회 쟁의 조정절차를 등을 거쳐 2019년 임단협과 연계해 강력한 인수 반대활동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두 회사가 동종업체인 만큼 이번 인수가 이뤄지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대대적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0일 쟁의행의 찬반투표를 진행했는데 투표자 9061명이 참여해 59.42%가 찬성표를 던졌다. 전체 조합원 1만여 명 가운데 1900명가량이 이번 인수와 크게 상관없는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현대중공업지주 소속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현대중공업 소속 조합원들의 찬성률은 더 높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한영석 가삼현 공동대표이사 사장은 투표를 앞두고 담화문을 통해 "조선산업 발전을 위해 노조 등 내부 구성원들과 충분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약속했지만 노조의 불안을 가라앉히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회사 측은 투표에 앞서 모든 사업부 조합원들에게 인수 관련 설명회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조 집행부는 회사 측이 두루뭉술한 대응으로 반발심만 키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영석 사장은 고용보장을 확약해달라는 한 조합원의 요구에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회사의 미래 가치를 높이면 고용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원론적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직원이 워낙 많다 보니 현재 설명회를 계속해서 진행 중"이라며 "산업 경쟁력 향상과 고용 안정, 지역경제 활성화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 대상인 대우조선해양의 노조 내부 분위기는 한층 더 격렬하다. 20일 거제 본사에서 매각반대를 위한 첫 집회를 열었는데 노조는 3천여 명이 집회에 참여했다고 집계했다. 보통 임단협 때도 400명 안팎이 모이는데 이렇게 많은 인원이 모인 것은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인수 반대를 위한 쟁의행의 찬반투표에서도 조합원 90% 이상이 참여해 투표자 가운데 무려 92%가 찬성하는 압도적 결과를 보였다. 이는 많은 직원들이 매각에 따른 고용불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현재 총파업까지 계획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에서 총파업 등 대규모로 노조가 움직이는 것은 20여년 만에 처음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26일 오후 4시간 동안 모든 조합원이 참여하는 파업을 진행하고 27일에는 전 조합원이 상경해 KDB산업은행 앞에서 집회를 연다.

파업, 태업 등 쟁위행의가 법적 요건을 갖추려면 중앙노동위원회의 쟁의 조정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 노조 관계자는 "'회사 매각 반대'는 임단협 관련 사항이 아니다보니 쟁의 조정절차를 통해 인정받기 힘들다"면서도 "이번 매각이 노동자의 고용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절차를 떠나 파업을 감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3월8일 산업은행과의 본계약을 전후해 대우조선해양 현장실사를 진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노조와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서울사무소와 거제 본사를 거점으로 저지단을 구성하고 집회, 파업 등을 통해 실사를 반드시 막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사는 통상적으로 계약 이후 이뤄지지만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두 노조 사이에 온도 차이가 존재한다는 말도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파업까지는 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 관계자는 "투표율 차이 때문에 이런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두 노조의 지도부 사이에는 의견 차이가 전혀 없다"며 "큰 틀에서 공동대응에 합의하고 투쟁전략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 역시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파업을 위해 진행한 것인 만큼 당연히 파업을 벌일 것"이라며 "조정 사항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쟁의 조정절차도 통과할 있다고 본다"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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