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 결정체계의 최종 개편안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나 관련 입법이 신속하게 처리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결정체계의 개편에 반발하고 있다. 법안을 처리해야 할 2월 임시국회도 여야 갈등으로 개점휴업 중이다.
1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 장관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과 비공개로 만나 최저임금 결정체계의 개편안을 조율했다.
민주당은 정부에서 다음주 중 최저임금 결정체계의 최종 개편안을 내놓으면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의원 발의해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고용부가 앞서 세 차례 진행했던 토론회에서 눈에 띄는 지적이 나오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최저임금 결정체계의 최종 개편안은 초안의 세부사항을 다듬는 선에서 확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 장관은 1월7일 최저임금 결정체계의 개편 초안을 공개했다. 이 초안을 살펴보면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나누는 이원화 방안이 핵심 내용으로 담겼다.
구간설정위원회가 다음해 최저임금의 상한과 하한선을 확정하면 결정위원회가 그 구간 안에서 최저임금을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다.
일반 국민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고용부가 1개월여 동안 온라인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참여자 9539명 가운데 77.4%가 최저임금 결정체계의 개편방안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 장관도 최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최저임금 결정체계의 최종 개편안이 나오면 2월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최저임금 결정체계의 개편에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결정체계의 이원화가 임금 인상폭을 제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민주노총은 3월6일 총파업을 결정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최저임금법의 개악 저지’를 내세우고 있다. 한국노총도 노동부가 초안을 내놓았을 때부터 신중한 변경을 요구해 왔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고용부가 1월에 최저임금 결정체계의 개편 초안을 내놨을 때부터 반대해 왔고 지금도 의견은 변함없는 상황”이라며 “최종 개편안이 나오면 민주노총과 논의해 대응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이 조해주 중앙선관위원의 사퇴와 손혜원 무소속 의원의 투기 의혹에 관련된 국정조사를 요구하면서 2월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는 상황도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회 입법절차는 2월 중순에 접어들어서도 사실상 멈춰 있다. 설령 국회가 정상화되더라도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최저임금 결정구조의 이원화에 반대했던 점을 고려하면 여야 사이의 의견 충돌을 피하기 힘들다.
현행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위원회는 매해 3월31일부터 다음해 최저임금을 90일 동안 심의해 확정한 뒤 8월5일에 공개적으로 알려야 한다.
최저임금 결정체계의 개편안이 2월 임시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2020년 최저임금부터 개편된 체계를 적용하겠다는 이 장관의 목표도 이루기 힘들어지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최저임금을 알리는 날짜를 8월5일 뒤로 미룰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기업과 상공인들의 사정을 감안하면 날짜를 무조건 미루기 힘들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2월 임시국회가 정상화되더라도 최저임금 결정체계의 개편안을 국회에서 논의하기에는 시간이 빠듯한 편”이라며 “상황에 따라 2020년 최저임금은 현행 최저임금위원회 체제에서 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