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에 이어 하나금융지주도 제3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 경쟁이 뜨거워졌다.
다만 5대 금융지주가 모두 인터넷전문은행에 뛰어드는 모양새가 되면서 기존 은행업 판을 뒤흔드는 ‘메기’가 아닌 기존 ‘공룡 은행’들의 경쟁 연장선이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왼쪽)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네이버와 인터파크 등 대형 정보기술(ICT)기업들이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 가라앉았던 제3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전에 금융지주가 잇따라 뛰어들면서 다시 달궈지고 있다.
신한금융지주가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와 손잡고 출사표를 낸 데 이어 하나금융지주도 SK텔레콤, 키움증권과 컨소시엄을 꾸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가 추가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최대 2곳까지 내주기로 방침을 정한 만큼 신한금융 컨소시엄과 하나금융 컨소시엄 모두 인가를 받아낼 가능성도 있다.
이 두 컨소시엄이 인가를 받아내면 국내 5대 금융지주 모두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하게 된다.
카카오뱅크에는 KB국민은행(지분 10%)이 참여하고 있고 케이뱅크에는 우리은행(13.8%)과 NH투자증권(10%)이 각각 참여하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는 케이뱅크에서 NH투자증권 지분을 매각한 뒤 새롭게 제3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일단 신규 설립은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서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NH투자증권 등 금융회사들이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과 비교해 이번에 도전장을 낸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제3 인터넷전문은행에서 더 적극적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모두 재무적투자자 차원이 아닌 사업전략과 경영활동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지분 구조상으로도 기존 금융회사들이 보유한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웃도는 20%가량의 지분을 보유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터넷전문은행의 취지가 혁신적 ICT기업이 금융업에 진출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줘 기존 은행업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메기’를 육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금융지주가 주도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기존 은행업에 자극을 주는 ‘메기’가 아니라 기존 은행들의 또 다른 영업 플랫폼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도 출범 이후 새 금융 서비스를 선보이기보단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을 통한 이자수익 중심의 기존 은행 영업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참여자로 유력하게 점쳐졌던 네이버와 인터파크 등 ICT기업들도 발을 뺀 이유로 표면적으로는 기존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속내는 인터넷전문은행의 혁신성에 의문을 품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월31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국내 은행업계는 기존 시중은행이나 카카오뱅크, 케이뱅크가 선점한 상황에서 차별화가 힘들어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최근 2~3년 동안 금융지주들이 그룹 차원의 모바일 플랫폼을 새 단장하고 새 금융 서비스를 담으며 비대면 영업력을 끌어올리는 데 공을 들여온 만큼 그 연장선상에 머무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3월26일~27일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받은 뒤 5월에 인가 결과를 발표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