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NICE)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의 신뢰에 금이 갔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의 전현직 대표들이 신용등급을 기업에 미리 알려주는 등 ‘등급장사’를 한 혐의로 금융위원회의 징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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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인섭 한국기업평가 사장 |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신용등급 정보를 제공하고 신용평가 계약을 따내는 등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신용평가사는 기업이 회사채 등을 발행하면서 신용평가를 의뢰하면 수수료를 받고 신용등급을 부여한다.
신용평가를 받는 회사가 곧 신용평가사의 고객인 셈이다. 이런 수익구조 때문에 신용등급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지키기 힘들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일부 신용평가사는 기업 신용등급을 미리 알려주면서 신용평가 일감을 따냈다. 자본시장법은 신용평가사가 예상 신용등급을 알리고 계약을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이 신용평가등급을 사전에 유출해 기업들이 먼저 기업어음을 발행하도록 만든 사례도 적발됐다. 신용평가사가 기업어음 발행 이후 신용등급을 내리면 투자자들만 손해를 보게 된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의 신용평가조직이 영업조직과 고객정보를 공유하거나 직접 영업에 나선 정황도 포착됐다. 자본시장법은 신용평가사가 신용평가조직과 영업조직을 분리해 신용등급의 공정성을 지키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14일 정례회의에서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의 전직 혹은 현직 대표이사들에게 문책경고 중징계를 의결했다. 금융위원회는 대표이사들이 신용평가조직의 영업행위를 방치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윤인섭 한국기업평가 사장, 조왕하 한국신용평가 사장, 이상권 전 나이스신용평가 사장은 앞으로 3년 동안 금융기관 임원으로 취업할 수 없게 됐다. 윤 사장과 조 사장은 다만 남은 임기는 계속 수행할 수 있다.
이번 제재는 금융감독원이 2013년 11월 국내 3대 신용평가사에 대한 특별검사에 들어간지 1년5개월 만에 확정된 것이다. 신용평가사들은 당시 동양그룹 계열사에 채무이행능력이 있다는 BBB급 내외의 신용등급을 매겼다가 ‘동양사태’ 발생 후에야 신용등급을 내려 비난을 받았다.
금융위원회는 신용평가사의 등급장사를 막기 위해 ‘자체신용도’ 제도를 오는 6월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자체신용도는 정부나 모그룹의 지원 가능성을 빼고 각 기업의 채무상환능력만 평가하는 독자신용등급 제도를 의미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체신용도 제도를 실시하면 국내 3대 신용평가사가 내린 신용등급과 자체신용도를 투자자에게 모두 제공하게 된다”며 “동양사태 당시 일어났던 논란을 방지하고 투자자의 신뢰도를 회복하는 것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