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주요 계열사를 사업 담당과 재무 담당 각자대표체제로 나눠 운영하고 있는데 곽 대표는 두산건설의 최고재무책임자를 맡고 있다.
두산건설은 2018년 대규모 손실을 냈다. 이를 메우기 위해 4천억 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두산그룹 전체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한국신용평가는 두산건설, 두산중공업, 두산그룹을 신용등급 하향 검토대상에 나란히 올리면서 두산건설을 비롯한 두산그룹 전체 기업가치에 부정적 시선을 내보였다.
한국기업평가, NICE신용평가 등도 두산건설을 부정적 검토 대상에 올렸다. 특히 두산건설은 2018년 말 신용등급이 BB+에서 BB로 낮아진 지 석 달 만에 다시 신용등급이 하락할 위기에 놓여있다.
두산건설의 재무를 책임지는 곽 대표가 가시방석에 앉은 셈이다.
이병화 대표도 안심할 수만은 없다. 이 대표의 임기는 2020년에 끝나지만 대기업에서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일은 드문 일이 아니다.
이 대표는 2018년 3월 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했지만 상황은 1년 만에 악화됐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곽 대표가 최고재무책임자이긴 하지만 재무관련 의사결정권이 특별히 분리돼있는 것은 아니다”며 “이병화 곽승환 두 대표가 함께 상의해서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두 사람 모두 자리를 지킬 가능성도 있다.
두산건설은 현재 상황이 향후 경영 정상화를 위한 위험관리 차원의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두산건설은 장기 대여금 등의 대손충당금 반영을 대규모 손실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번에 반영된 대손충당금은 3390억 원으로 두산건설 자기자본인 9654억 원의 35%에 해당한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의 악영향과 미수채권의 위험 부담, 미분양 관련 비용 등을 줄이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선제적으로 반영했다”며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765억 원으로 흑자인 셈이며 순손실 규모는 266억 원으로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번 손실 반영은 장기 대여금의 미회수 위험성 등을 미리 털고 가기 위한 것으로 2019년 이후 추가 손실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대표이사 교체는 무리가 될 수 있는 만큼 안정성을 선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두산건설이 위기를 겪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두산건설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오랜 기간 공을 들여왔다.
곽승환 이병화 두 대표 모두 취임 당시부터 장기 부진의 늪에 빠진 두산건설을 정상화하는 임무를 띠고 노력해왔다.
그 결과 최근 두산건설은 최근 몇 년 동안 조금씩 실적을 개선하는 듯하다가 2018년 영업손실 522억원을 내며 영업수지 적자로 돌아섰다. 순손실은 5518억 원으로 전년보다 199.8% 확대됐다. 부채비율은 552.5%로 2017년 194.7%에서 2배 이상 치솟았다.
두 사람 모두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직접 선택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박 회장의 기대가 컸을 것으로 보이지만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박정원 회장에게 두산건설은 각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건설은 박 회장의 ‘친정’격으로 박 회장은 2009년 두산건설 대표이사 회장을 맡았다. 두산그룹 회장에 오른 지금까지 두산건설 회장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곽승환 대표는 1965년 생으로 인하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2010년 두산건설 재무담당 상무이사로 처음 임원에 올랐고 2016년 5월 최고재무책임자에 선임됐다.
이병화 대표는 1981년 두산건설 전신인 동산토건에 입사했다. 2015년 5월 두산건설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된 뒤 2018년 연임했다. 40년 가까이 두산건설에 몸담고 있는 두산건설의 산증인으로 평가된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